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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6] 아프간 같지 않기를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6] 아프간 같지 않기를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08.25 03:00

 

 

 

 

 

김규나 소설같은 세상/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탈레반은 큰 집을 찾고 있었다더구나. 그들은 하산에게 집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자기들이 들어와 살겠다고 했대. 하산이 다시 항의를 했지. 그랬더니 거리로 끌고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하고는 뒤통수를 쏴 죽였다는구나. 하산의 아내 파르자나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자, 그녀도 쏴 죽였단다. 그자들은 그게 정당방위라고 했단다. -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중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했다. 대통령은 돈 보따리를 싸들고 일찌감치 도망갔고, 국민은 각자도생해보겠다며 공항으로 달려가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은 총을 들고 거리로 나가 전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색출하고 있다. 저항할 수 없도록 시민들을 위협하며 여성 혼자 집 밖에 나왔다는 이유로 즉결 처형도 서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40년간 평화를 찾아 헤맨 아프간 사람들을 버려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소련 침략으로 아프가니스탄이 공산화되었을 때, 숙청을 피해 망명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서 작가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프간 국민은 공산주의, 부패정권, 탈레반 틈바구니에서 끝없는 고통을 겪었다.

 

작가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의 아미르도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어린 시절 충직했던 하인, 자신이 도둑 누명을 씌워 내쫓았던 하산이 그들이 살았던 저택을 지켜내려다 탈레반에게 총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미르는 하산이 남긴 아들을 구하기 위해 탈레반이 점령하고 있는 지옥, 약탈과 학살이 난무하는 카불로 향한다.

미국이 지난 20년간 지원했던 100조원어치의 첨단 무기와 장비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정치인, 고위 관리들이 장비를 팔아넘겼고 군인들도 무기를 버리고 달아난 탓이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미 연합훈련 전면 중단, 전작권 환수,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주장하며 ‘주한미군 물러가라’ 외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프간과 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규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