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눈 덮인 겨울 풍경

이제는 더 이상 큰 눈이 내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폭설입니다. 지붕이며 도로며, 온 세상이 또 하얗게 변했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사진작가들이 대거 경복궁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고궁 뜰 안 여기저기에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오래간만이라고 인사를 나눕니다. 마치 동창회 라도 열린 분위기입니다. 그분들 하시는 말씀이 향원정이 눈으로 덮이는 날이 흔치가 않다고 하는군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경복궁은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는데, 눈 덮인 고궁은 또 다른 특별한 멋이 있습니다. 해가 뜨고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어느새 눈이 녹기 시작합니다. 이 눈이 다 녹기 전에 서둘러 고궁의 겨울 풍경을 사진 몇 장으로 간직해야겠습니다. 향원정 앞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비키라고 야단입니다. 뒤를 돌아다 보니 어마어마한 장비를 갖춘 카메라 한 대가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똑딱이 주제에 감히 어딜!' 예, 얼른 비켜 드려야지요. 어쩌면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고궁의 눈 덮인 겨울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