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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가 불러올 것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가 불러올 것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 (왼쪽부터) 최대 사거리 500㎞인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미사일 지침 해제로 최대 사거리 2000~3000㎞ 이상 탄도미사일 개발도 가능하게 됐다. 최대 사거리 1000여㎞인 현무-3 순항미사일. 탄두중량 500㎏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이번 미사일 지침 해제로 탄두중량 제한도 없어졌다. photo 국방부

지난 6월 9일 과학기술정통부는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어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 소형 발사체 개발, 나로우주센터 내 민간 발사장 구축,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등이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정부가 고체연료 기반 소형 발사체 개발 목표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체연료는 비용이 액체연료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발사장비 설비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단기 발사체 개발 및 저궤도 소형위성 발사에 활용하기 유리하다.
   
   이번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안 결정에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폐지)가 큰 영향을 끼쳤다. 미사일 지침 해제는 단순히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철폐됐다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 우주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국가안보실 2차장 시절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주도했던 김현종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우주산업과 4차 산업을 위한 우주 고속도로를 개척한 ‘미라클 코리아(Miracle Korea)’의 초석”이라고 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개발에 대한 기대는 미사일 지침 폐지보다는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아르테미스 협약에 참여하게 된 것 때문”이라며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선진국과 함께 참여함으로써 우주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미사일 지침 해제로 우주발사체의 해상·공중 발사 제한이 없어진 것이 민간 우주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례로 꼽힌다. 우주발사체를 해상이나 공중에서 발사하면 지상기지에서 발사하는 경우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적도 가까운 해상에서 로켓을 쏘면 우리나라 지상에서 발사할 경우보다 짧은 거리를 비행한 뒤 궤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 항공기에서 발사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보잉사는 시추선처럼 생긴 해상 플랫폼에 로켓을 실어 적도 가까이까지 항해한 뒤 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는 ‘시 런치(Sea Launch)’를 운용해 왔다. 중국도 서해상 플랫폼에서 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해상·공중서도 우주발사체 발사 가능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미사일 지침에 묶여 해상이나 공중 플랫폼에서 우주발사체를 쏠 수 없었다. 정부는 미사일 지침 해제에 따라 국내 유일 우주발사장인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민간 발사장을 구축키로 했다. 고체연료 기반의 새 발사장은 2024년까지 건설하고, 2030년에는 액체연료 발사체도 이용할 수 있는 범용 발사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우주발사체 공중발사의 경우 공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여러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수송기나 전투기를 활용해 초소형 또는 소형위성을 저궤도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ADD는 우주발사체와 별개로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에서 요격미사일을 쏴 저궤도 인공위성이나 초기 상승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한국형 GPS’로 불리는 KPS 구축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위성항법 협력 공동성명’에 따른 것이다. 미국 GPS와의 상호 운용성이 강화된다면 한반도 인근의 위치 정보 정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KPS 는 미 GPS가 교란에 의해 마비될 경우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비된 미 GPS 대신 우리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유도하고 위치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사일 지침 해제는 무인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인기, 보다 강력한 순항(크루즈) 미사일 개발에도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래 미사일 지침에는 무인항공기(UAV)도 규제 대상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UAV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2012년 개정을 통해 무인기의 탑재 중량 상한을 500㎏에서 2.5t으로 늘린 중형 무인기 개발이 가능해졌다. 이는 미국의 장거리 고고도 전략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무인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에 미사일 지침이 완전히 폐기돼 탑재 중량 2.5t 이상인 대형 무인기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현재 군에서 개발 완료단계인 중고도 무인기 등에 보다 많은 무기와 장비를 실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또는 향후 러시아의 차세대 무인전투기 S-70 아호트니크-B(Okhotnik-B)처럼 3t 이상의 임무 장비와 무장을 장착하는 무인전투기도 개발, 원거리 함대 엄호 임무, 탄도탄 요격 공중 초계, 초장거리 침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장거리 고성능 무인기 개발은 보다 강력한 순항미사일 개발도 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다. 종전 미사일 지침상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제한은 없지만 탄두중량 한계는 500㎏이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최대 사거리 1000㎞인 ‘현무-3’를 개발, 배치했다. 이론상 탄두중량을 줄이면 사거리는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군 당국은 최대 사거리 1000㎞, 탄두중량 500㎏ 미만인 순항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 탄두중량 500㎏ 이상인 순항미사일도 개발이 가능해져 주요 지휘시설 벙커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도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의 대표적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탄두중량은 450㎏이다. 이제 토마호크보다 강력한 순항미사일도 개발,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과 ADD가 미 육군이 미래 핵심 무기체계로 점찍은 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 미사일과 유사한 사거리와 특성을 지닌 새로운 형태의 탄도미사일도 개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RHW 미사일은 탄두 부분에 초고속 비행이 가능한 극초음속 글라이더 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를 장착한 무기다. 최대 사거리가 2775㎞ 이상이고, 요격이 어려워 미국의 대중국 대응전략 핵심 전력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략군, 전략사령부 창설 필요”
   
   전문가들은 우리가 이번 미사일 지침 해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제도적 개선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과기정통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돼 있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하고 과기정통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공동 부위원장을 맡는 등 군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주 의원(민주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사일 지침 해제를 계기로 전략군과 전략사령부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며 “군사위성을 통제, 관리하고 민간 위성을 보호하는 등 국방장관에게 우주 분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