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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Why] 소리 없이 찰칵… 스마트폰 몰카族 영악해졌다

[Why] 소리 없이 찰칵… 스마트폰 몰카族 영악해졌다

  • 기사
  • 입력 : 2011.09.10 03:13 / 수정 : 2011.09.10 10:59

스마트폰 앱 악용
촬영음 없애고 화면도 안 보이게 위장 교묘하게 치맛속 촬영
생계형 몰카족까지
사진·동영상으로 돈벌이도 5년 이하 징역형 가능하나 실제 처벌강도 낮다는 지적

지난달 18일 인천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부평역 지하상가 등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A(27)씨를 붙잡았다. A씨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지하상가와 백화점을 돌며 하루 150명씩 여성 1만516명의 허벅지나 속옷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락을 받지 않고 카메라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 이른바 '몰카족'으로 인한 폐해는 10여년 전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용이 활성화됨에 따라 몰카족의 행태도 진화하고 있다. 주변에서 알아챌 수 없도록 촬영음을 없앨 뿐 아니라 옆 사람이 촬영 여부를 알 수 없도록 스마트폰 화면을 검게 보이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여기에 몰카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매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몰카 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을 덮어쓸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스마트'하게 변한 몰카족들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탑재된 뒤 몰카의 폐해는 이미 예상됐다. 이에 따라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사진 촬영 시 상대방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카메라폰 촬영음 크기 표준'을 제정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 시 60㏈(데시벨) 이상의 촬영음이 나도록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기기를 만들도록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함에 따라 카메라폰 촬영음 크기 표준은 무용지물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상관없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카족은 이러한 IT 기술의 발달을 교묘히 이용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몰카 애플리케이션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에 접속해 '몰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353개의 애플리케이션이 검색됐다. 이 중 상당수는 촬영음을 제거해 무음(無音) 상태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일런트 캠(silent cam)', '무음 카메라', '스파이 카메라(Spy Camera)' 등의 무음 애플리케이션에는 '지하철, 도서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몰카 애플리케이션의 대부분은 무료로 다운 받아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설치에 걸리는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는다.

촬영음 제거뿐 아니라 주위 사람이 몰카를 찍고 있는 것조차 알 수 없게 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스파이폰(Spy Phone)', '원 아이(One Eye)' 등의 애플리케이션은 촬영음 없이 고화질 촬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촬영을 할 때 스마트폰 화면에 촬영되고 있는 모습 대신 검은 화면이나 휴대폰 초기 바탕화면을 보여준다. 뉴스 화면을 보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하고 있으면서도 옆 자리 사람이 봤을 땐 마치 뉴스를 읽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일부 몰카족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누비고 다녀도 들킬 염려가 없게 되었다.

몰카 찍어 돈까지 버는 세상

인터넷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몰래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민감한 신체 부위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그대로 나와 있는 것도 버젓이 올라와 있다. 다른 네티즌들과 몰카 사진을 '공유'할 뿐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계형 몰카족'들은 자신들이 촬영한 자료를 개인끼리 자료를 공유하는 p2p 사이트에 올린다. 이 사이트에서 자료를 내려받는 네티즌은 요금을 지급하는데 이 요금 중 25%가 '업로더(uploader)'인 몰카족에게 돌아간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불법 p2p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대규모로 자료를 업로드 하는 헤비업로더 14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이들 중 한 명인 C(31)씨는 3년 동안 1억6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당국의 단속이 거세짐에 따라 p2p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들은 자체 모니터를 강화했다.

그러자 몰카족은 또다시 꼼수를 찾아냈다. '지하철 몰카 100폭', '찜질방 화끈 몰카 200폭' 등이 바로 그것. '100폭'은 100명의 네티즌이 자료를 받아본 후 곧장 삭제한다는 의미다. 인터넷의 특성상 운영자측이 모든 자료를 모니터할 순 없다는 것을 알고 제한된 시간 동안만 자료를 올린 후 삭제하는 방식을 찾아냈다. 일종의 '떴다방'식 운영인 것이다.

20대 남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의 B카페에는 '인증샷'의 이름으로 수백개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한 후 여성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촬영해 자신의 경험담을 증명하는 것이다. 인증샷에는 가슴·성기· 얼굴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도 있다. 민감한 사생활이 익명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무작위로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몰카 범죄 급증 추세

몰카 범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으로 적발된 수는 스마트폰이 없던 2006년 490명에서 2010년 105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도 애플리케이션이 부정적으로 쓰일 것을 예상한 듯 '부정적 목적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므로, 개발자가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김모(28)씨는 "남자친구한테 몰카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갈 때 무의식적으로 가방으로 엉덩이 부분을 가리게 된다"고 했다.

몰카 애플리케이션이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지만 규제할 방법은 없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제정한 '카메라폰 촬영음 크기 표준'은 권고 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촬영음을 없애는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해서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더욱이 몰카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해외에서 들어온 것이라 통제할 방법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의 경우 네티즌들의 자발적 신고가 없으면 감시나 단속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3조는 '카메라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판매·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판결에서는 처벌 강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5월 창원지법은 239차례에 걸쳐 병원과 노래방, 지하철역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42)씨에 대해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서울 중앙지검의 한 중견검사는 "몰카 촬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재미로 찍어 유포하는 몰카 사진이나 영상이 피해자들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기억임을 감안할 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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