에스퍼 전 美국방 “세계 최대 화약고는 동북아… 한반도서 핵공격 가능성”
에스퍼 전 美국방 “세계 최대 화약고는 동북아… 한반도서 핵공격 가능성”
“한중일과 대만 등 기술·경제 강국 몰려 있어...
대만 문제에 대한 美입장 더 분명히 해야
중국, 경쟁 상대 넘어 적국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는 14일(현지 시각)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적 화약고는 동북아”라며 “중국·일본·미국과 한국 그리고 대만과 같은 기술 강국들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동북아를 잘 살펴보고, (미국 입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동북아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와, 왜 그런가’라고 반문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반도에서 쌍방 핵 공격(nuclear exchange) 등 분쟁의 가능성이 분명히 있는데다가, (미국은) 중국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했다. 이어 “동북아에는 4~5개의 핵보유국이 있고,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미·중·일 3개국이 연관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3개국이 연관된 종류의 분쟁은 세계적인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북아에는 “군사적 요소 뿐만 아니라 경제·기술 분야도 함께 동반되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작성됐던 2018년 국가방위전략 보고서(NDS·National Defense Strategy report)에 대해 “2018년 NDS의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미국의 (경쟁국으로서) 1순위 중점 국가로 지목한 것”이라며 “(미·중간)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주 경쟁 상대로 설정한 것에 대해) 트럼프에게 어느 정도의 공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현 행정부는 중국을 경쟁 국가(competitor)라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적성 국가(adversary)라고 본다”고도 했다.
그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변경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그간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그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며 “행정부에서 선출된 임명직과 의회 지도자들이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선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란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은 닉슨 대통령이 중국 마오쩌둥과 회동한 뒤인 1979년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하에 대만과 단교했다. 다만 무력 분쟁 시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 자위 수단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미·일 회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 군사 개입’을 언급해 논란이 됐었다. 미국이 유지해왔던 ‘전략적 모호성’과 배치되는 발언에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에 대해 에스퍼 전 장관은 “가장 큰 문제는 백악관이 바이든의 발언을 수정한 것”이라며 “대만은 더 이상 자신들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중국·대만과 미국 등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바뀐 상황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에스퍼 장관은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미국군 간 해상 전력 간 분쟁 등 남중국해 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중국은 대만에 대한 전면 침공은 물론 고립, 사이버 공격 등 비밀 작전 등을 통해 대만을 가둘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일본 등 동북아 지역 다른 국가들이 개입할 것이다. 그들도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에 큰 우려를 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