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抒情 김수구
산마루에 서서 바라만 보아도
하얀 손을 흔들며 달려와 줄 것만 같은 사랑이여!
눈짓만으로도
온몸을 휘감아올 것만 같은 부드러운 외침이여!
기약도 없이 흔들어대는 바람의 언덕에서
누군가 손끝이라도 흔들면
넘실넘실 무너져 내릴 슬픔을 부둥켜안고
희기만 한 손 가을의 서리 끝에 서서 너를 부른다.
수줍기만 했던 지난날 그리움을
한 폭의 수채화에 담아
흰 손도 부드럽게 너는 달빛을 휘어 감고 있구나.
노을 꽃이 붉게 피다 저문 강변
슬픈 시월의 언덕 억새밭에
물빛도 고왔던 들풀들의 사랑노래
소슬바람이라도 스치어지나 가거든 들어주렴.
억새꽃이 눈발처럼 휘날리는 언덕
붉은 울음을 토하는 시월의 산자락에 서서
여정의 은발을 나부낄 터이니
달빛이 바람을 타고 서걱서걱 울더라고 전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