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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35㎜ 카메라 경쟁, 2019년 '8K' 대중화 원년 만든다

[해설] 불붙은 35㎜ 카메라 경쟁, 2019년 '8K' 대중화 원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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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2.03 06:00

2018년은 가히 ‘35㎜ 광학 기기 원년’이라고 할 만합니다. 소니가 독주하던 이 부문에 광학 업계 공룡 캐논과 니콘이 나란히 뛰어들었습니다. 파나소닉도 라이카, 시그마와 손을 잡고 35㎜ 광학 기기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2018년 등장한 35㎜ 광학 기기들. / 제조사 제공
쟁쟁한 선수들이 입장했으니, 자연스레 2019년 35㎜ 광학 기기 시장 경쟁은 격화될 전망입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날카로운 무기가 필요합니다
35㎜ 광학 기기 시장에서 유효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기계 성능, 감도나 화질 등은 이미 상향 평준화된 지 오래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K UHD를 뛰어넘는 ‘8K’ 동영상 촬영 기능이 2019년 35㎜ 광학 기기 시장 경쟁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광학 및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이 주장은 제법 그럴듯합니다.

◇ 8K는 뭐가 다르고 왜 만들기 어려운가. 

우선‘8K’의 정의부터 살펴볼까요? ‘K’는 숫자 1000이자, 영상 및 사진 콘텐츠의 해상도를 일컫습니다. 8K면 해상도 중 하나가 8000이라는 뜻입니다. 영상 및 사진은 대개 가로가 긴 직사각형입니다. 화면 비율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8K 영상 및 사진의 해상도는 대개 7680 x 4320입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아무래도 역사가 긴 ‘풀 HD’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입니다. 풀 HD는 ‘2K’라고도 합니다. 2K면 2000이라는 말인데요, 실제로 풀 HD 해상도는 1920 x 1080입니다. 그 다음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 ‘4K’입니다. 해상도는 3840 x 2160입니다.

해상도가 두배가 되면? 면적은 네배가 됩니다. 면적이 네배가 되면? 더 큰 화면에서 더 선명한 화질을 볼 수 있게 됩니다. 8K는 풀 HD보다 16배 크고 선명한 화면을 만드는 셈입니다.

해상도를 곱하면 ‘화소수’가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 판단 기준인 그 화소수 맞습니다. 풀 HD는 약 200만 화소, 4K는 약 800만 화소입니다. 8K는 7680 x 4320이라 약 3300만 화소입니다.

풀 HD와 4K, 8K 화면 비교. / 차주경 기자
동영상은 사진을 1초에 여러 장을 촬영한 다음 합쳐서 만듭니다. 이 때 1초에 몇장의 사진으로 영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fps(frame per second)’가 결정됩니다. 30fps면 1초에 30장, 60fps면 1초에 60장입니다. 사진 매수가 많을 수록 영상은 더 부드러운 느낌을 냅니다. 120fp나 240fps로는 슬로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8K 해상도 영상은 3300만 화소 사진 30장을 1초만에 촬영, 합성해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중·고급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수는 2400만~3600만입니다. 연속촬영 속도는 초당 10~14장 선이고요. 영상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렇게 되면, 8K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3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로 1초에 30장 사진을 연속촬영해 소리와 함께 녹음해야 하니까요.

1분 분량 8K 영상을 만들려면 초당 30장 x 60초 = 사진 1800장을 1분 내내 찍어야 하겠군요. 사진 1장 용량을 3MB로 잡으면, 1800 x 3MB = 5400MB, 5GB 용량 메모리가 필요하고요. 물론, 이 메모리는 1초에 3MB x 30장 = 90MB 용량의 사진을 끊김 없이 담아야 합니다.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카메라와 메모리가 있을까요? 

◇ 카메라·교환식 렌즈·메모리…8K 대응 기기 어디까지 왔나?

물론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카메라와 메모리는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할 때 쓰이는 ‘시네마 카메라’가 사례입니다. 시네마 카메라의 성능은 무시무시합니다. 8K 해상도 동영상을 무려 96fps로 촬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관련 기사>IT조선 11월 13일 ‘본개막 앞둔 8K 시대…광학기기 발전 현황 살펴보니'

시네마 카메라는 덩치와 가격도 무시무시합니다. 영상 촬영 시 발생하는 열 배출용 쿨러, 8K 고해상도를 표현할 렌즈, 대용량 데이터를 다룰 메모리 등을 포함한 시네마 카메라의 무게는 5㎏(렌즈 포함)을 넘습니다. 가격은 본체만 5만달러(5600만원), 렌즈를 포함하면 10만달러(1억1200만원)에 육박합니다. 시네마 카메라는 메모리로 수백만원대 가격의 전용 SSD(Solid State Drive)를 사용합니다. 

8K 시네마 카메라 레드 몬스트로 8K. 부피가 크고 비싸다. / 레드 홈페이지 갈무리
시네마 카메라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전문가를 위한 제품입니다. 만약 일반인이 사용하는 35㎜ 디지털 카메라가 8K 영상 촬영 기능을 선보인다면, 8K 영상 대중화 시대도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현재 35㎜ 디지털 카메라용 교환식 렌즈와 저장용 메모리는 이미 8K 영상을 감당할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최신·고급 교환식 렌즈가 표현할 수 있는 화소수는 이론상 1억개를 넘습니다. 3300만 화소 8K 영상은 거뜬히 소화합니다. 저장용 메모리의 전송 속도도 8K 영상을 담는 데 필요한 90MB/s를 넘어, 그 5배인 500MB/s까지 빨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35㎜ 8K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35㎜ 8K 디지털 카메라는 ▲3300만 이상의 고화소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야 하고 ▲3300만 화소 사진을 1초에 최소 30장 이상 찍을 수 있어야 하며 ▲고화질 동영상을 즉시 처리할 만큼 강력한 이미지 처리 엔진에 ▲그에 걸맞는 렌즈 마운트와 메모리 슬롯도 장착해야 합니다.

이 정도 고성능 카메라가 언제 나올까요? 광학 기기 업계는 2019년경 8K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후보는 소니와 캐논입니다. 파나소닉도 예비 후보입니다. 이들은 8K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이미지 센서’ 설계·제작 능력을 갖췄으니까요.

8K 디지털 카메라로 유력한 후보, 캐논 EOS R.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제공
실제로 11월 27일 DC인포(DigiCameInfo)를 비롯한 일본 IT 매체는 소니의 신형 이미지 센서 개발 및 테스트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이 이미지 센서는 소니 a7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 가능한 35㎜ 규격이지만, 6000만 화소에 8K 혹은 4K 60fps 동영상을 처리할 만큼 고성능이라고 합니다. 

이어 같은날, 캐논 역시 35㎜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할 75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 중이라는 소식이 디피리뷰(DPreview)를 비롯한 해외 IT 매체로부터 전해졌습니다. 화소가 7500만개나 되면, 상대적으로 8K 영상을 만들기 쉬워집니다.

그러고보니, 캐논은 이미 35㎜ 51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물론 APS-H(35㎜보다 조금 작은 규격) 1억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개발한 전력이 있습니다. 무려 4년 전에 말이지요.

아직 소식은 없지만, 파나소닉 역시 8K 이미지 센서를 개발할 충분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파나소닉은 유기 이미지 센서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유기 물질을 사용하는 이미지 센서는 빛을 효율적으로 다룹니다. 따라서 무기 물질을 사용하는 일반 이미지 센서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4K 이상의 고해상도를 표현하는 데에도 적합합니다. 

이미 교환식 렌즈와 저장용 메모리의 성능은 8K 시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8K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 때 유일한 걸림돌이 이미지 센서였는데, 이 이미지 센서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은 12월 1일부터 8K 위성 방송을 시범 송출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와 샤프 등 IT 제조사는 8K TV를 개발,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8K 디지털 카메라가 더해진다면, 8K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우리 곁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