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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책

Casablanca - We'll always have Paris!

Casablanca  - We'll always have Paris! 
 
 
As Time Goes By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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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I cannot go with you or ever see you again.
You must not ask why.
Just believe that I love you.
Go, my darling, and God bless you.
 
Ilsa.
 
 
Complete credited cast:
 
 
Humphrey Bogart .... Rick Blaine
Ingrid Bergman .... Ilsa
Paul Henreid .... Victor Laszlo
Claude Rains .... Capt. Renault
Conrad Veidt .... Maj. Strasser
Sydney Greenstreet .... Signor Ferrari
Peter Lorre .... Ugarte
S.Z. Sakall .... Carl (as S.K. Sakall)
Madeleine LeBeau .... Yvonne
Dooley Wilson .... Sam
Joy Page .... Annina Brandel
John Qualen .... Berger
Leonid Kinskey .... Sascha
Curt Bois .... Pickpocket
  (more)


Also Known As:
Everybody Comes to Rick's (USA) (original script title)
Runtime: 102 min
Country:
USA
Language:
English / French / German
Color:
Black and White
Sound Mix:
Mono (RCA Sound System)

 

 

Ⅰ. Prologue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일들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 와중에 사랑을 하게 되나, 그 사랑도 영원하지는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어느 순간에 식어 버리고 마는 게 현실이니... 물론 개중에는 처음과 같이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미래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얼마나 믿으며, 또 얼마나 이해해 줄 수 있는가에 따라서 무한한 사랑도 되며, 금방 식어 버리는 사랑도 되고, 그냥 스치는 사랑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곤 한다. 그리고 이 말이 지닌 함의(含意)가 상당히 그 폭이 넓고 심도 역시 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랑의 종류에는 '아가페'가 있고 '플라토닉'도 있으며, '에로스'도 물론 있다. 이들은, 제 각기 지닌 유형과 그 표현방식만 다를 뿐, 모두가 '사랑'이라는 하나의 범주(範疇)에 예속(隸屬)돼 있는 '관계(relations)의 미학(美學)'을 연출하는 행위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누군가로부터 요구받게 되면, 우리는 선뜻 명쾌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극히 주관적(主觀的)이면서도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의미를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어 객관화(客觀化)된 명징(明澄)한 정의(定義)를 내리기가 용이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이나, 잘 생긴 남성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라고 본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이란, '주는 사랑' 즉, '희생과 헌신을 담보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여겨지며, 따라서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행복 그 자체를 희구해야 하며, 설혹 자기자신이, 그 상대방에게 있어 행복을 주는 주체가 못 된다 할지라도, 이를 기꺼이 수용하고 진실로 기뻐할 수 있는 마음자세가 전제조건으로서 갖춰져 있을 때라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개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사랑'이란, '단순한 애정의 교환(交換)' 내지는 '상호간 의식의 기저(基底)에 내재된 소유욕(所有慾)의 충족'과는 당연히 유리(遊離)된 개념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사랑'의 종류는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센티멘탈하고 로맨틱한 사랑은 단연 '남녀간의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은 대개 우연한 만남에 의해 이루어지곤 한다. '애수(Waterloo Bridge)'의 로이와 마이라가 그랬고, '러브 어페어(Love Affair)'의 Terry McKay(Irene Dunne)와 Michel Marnet(Charles Boyer)이 그랬으며, 거장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의 1951년작 '황혼(Carrie)'의 George Hurstwood(Lawrence Olivier)와 Carrie(Jennifer Jones)가 그러했다. 
 
세상의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같은 시간대에 우연히 같은 장소를 지나다 마주쳐 눈빛이 닿고 강렬한 필(feel)을 느끼게 되어 스토리를 엮어 나가게 되는 게 '남녀간 사랑'의 일반화된 단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무수히 많은 사랑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한 마디로 '파격(破格) 그 자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만큼, 장면을 접하는 모든 관객들의 가슴을 저며 오는 너무도 감동적인, 그야말로 감동의 극한치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 '위대한 러브 스토리'가 있다. 바로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다. 
 
 
 
ⅡSynopsys 
 
1941년 12월. 프랑스의 식민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순식간에 전유럽을 석권한 독일은 '전격전'이라고 불리는, 기동력과 화력을 동시에 결합시킨 전술로 아직까지도 제1차 세계대전에서나 써먹던 낙후된 전술을 염두에 둔채 참호전을 예상하고 있던 프랑스를 일거에 무너뜨린다. 독일의 공격을 견딜 수 없었던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 페탱 원수를 국가 수반으로 하여 독일에 항복하고 비시정부(Gouvernement de Vichy)를 통해 프랑스를 통치하게 된다(여기에서 묘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드골 장군은 프랑스의 굴욕적인 항복을 거절하고 자유 프랑스 망명정부를 영국 런던에 세운다. 어쨌든 페탱 정부는 분명 프랑스의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정부이면서 동시에 나치 독일의 동맹국인 상황이었다. 순전히 법적으로만 따지자면 드골은 국가반역자인 셈이었다). 프랑스의 동맹국이자 점령자인 독일은 모로코에도 진출해 있었지만 동맹국 프랑스의 비위를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형식적으로나마 프랑스 경찰이 치안을 담당케 하고 있었다.

그러던 전쟁의 와중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가 그 아픈 상처를 달래기 위해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를 찾는다. 나치의 세력이 멀리 소련에서부터 사하라 사막에 이르기까지 뻗쳐 그 위세를 자랑하던 시절인 1941년. 대다수 유럽인들의 시선은 오로지, 자유가 살아 숨쉬는 그리운 땅 미국으로 집중돼 있었고, 따라서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국 행 비자를 얻을 수 있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몰려 들었다. 한데 이 곳에는, 과거 파리에서의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을 가슴 한 켠에 지닌 채, 카페를 운영하는 한 미스테리한 자유주의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릭 블레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릭은,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국인으로서 스페인 시민전쟁에 의용 참전해 파시스트들과 전쟁을 치렀던 인물이다. 손님들과는 절대로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며, 피난민들을 이용해 돈을 벌어 먹는 인간들을 경멸하는 그는, 먼 옛날을 기억하려고도, 또 먼 훗날을 기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에겐 분명히 상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카페에 미국행 비자를 구하려는 한 부부가 찾아온다. 전설적인 레지스탕스의 리더, 빅터 라즐로(폴 헨라이드)와 그의 청초한 부인 일자(잉그리드 버그만)가 바로 그들이었다. 하지만 릭은, 자신이 우가티(피터 로레)라는 인물에게서 받아 보관 중이던 여권(passport)을 얻게 해 달라는 그들 부부의 간곡한 요청을 냉정하게 거부한다. 파리에서 그를 배신했던 여인이 바로 일자였기 때문이다.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 안 그의 거실.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릭은 파리에서의 일자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긴다. 그는 파리에서 우연히 일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스페인에서 입었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그리 길지 않았고,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자 그는 더 이상 파리에 머물 수가 없었다. 그의 반(反)파시스트 투쟁 경력은 나치스 치하의 유럽에서는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As Time Goes By'를 들으며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유럽을 벗어나기 위해 마르세이유 행 기차에 오르기로 약속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쪽지 한 장만을 남긴 채. 하지만 일자에게도, 말 못할 사연은 있었다. 포로수용소에 끌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 라즐로의 생존사실을 릭과의 결혼약속 후에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라즐로가, 지식과 상상의 세계를 펼쳐 준 존경의 대상이었다고 한다면, 릭은 열정적인 사랑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일자가 샘에게 그 곡, 'As Time goes by'를 연주해 달라고 말하던 그 날 밤, 릭은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며 진한 외로움을 달랜다. 이어 릭은 샘에게 말한다.
 
"Of all the gin joints in all the towns in all the world, she walks into mine."
세상의 하고많은 도시의 하고많은 술집 중에 그녀는 내 술집으로 들어왔어.
(그리고는 샘에게 '그 노래'(As Time Goes By)를 불러 달라고 말한다.)

"If she can stand it, I can. Play it."
만일 그녀가 그 노래를 견딜 수 있다면 나도 그럴 수 있네. 연주해 주게나.
(위스키에 취하면서 릭의 뇌리엔 파노라마처럼 파리에서의 옛 추억이 떠오른다.)

파리가 함락되기 전 릭은 파리에서 작은 카페를 경영하고 있었다.
릭은 그때 일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릭은 아름다운 일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건배를 제의하곤 했다.

"Here's looking at you, kid."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귀여운 꼬마 아가씨...
 
이렇듯, 일자와 릭의 애절한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사람은 릭의 충실한 심복이자 흑인 피아니스트인 샘이었다. 그는 파리에서도 늘 이들 앞에서 'As Time Goes By'를 연주했고,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함께 건배하곤 했었다. 바로 그 때 릭은 그 시절 추억의 한 컷을 떠올리며, 샘에게 말한다. "Play it, Sam!"이라고. 일자는 다시 릭을 찾아가 간청하지만 여전히 릭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돌연 그에게 권총을 겨눈다. 하지만 일자는 결코 릭을 쏠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너무도 사랑해 온, 영원히 잊지 못할 마음의 연인이었기에. 일자는 결국 과거에 파리에서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털어놓는다. 릭과 떠나기로 한 전날 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 라즐로가 탈옥해 그녀를 찾아왔고, 그녀는 라즐로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그를 차마 저버릴 수는 없었다는...
 
그러나 릭과 일자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곧 이어 그녀는 릭에게 그를 향해 지금껏 품어 온 간절한 사랑을 고백하며 남편만이라도 미국으로 도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빅터 라즐로가, 자신이 파리에서 일자와 사랑의 밀어를 나눌 때 이미 일자의 남편이었으며, 그러한 사실을 본의 아니게 숨길 수 밖에는 없었던 일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이해한 릭은, 그녀를 돕기로 결심하고 일자와 라즐로를 데리고 공항으로 향한다. 일자에게는, 자신과 그녀는 카사블랑카에 남고, 라즐로만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내기로 거짓말을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일자는 공항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의외로 자신까지 (라즐로와 함께) 탈출시키려고 하는 릭의 본심을 알게 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우리의 계획은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릭은, 그녀에게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어조(語調)로 말한다. "We'll always have Paris.(우리에겐 파리가 있잖아.)"라고.
 
눈물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일자를 그녀의 남편 라즐로와 함께 떠나 보내며 하염없는 상념에 잠기는 릭 블레인. 마치 릭의 그러한 비장한 마음 속을 묘사라도 해 보겠다는 듯, 비감과 고뇌가 한 데 어우러져 혼융되며 무겁게 깔리는 짙은 안개 속에서, 그의 영혼을 오랫동안 휘감아 왔던 거센 사랑의 회오리는 그렇게, 그가 걸친 쓸쓸한 회색빛 트렌치 코트의 주름 속 음영(陰影)을 타고 체념(諦念)이 되어 녹아 내린다.  결국 릭은, 빅터와 일자를 무사히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데 성공한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이를 저지하려고 쫓아 온 독일군 슈트라서 소령을 쏘아 죽이는 릭. 이 때 그의 부하들이 추격해 오고 슈트라서 소령의 시체를 발견한다. 순순히 체포되려고 하는 릭을 대신해 레놀 대위(클로드 레인즈)가 말한다.
"Round up the usual suspects.(평소에 용의선상에 올라 있던 자들을 검거해.) "라고.
 
릭의 희생이 속물 루이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일까. 루이는 경찰서장을 그만두고 '레지스탕스' 운동에나 투신해야겠다고 말한다. 이어 카사블랑카 공항의 자욱한 안개의 심연(深淵) 속으로 두 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릭과, 한 때 그를 경계했었지만 이젠 그를 돕기로 작정한 경찰국장 루이 레놀(클로드 레인즈)이 그들이다. 그 때 릭이 그에게 말한다. "Louis, I think  this is the beginning of a beautiful friendship.(루이, 이제 우리의 아름다운 우정이 시작되는군.)"이라고...
 
 
Ⅵ. Epilogue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쓴다. 남녀간의 정사(情事)에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친구지간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선생님과 제자사이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관계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유형의 인식(認識)의 본질에서 출발한, '만남'이라는 개념의 스펙트럼이라 할 수 있겠는데, 왜 동일한 단어를 쓰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란 본시 인간의 의식의 기저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소소한 감정의 편린들을 아우르는 절대적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로서, 주로 배려, 희생, 동정 등의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다양한 관계들이 분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남자가 여자를, 또는 여자가 남자를 대할 때, 아니면 친구지간이나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떤 정신적 교감(交感)이 형성될 때 나타나는 배려와 관심이, 의식작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진정한 사랑은 동정(同情) 내지는 연민에서 출발을 한다. 동정에서 출발한 사랑은 대개 상처를 받지 않으며, 설령 받는다 해도 그 강도는 미미(微微)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이미 상대방의 허물까지도 모두 이해하고 포용하겠다고 하는 관용(寬容)의 미덕(美德)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이면 나를 만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과 동시에 애처로움을 느끼며 시작하는 사랑이기에 그 사랑은 늘 겸허하며 희생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랑의 대부분은, 상대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동경(憧憬) 내지는 막연한 환상(幻想)에서 출발하는 경우라고 보면 아마 정확할 것이다. 상대에 대한 단순한 동경(憧憬)은 이내 이기적인 욕심과 저열한 집착으로 발전하든지, 아니면 '짝사랑'으로 남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된다. 이것은 일견(一見), 사랑과 비슷한 감정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결코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종의 욕망 내지는 편집(偏執)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동정에서 출발해서 배려하고 희생하는 '진정한 사랑'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의 정의를 "상대방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랑을 가장한 욕망의 분출(噴出)일 뿐이다. 흡사 다이아몬드와 큐빅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겠다. 타인(他人)의 행복을 손상시키는 것과 자신의 양심을 훼손시키는 것은 분명 인생의 죄악(罪惡)이 될 것이다. 일자와의 사랑이 남편 라즐로의 행복을 파손시킨다면, 그것은 죄악이 되고 타자(他者)의 윤리(倫理)에도 어긋난다고 릭은 생각한다. 이미 일사와의 사랑의 합의가 이루어져 이젠 갈라설 수 없는 사이가 되긴 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곧, 라즐로의 행복을 빼앗는 결과를 낳으며, 무엇보다도 일자 자신이 나중에 가서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게 될 것임을 그는 예견(豫見)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결국 릭은, 그러한 도리(道理)에 충실하기 위해, 그리고 세 사람 중 누군가 한 사람은 반드시 감내해야만 할 불행을 자신이 떠맡기 위해, 그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희생시키고 만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릭의 희생정신은 속물로 나오는 루이 레놀 대위(클로드 레인즈)마저 감복(感服)시키고 만다. 라스트에서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하자 루이는, 릭에게 "자네는 감상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애국자가 됐군." 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릭은 "글쎄, 어쨌든 이제부터는 좋아질 것 같네."라고 대답한다. 루이와 릭이 짙게 깔린 안개 속으로 걸어가면서 나누는 대화는 릭이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위해 일할 것임을 암시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폐안(閉眼 : 닫힌 눈 - 볼 수 없는 눈)’과 ‘개안(開眼 : 열린 눈 - 볼 수 있는 눈)’ 사이의 속절없는 아이러니 때문이었을 성 싶기도 하다. 예컨대, 영혼의 눈과 육체의 눈 사이의 아이러니(irony)나, 사랑과 죄(罪) 사이의 아이러니 같은 것 말이다. 언제든 나날의 삶에서 사랑은 멀고 죄는 가깝다. 남의 행복과 사랑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나의 행복과 사랑을 추구할 수 있는 지혜는, 유사(有史) 이래 늘 먼 곳에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내가 독점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그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한 또 다른 타인은, 뼈아픈 상실감의 늪에 매몰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릭,
 
당신과 함께 갈 수도 당신을 다시는 볼 수도 없어요.
이유는 묻지 마셔야 해요.
다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어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신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일자.

 

 

As Time Goes By - Dooley Wilson(O.S.T)  
 
 
 
  
La Marseillaise -Mireille Math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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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Sam. 안녕, 샘?
Hello, Miss llsa. 안녕하세요, 일사 양?
I never expected to see you again. 다시 뵐 줄 몰랐어요.
It's been a long time. 정말 오랜만이예요.
Yes, ma'am. 그렇군요.
A lot of water under the bridge. 세월이 많이 흘렀죠.
Some of the old songs, Sam. 옛 노래를 쳐봐요.
Yes, ma'am. 그러죠.
Where is Rick? 릭은 어딨어요?
I don't know. I ain't seen him all night. 저녁 내내 못 봤어요.
When will he be back? 언제 돌아오실까요?
Not tonight no more. He ain't coming. 오늘은 안 오실 걸요.
He went home. 그는 집에 가셨어요.
Does he always leave so early? 늘 이렇게 일찍 가세요?
Oh, he never. 아뇨.
He's got a girl up at the Blue Parrot. '파란 앵무새'에서 일하는 여자한테 갔을 걸요.
Goes up there all the time. 항상 거기에 가곤 하시죠.
You used to be a much better liar, Sam. 전보다도 거짓말을 못하시네요.
Leave him alone, Miss llsa. 그를 내버려 둬요.
You're bad luck to him. 당신은 그에게 불행을 줘요.
Play it once, Sam. 한 번 더 쳐 줘요.
For old time's sake. 옛날을 생각해서.
I don't know what you mean, Miss llsa.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Play it, Sam. 샘, 연주해 주세요.
Play "As Time Goes By. " '세월이 흐르면' 말예요.
I can't remember it. 잊어버렸어요.
I'm a little rusty on it. 나이 탓이죠, 뭐.
I'll hum it for you. 제가 콧노래로 부를게요.
Sing it, Sam. 노래해요, 샘.
 
 

 As Time Goes By
 
You must remember this
A kiss is still a kiss
A sigh is just a sigh
The fundamental things apply as time goes by
And when two lovers woo
They still say "I love you"
On that you can rely
No matter what the future brings, as time goes by
Moonlight and love songs never out of date
Hearts full of passion, jealousy, and hate
Woman needs man, and man must have his mate
That no one can deny
It's still the same old story
A fight for love and glory
A case of do or die
The world will always welcome lovers
as time goes by

 

 [옮겨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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