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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asure I

교래곶자왈&큰지그리오름] ‘제주의 허파’ 속에 숨겨진 거대한 편백나무 숲

입력 2019.11.19 17:47

휴양림 입구~오름 정상까지 왕복 8km 걷고 보는 재미 쏠쏠… 인근 매립장 악취가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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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지그리오름 탐방로에 이르면 거대한 편백나무 숲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자연휴양림을 통해 오르는 큰지그리오름(598m) 탐방로는 깊은 곶자왈 숲길과 탁 트인 오름의 전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릴 정도로 숲이 우거진 교래곶자왈에는 제주 곶자왈에 최초로 조성된 교래자연휴양림과 제주돌문화공원이 들어서 있다. 지그리란 명칭에 대해서는 무엇을 뜻하는지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다만 규모가 큰 오름을 큰지그리, 북동쪽의 작은 것은 족은(작은)지그리로 부른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들머리는 교래자연휴양림 입구다. 매표소에서 입장료 1,000원을 지불하고 휴양림 내부로 진입한 뒤 정면의 ‘오름 탐방로’를 따르면 된다. 큰지그리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총 3개가 있지만 교래자연휴양림을 통해 오르는 탐방로가 가장 잘 정비돼 있다. 남서쪽 민오름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과 북동쪽 바농오름과 족은지그리오름을 통해 오르는 탐방로도 있지만, 철조망을 넘거나 길이 도중에 끊겨 있는 경우가 많다.
휴양림 내 식수대 왼쪽에 난 길을 따른다. 곧장 깊은 원시림에 둘러싸인다. 여기서부터 큰지그리오름까지 약 2.1km의 숲길이 이어진다. 꼬불꼬불 좁다란 길 양편으로 때죽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이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고사리류의 양치식물들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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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래 곶자왈은 울퉁불퉁한 요철지형을 뚫고 자란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숲길 곳곳에서는 옛 제주도민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산전 터와 가마터도 만나볼 수 있다. 1940년대 중반까지 제주도민들은 교래 곶자왈 중심지역에서 가시덤불을 태운 후 팥이나 피 같은 작물을 경작했다고 한다. 바위가 많아 경작 규모는 크지 않았다. 수풀에 덮인 산전 터는 대강의 위치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바로 옆에 주변 방목지에서 키우는 마소가 곶자왈 내로 들어와 곡식을 먹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 지은 움막 터도 있다. 숯가마 터는 원형이 복원돼 있다. 1970년대까지 이곳에서 10가마니 미만의 숯을 소규모로 생산했다고 한다.
평지와 다름없는 숲길을 계속 따르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지나온 것과 똑같은 숲길이고 오른쪽은 초지길이다. 큰지그리오름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초지길은 4~11월에는 야생진드기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예방을 위해 출입이 통제돼 있어 동계에만 출입할 수 있다.
20분 정도 큰지그리오름 남쪽으로 둘러가는 숲길을 잇다 보면 큰지그리오름 탐방로에 이르면서 갑작스럽게 거대한 편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하늘 높이 뻗어 오른 편백나무 숲길 중간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평상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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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래 곶자왈에는 제주배꼽털달팽이,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피톤치드가 쏟아지는 편백나무 숲을 통과하면 곧장 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여기서 고도를 118m 높여야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빠듯하게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널찍한 데크의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전망대는 동쪽으로 설치돼 있지만 오히려 서쪽에 솟아 있는 한라산의 위용이 압권이다. 거친오름과 개월이오름, 살손장오리, 물장오리, 넙거리오름 등과 어우러진 한라산의 넉넉한 산세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동쪽 발아래로는 교래곶자왈의 울창한 숲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파란 하늘과 드넓은 들판 풍경이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하산로는 곶자왈을 바라보며 편백나무숲으로 곧바로 난 내리막이다. 왕복 7.6km, 약 2시간 30분 걸린다.
걷는 재미도 보는 재미도 쏠쏠한 길이지만 유일한 단점은 악취다. 곶자왈에서는 맡을 수 없지만 큰지그리오름 탐방로에 이르면 주변 회천쓰레기매립장과 목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악취가 간혹 바람에 실려 온다. 이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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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지그리오름 정상에 서면 한라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교통
큰지그리오름은 제주공항에서 21.5km 떨어져 있어 비교적 가깝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약 35분 소요되며, 교래자연휴양림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제주공항 표선, 성산, 남원 방면(1번 게이트) 정류장에서 111, 121, 131번 승차 후 봉개동 정류장에서 231번으로 환승한 뒤 교래자연휴양림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정류장에서 휴양림 입구까지 약 600m 떨어져 있다.
숙박&별미(지역번호 064)
230ha 규모의 교래자연휴양림(783-7482)에 숙박시설과 야영지구가 조성돼 있다. 현대식 휴양시설인 숲속의 휴양관은 성수기 기준 7만4,000원(1실 6명)이며, 외형은 전통초가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갖춘 숲속의 초가는 성수기 기준 7만4,000원(1동 6명)~11만 7,000원(1동 10명)을 받는다.
교래는 토종닭으로 유명하다. 교래 보건소 주변에는 닭볶음탕, 닭백숙, 닭칼국수 등을 내놓는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닭가슴살을 얇게 저며 샤브샤브로 먹는 별미인 닭샤브샤브를 내놓는 성미가든(783-7092), 직접 뽑는 생면이 유명한 교래손칼국수(782-9870), 닭고기와 각종 채소를 한껏 푸짐하게 담아내는 곶자왈손칼국수(782-9919)가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