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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53] 들쩍지근한 진동 미더덕

[김준의 맛과 섬] [53] 들쩍지근한 진동 미더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1.03.17 03:00 | 수정 2021.03.17 03:00

 

 

 

 

 

미더덕덮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미더덕을 보면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해적 생물로 온갖 눈총을 받았고, 오일장에서 해충을 파느냐며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미더덕은 진동만은 물론 마산 지역에서 아귀찜과 된장국에 꼭 있어야 할 주연 같은 조연이다. 누가 해안 벽지까지 찾아와 줄을 서서 미더덕을 먹고 사가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미더덕 주산지가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마을이다. 담정 김려는 이곳에 유배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우해이어보'를 집필했다. ‘자산어보'에는 미더덕을 ‘음충’ 속명은 ‘오만둥이’라 했다. 음충은 머리가 크고 꼬리를 바위에 붙이고 자라는 종과 호두와 비슷한 종이 있다고 했다. 미더덕과 오만둥이로 풀이된다. 바다에서 나는 더덕 모양이라 미더덕이라 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고현마을을 찾았다. 인근 섬에 들렀다가 번잡한 시간을 피해 찾았는데 여전히 붐비었다. 자리를 잡고 다른 사람 상차림을 보니 삶은 갯가재(딱새)로 입가심을 하고 미더덕덮밥<사진>으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많다. 우선 덮밥을 주문하고 미더덕 회와 미더덕 무침은 포장을 선택했다. 회나 무침은 봄철이 아니면 맛보기 힘들기에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미더덕은 3월이 제철이다. 그래서 겨울잠을 자는 몸을 깨우는 음식이라고 한다. 그 맛은 멍게와 흡사하지만 향이 더 은은하다. 진동만 어민들은 미더덕을 조미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약간 쌉쌀한 첫맛에 감칠맛이 오래 입안에 맴돈다. 그 맛을 주민들은 ‘들쩍지근하다’고 말한다.

오만둥이(왼쪽), 껍질을 벗긴 미더덕(가운데), 미더덕(오른쪽).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진동만은 고성, 통영, 거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조류가 잘 소통하고 잔잔하다. 이미 자리를 잡은 굴과 홍합 양식 어민들에게 온갖 눈총을 받으며 지켜낸 미더덕이다. 시장에서는 온갖 푸대접을 받으면서 미더덕을 팔아 쌀을 사고 생필품을 구했다. 미더덕으로 자식을 키우고 바다 마을을 지켰다. 도시로 간 자식들이 미더덕 농사를 짓겠다고 돌아오니, 이 녀석이 정말 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