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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03 22:45
탈북자들은 화폐개혁 직후 쌀값 공시가격이 ㎏당 20원이었는데, 한 달 만에 20배가 뛰더니 최근에는 30배 오른 ㎏당 6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일부에선 공시가격의 50배인 1000원까지 뛰었다고 하고 있다. 벼랑에 몰린 북한 주민들은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김정일 비하(卑下) 발언을 서슴지 않고, 보위부원들 앞에서조차 "이젠 악밖에 안 남았다"며 저항하기도 한다고 한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은 배급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 곳곳으로 번지기 시작한 마을 단위의 사(私)시장이 번창하면서 군부와 당 간부, 공무원 등 북한 정권 기반 세력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앙집권·계획경제 시스템을 재정비해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켜주면서 김일성 일가(一家)의 3대 세습을 성사시키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사태는 김씨 일가의 유일(唯一)권력이 '시장·민심과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보안요원들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반발하는 주민은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그래도 민심을 잡지 못하자 결국 화폐개혁 실무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운 것이다. 민심 이반으로 위기에 몰린 전제(專制) 정권의 상용(常用) 수법이다.
지금 전해지는 소식이 사실에 근접한 것이라면 북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체제 위기 때 한편으론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잠수정에 무장공비를 태워 강릉 앞바다로 보냈고, 대포동1호를 발사했다. 남북대화를 먼저 요구하고는 대규모 군사훈련과 서해 대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금 모습은 그때와 닮은꼴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3일 "정부 기관으로부터 (북한 상황에 관한) 보고를 한 번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조차 이런 심정이니 국민은 오죽 답답하겠는가.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은 "북한의 현 상황이 체제 위기를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1989년 1월 서독 정부도 "동독에 특이(特異)상황은 없다"고 지금 우리 당국자와 똑같은 말을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동독 탈출 행렬이 헝가리·오스트리아로 밀려들었고, 1989년 11월 마침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정부 당국자 판단이 부정확하다는 말이 아니다. 북한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누구도 장담하거나 단언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 중대 사태 발생 가능성을 과거의 선입관(先入觀)으로 무조건 물리치지만 말고, 안으로 대비를 서두르는 일이다. 대통령부터 일선 실무자들까지 지금의 중대한 사태에 걸맞은 인식을 갖고 정책 입안과 집행에서부터 언행(言行) 모두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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