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발사 후폭풍]北 무기분야 20년 근무 탈북자 증언
북한이
8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발사 시험을 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2006년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사진)의 지시로 개발이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방과학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다 탈북한 김준익(가명) 씨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SLBM 개발은 김정은의 단독 작품이 아니라 김정일의 유훈”이라며 “옛 소련 출신 미사일 과학자
20∼30명이 북한에 머물며 미사일 개발의 핵심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본토 타격 투 트랙
전략
김 씨에 따르면 김정일은 2006년경 국방연구를 담당한 제2자연과학원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두 종류의 미사일
개발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되, ICBM이 요격될 가능성에 대비해 잠수함으로 미
본토에 접근해 발사할 수 있는 SLBM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으나 북한이 향후 SLBM을 실전 배치할 경우 완벽한 요격은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김정일의 ‘두 종류 미사일 개발’ 지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 강화를 염두에 둔 투 트랙 공격 전략인 셈이다.
북한은
이후 2009년 4월과 2012년 4월 장거리 로켓으로 광명성 2호와 3호를 잇달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매번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ICBM 개발을 위한 시도로
평가했다.
ICBM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북한은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SLBM 개발에 매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성공(2012년 12월) 이듬해인 2013년 함경남도 신포에 지상 미사일 수직발사 시험시설을
설치했다. 북한은 이후 모의탄 해상 수직발사 사출시험(2014년)과 모의탄 수중 사출시험(2015년)에 이어 이달 8일 모의탄 수중 잠수함
사출시험까지 실시하며 SLBM 개발에 한층 더 다가갔다.
○ “미사일 개발 주역은 옛 소련
과학자들”
김 씨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옛 소련 과학자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며 “옛 소련 과학자 20∼30명이 평양시
만경대구역 축전동 광복거리의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북한 미사일 개발의 중추로 활동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엔진과 동체, 연료,
송수신, 탄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이들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 향상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의 SLBM 개발 속도는 한미 정보당국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이 증언이 사실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옛 소련
과학자들은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북한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의
166(로켓공학)·628(로켓엔진)연구소에 소속돼 비행거리 향상과 요격미사일 회피 기술 발전 등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미사일 잠수함 건조 중
김 씨는 또 북한은 최근 함남 신포에 위치한 ‘봉대보일러공장’에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약
30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군수공장에 보일러공장, 트랙터공장 등의 위장명을 사용한다.
그는
“봉대보일러공장은 북한의 유일한 잠수함 건조 기지이며, 지붕을 모두 덮어 군사위성으로 잠수함 건조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봉대보일러공장이 있는 신포 앞바다 마양도에는 북한 동해함대사령부와 잠수함 기지가 있다. 또 남포 와우도에는 서해함대 잠수함 수리를 맡은
군수공장도 위치해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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