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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접촉과 연결 (contact & connection) ㅡ

제313편 문학의 길을 안내하는 속삭임

접촉과 연결 (contact & connection) ㅡ     

지혜롭고 인자한 눈빛을 지닌 티벳출신 노스님이 강연을 마치고 뉴욕 출신의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기자가 받아 적을 준비를 하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강연 중에 '접촉(contact)'과 '연결(connection)'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을 좀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기자의 질문과 상관 없는 것을 물었습니다. "고향이 어디인가요?" 기자가 뉴욕이라고 대답하자 스님은 다시 물었다. "고향 집에는 누가 있습니까?"

기자는 스님이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불필요한 질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대답했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 혼자 계십니다. 형들과 누나는 모두 결혼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미소 지으며 물었습니다. "아버지와 종종 대화를 나누는가요?" 기자는 눈에 띄게 불편해졌지만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물었습니다.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눈 게 언제인가요?"

기자가 불쾌감을 억누르며 말했습니다. "한 달 전쯤 됩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스님은 더 나아갔습니다. "형들과 누나와도 자주 만나는가요? 가장 최근에 온 가족이 모인 적이 언제인가요?"

기자는 혼란스러워져서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날씨 탓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인터뷰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기자가 말했습니다. "2년 전 크리스마스 때 모였었습니다." "그때 며칠 동안이나 함께 있었는가요?" 이마의 땀을 훔치며 기자가 말했습니다. "2, 3일 정도···"

스님의 질문이 그런 식으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기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수첩에 무엇인가 적는 시늉을 했습니다.

"아버지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가요? 나란히 같이 앉아서? 함께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은 적이 언제인가요? 아버지의 기분이 어떤지 물어본 적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요?"

기자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기자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내 질문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었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대가 질문한 '접촉'과 '연결'에 대한 답이랍니다.

그대는 아버지와 '접촉'해 왔으나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연결은 존재와 존재 사이의 정신적 교감에서 일어나는 일이지요. 함께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서로를 보살피는 것이지.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대의 형제자매도 서로 접촉하고는 있지만 연결은 사라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쉽게 생각했었지만, 잊지 못할 중요한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우리는 '연결'을 자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망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쉽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뿐 접촉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혹은 휴대폰으로 쉼없이 문자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접촉을 연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오래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문화 속에서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 조차도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실패는 쉴새없는 접촉 속에서 진정한 연결을 잃어버린데 있습니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살아간다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고 노래하였다.

- 네이브블로그, 구름을 밭갈듯이, (유투브) 이석희 말/삶, 서로 접촉은 하지만 연결은 사라져 가는 세대, wiselydw (2020.06.10.)
- 네이브블로그, 바보마을, 사랑방, 삶에서 접촉과 연결이란? kcs4515 (2015.04.05.)
- 네이브블로그, 은이네우체통, 좋은 감동글, 류시화-'접촉과 연결' (2020.12.30.)
- (사진) 클로드 르 소테우스(Claude Le Sauteur, 1926~2007), 캐나다 현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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