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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미군 대규모관통탄 투하시험 vs 러시아산 S-300의 방어

 

미군 대규모관통탄 투하시험 vs 러시아산 S-300의 방어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오는 30일까지인 이란 핵협상 최종 타결 시한을 코 앞에 두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P5)+독일 등 6개국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에 차세대 원자로와 최신 장비 등 민간 핵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는 핵무기 개발계획 중단 전에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등 전제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 설사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이란은 몰래 핵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협상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협상이 최종으로 결렬될 때를 대비한 플랜 B를 갖고 있으며, GBU-57 대규모관통탄(MOP)을 투하한 폭격이 그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맘대로 폭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러시아가 이란에 최첨단 방공미사일을 판매할 의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것이 이란 핵협상을 마주한 미국의 딜레마다.

◆MOP 투하시험한 미국=미국의 의회 전문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의 마이컬 카울리는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각) 미군이 지난해 B-2 스텔스 폭격기로 MOP 투하 시험을 최소 세 번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B-2는 미주리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폭격시험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B-2스텔스 폭격기와 MOP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농축시설을 겨냥한 폭탄 투하시험이었다. 나탄즈에 이은 이란내 두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인 포르도 시설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군사기지 지하 76m에 있어 통상의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의 포르도 핵농축시설 사진


이날 투하된 MOP는 지하의 견고한 시설을 파괴하는 데 안성맞춤인 폭탄으로 본래 이란과 북한의 시설물 파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성능 강철 케이스로 만든 실린더형의 이 폭탄은 20피트(약 6.1m), 무게는 13.6t이며, 5300파운드(약 2.4t)정도의 고폭탄을 탑재한다. 이 폭탄의 폭발력은 기존 벙커버스터탄인 BLU-109의 10배로 알려져 있다.

GBU-57 MOP


거대한 크기여서 이 폭탄을 운반할 수단은 많지 않다. 스텔스 폭격기 B-2가 유일한 플랫폼으로 두 발을 탑재한다. 이 폭탄은 두 발을 연달아 투하해야 파괴력이 크다. 첫 발이 지표면을 뚫어서 길을 열어주면 두 번째 폭탄이 지하 시설을 파괴한다.

2만피트(약 6.1km) 상공에서 투하할 경우 초음속으로 떨어져 토양은 약 61m를 뚫고 들어간다. 항공방산 전문지 '디 에이비에이션'은 강화 콘크리는 60m,비교적 견고한 바위는 40m 를 관통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엄청난 속도에 따른 운동에너지만으로도 큰 폭발력을 낼 수 있는데 다량의 폭약까지 있으니 폭발력은 더 커진다. 핵폭탄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폭탄 투하 시험 영상을 본 미 국방부 관계자는 "기절 초풍할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S-300 PMU-2


◆美공군기를 위협할 S-300방공망=MOP의 거대한 크기나 파괴력에도 포르도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B-2 여러 대가 동시에 떠서 GPS 로 유도되는 지점에 여러 발의 MOP를 투하해야 파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이란이 두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격절하더라도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방공망이다.

이미 러시아는 자국산 최첨단 대공미사일 시스템인 S-300의 판매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는 2007년 이란에 8억달러 규모의 S-300 PMU1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그러나 미국 주도의 이란 핵제재에 따라 러시아는 판매를 스스로 중단했고 이란은 40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P5+1이 이란과 1차 핵협상 합의에 도달하자 이란은 금수조치를 해제해 협상은 재개됐다.

러시아 방산업체 알마드 안테이의 얀 노비코프 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상업계약이 성사되면 언제라도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2010년 서방의 압력에 따라 가한 무기양도 제약을 해제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무기 인도 날짜가 언제인지, 계약이 얼마나 임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란 측은 매우 적극적이다. 모르테자 사르마디 외교차관이 며칠 전 러시아 국영 스투트니크 뉴스에 "협상에 올바라느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의 폭격을 항상 염려해온 이란은 지대공미사일이 절실했다. S-300은 고도 10m에서 27km에서 시속 1만km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으며 다수 표적과 동시교전 능력도 갖추고 있다. 최대 탐지거리는 150마일(240km)이다.

1개 포대는 미사일 발사관 각 4기를 탑재한 발사차량 6대와 표적획득 타격 지점 식별 레이더, 표적 추적 및 미사일 유도 교전레이더,지휘차량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1개 포대는 24기의 미사일을 갖추는 셈이다. 표적 하나당 미사일 2발이 3초 간격으로 콜드 론칭 방식으로 수직으로 발사됐다가 방향을 틀어 표적을 향한다.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교전 순서


표준 미사일인 48N6E 의 사거리는 최고 고도 27~30km에 5~150km다.속도는 마하 5.9정도여서 전투기나 폭격기는 걸리면 곧 죽음을 맞게 된다.더욱이 이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교전레이더는 12발의 미사일을 유도해 6개 표적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다. 차량 정지에서 미사일 발사까지는 5분이 걸린다.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모델이 여러가지라 러시아가 어떤 모델을 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당초 러시아는 S-300 PMU-1을 팔기로 했지만 PMU-2(나토명칭 SA-20)를 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1979년 첫 배치된 이 미사일은 미국의 패트리엇 지대공미사일 시스템과 필적한다.

이란이 어떤 모델이든 이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획득해 핵시설 주변에 배치한다면 미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를 240km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미군의 폭격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박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