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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관식’ 앞두고… 中 산업정책 총괄은 왜 손목을 그었나

wind11 2022. 7. 30. 09:54

‘시진핑 대관식’ 앞두고… 中 산업정책 총괄은 왜 손목을 그었나

‘3연임 확정’ 당대회 직전 中고위관리 잇달아 낙마
공안 실세 궈성쿤과 가까운 인물 자녀 등 가족 비리로 조사받아
연행 직전 극단 선택… 미수 그쳐
낙마한 사법부장·공안부 부부장 재판 빨라지고 기소 내용도 공개
“차기 권력 둘러싼 암투 드러난 것”

입력 2022.07.30 03:27
 
 
 
 
 
28일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실이 공개된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부 부장. 사진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 회의 당시 언론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공업정보부 홈페이지

중국 반도체·정보통신(IT) 산업 등을 총괄하는 공업정보부 샤오야칭(肖亞慶·62) 부장(장관)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중국 사정 당국이 밝혔다. 샤오 부장은 연행 직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사정(司正)이 강화되는 가운데 차기 권력을 둘러싼 권력 내부의 암투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샤오 부장이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샤오 부장을 체포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자녀 등 가족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콩 명보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샤오 부장이 26일 중앙기율검사위 조사관에게 연행되기 전 날카로운 물체로 손목을 그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조직부는 이날 오후 샤오 부장을 면직하고, 중국상용항공기회사 대표를 지낸 진좡룽(金壯龍) 중앙군민융합판공실 상무부주임을 공업정보부 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샤오 부장은 시 주석이 추진해온 대형 IT 기업 정리 작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금속 관련 기업에서 기술자로 경력을 쌓고, 2004년 대형 국유 기업인 중국알루미늄 사장에 임명됐다. 국유 기업을 총괄하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독위원회 주임,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국장을 거쳐 2020년 공업정보부 부장에 올랐다. 공업정보부는 중국 부처 가운데 권력이 크고 돈이 많은 부서로 꼽힌다.

지난 19일 발표된 20차 당 대회 정부 기관 대표 명단에서 샤오 부장의 이름이 빠지면서 베이징 정가에선 그의 낙마설이 돌았다. 샤오 부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 6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통신장관 화상회의가 마지막이다. 공업정보부는 7일 홈페이지에 샤오 부장이 간부들을 상대로 “시진핑 주석을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로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강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올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할 예정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근 고위 간부들의 낙마가 잇따르는 등 사정 작업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신화 연합뉴스

샤오 부장은 올 들어 낙마한 최고위급 관리다. 특히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이 모여 권력 윤곽을 잡는 8월 베이다이허 회의 직전에 낙마가 이뤄진 대목이 눈길을 끈다.

 

샤오 부장은 중국 공안·사법을 총괄하는 궈성쿤(67) 중앙정법위원회(정법위) 서기, 시진핑 1기 정부 때 권력 서열 3위였던 장더장(75)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궈성쿤 서기는 중국알루미늄 회장, 광시좡족자치구 당서기를 거쳐 시진핑 1기 정부에서 공안부장에 임명됐다. 시 주석에게 적대적이었던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수감 중)의 공안 세력을 일신하기 위해 기업인 출신인 궈 서기를 공안부 수장으로 발탁해 화제가 됐다. 궈 서기가 정계에 본격 진출하며 2004년 중국알루미늄 경영을 이어받은 사람이 샤오 부장이다. 샤오 부장은 2009년 장더장 당시 국무원 부총리 비서로 베이징 중앙 무대에 진출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지난해 낙마해 기소된 푸정화(67) 전 사법부장이 지린성 창춘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뇌물 수수, 국가 기밀 유출 등의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시진핑 2기 정부 최대 부패 스캔들의 장본인인 쑨리쥔(53) 전 공안부 부부장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쑨 전 부부장은 자신의 측근을 공안부, 정법위 등 핵심 지위에 앉히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20년 4월 낙마해 재판받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방송은 올 1월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 쑨에 대해 “개인 세력을 키워 이익집단을 만들고 정치적 안정을 위협했다”고 했다.

1~2년을 끌어온 푸·쑨 두 사람의 재판이 속도를 내고, 기소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 역시 20차 당 대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지휘 라인에 있던 궈성쿤 정법위 서기는 물론 이들을 감시해야 하는 권력 6위인 자오러지(65) 중앙기율위 서기 등의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차이신도 같은 날 60조원대 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를 운영하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의 딩원우(60) 총재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딩 총재는 2011~2015년 중국 공업정보부 전자정보국장을 지냈으며 중국 정부가 2014년 국가 반도체 펀드를 만든 후 지금까지 기금 운영을 총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