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유용 의혹’ 김혜경씨, 피의자 신분 경찰 출석... 질문엔 묵묵부답
‘법카 유용 의혹’ 김혜경씨, 피의자 신분 경찰 출석... 질문엔 묵묵부답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김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지난 9일 김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지 2주만이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45분쯤 변호사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 도착, 조사를 담당한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사무실로 입장했다. 그러나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냐”, “법인카드 사용에 관해 이 의원은 전혀 몰랐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따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전 경기도 총무과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을 통해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경기도청 의무실에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았는 지 등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재명도 ‘국고손실 공범’… 李 측 “김씨는 법인카드 사용 여부 몰랐다”
김씨와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은 전 경기도 비서실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가 공익신고를 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지난 2월 배씨의 지시로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 쇠고기 등 음식을 구입해 김씨의 집으로 배달했다고 폭로했다.
국민의힘은 A씨의 폭로 이후 김씨가 음식 배달과 집안일 등 사적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의혹 등이 있다며 이 의원과 김씨, 배씨 등을 고발했다. 고발한 혐의는 직권남용, 강요, 국고 손실 등이었다. 경기도도 지난 2월부터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여 3월 배씨를 횡령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4월 경기도청 총무과, 감사관실 등 사무실과 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5월에는 경기 성남과 수원 등에 있는 백숙 전문점, 중식당, 초밥집, 쌀국수집 등 업소 129곳을 압수수색해 카드 사용과 구매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이 의원과 김씨를 ‘국고손실 공범’으로 적었다. 김씨뿐만 아니라 이 의원까지 피의자로 특정한 것이다.
또 이달 3일에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4일에는 공익신고인 A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에 앞서 카드 바꿔치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배씨의 지인 B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B씨는 이 의원이 대선 경선을 치를 당시 후보 캠프에서 운전기사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경찰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9월 9일)가 임박함에 따라 이번 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 송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 의원측은 이날 낮 12시40분쯤 페이스북에 “김혜경 씨는 오늘(23일) 오후 2시경 경기남부경찰청에 이른바 ‘7만 8천원 사건’ 등 법인카드 관련 조사를 위해 출석한다”고 공지했다. 또 “김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대장동·백현동·변호사비 대납·성남FC후원금… 李 관련 10여개 의혹 수사
당대표 유력 후보인 이 의원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뿐만 아니라 대장동 특혜·비리 사건 등 10여개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대장동 사건’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작년 9월 시작된 대장동 사건 수사는 현 정부 들어 수사팀이 전원 물갈이되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에서 사실상 전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 최종 결재권자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 개발업자인 화천대유 측에 최소 1827억원의 특혜를 얻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이 의원에게 배임죄 등이 적용이 가능한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8년 이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이 쌍방울그룹에서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받았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횡령·배임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연관성에 주목하며 최근 두 사건 수사팀을 합친 통합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백현동 사건은 2006년 이 의원의 성남시장 선거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인섭씨가 백현동 사업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 용도변경’으로 4단계 상향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뒤 총 7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6월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하고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성남시’ 시절 성남FC가 네이버, 두산 등 기업으로부터 160억원을 후원금 등으로 받았고, 이 기업들에 대해 성남시가 사업상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분당경찰서에서 수사하던 이 사건은 지난달 경기남부경찰청이 넘겨받아 이 의원에게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자택 옆집의 경기도시주택공사(GH) 합숙소가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의혹 역시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9일 GH 본사 사무실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하는 등 이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