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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직장 내 과다 노출

[만물상] 직장 내 과다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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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6.19 23:31

재작년 영국 리즈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여자 연구원 네 명에게 저마다 노출 정도를 달리한 옷을 입혀 나이트클럽으로 보냈다. 연구팀은 남자들이 어떤 옷차림을 한 연구원에게 얼마나 접근하는지 지켜봤다. 그랬더니 몸을 40%쯤 드러낸 연구원이 그보다 덜 드러낸 연구원보다 두 배 많은 남자들로부터 춤 요청을 받았다. 연구팀은 70시간 분량 동영상을 찍어 분석한 끝에 여성이 가장 매혹적으로 보이는 노출 수위가 40%라고 결론지었다.

▶노출도 40%는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민소매 드레스' 수준을 가리킨다. 그러나 노출도가 50%를 넘자 접근하는 남자 숫자가 뚝 떨어졌다. 연구팀은 "지나친 노출은 바람기 많은 여자라는 인상을 줘 역효과가 났다"고 했다. 그렇다고 여성의 노출이 꼭 성적(性的)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당당한 자기 표현수단,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도전, 자기애(自己愛)의 발현일 수 있다.

▶지난 1월 캐나다 요크대 세미나에서 한 경찰관이 "여자들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슬럿(slut·헤픈 여자)처럼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2월엔 성폭행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의 옷차림이 가해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줬다"며 벌금형이 선고됐다. 그러자 토론토 여성 3000여명이 '슬럿'처럼 야하게 차려입고서 행진했다. "이건 내 몸이고, 내 맘이야"라며 '입고 싶은 대로 입을 권리'를 외쳤다. 이 '슬럿 워크(walk)'는 미국·유럽·호주·인도로 번지고 있다.

▶여름이 오면서 사무실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쩔쩔매는 직장인이 많다. 민소매나 미니스커트, 가슴이 깊게 파인 셔츠를 입은 여직원들 때문이다. 허리를 숙이면 바지가 내려가 속옷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취업 사이트 설문조사에선 남자 직장인의 62%가 "노출이 심한 여직원의 옷차림이 민망하다"고 답했다.

▶회사 중엔 성차별이라는 반발을 부를까 봐 말도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분방한 복장을 허용해 온 미국 기업들도 초미니스커트나 탱크톱, 슬리퍼처럼 지나친 차림은 규제한다. 몇 년 전 직원이 2000명 넘는 1400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84%가 과다 노출 금지 규정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개성'도 좋지만 사적(私的) 장소와 직장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일터에선 일터에 알맞은 옷차림을 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기본 예의일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자 영원한 타자(他者) ,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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