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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세계 3대 진미 트러플 즐기는 하늘 위 미식가

세계 3대 진미 트러플 즐기는 하늘 위 미식가

파타고니아 숲에 사는 두 종의 새
송로버섯을 일부러 찾아 먹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11.03 13:00

 

 

 

 

 

남미 파타고니아의 숲에서 송로버섯을 즐기는 미식가 새인 '검은 목 후에-후에'(왼쪽)와'추카오 타파쿨로'./위키미디어

하늘에도 미식가들이 있었다. 새들이 푸아그라(거위간), 캐비어(철갑상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곱히는 트러플(송로버섯)을 즐긴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땅속에 사는 송로버섯은 사람을 포함해 포유동물만 찾아 먹는다고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매슈 스미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남미 남쪽 파타고니아 지역의 숲에 사는 새 두 종류가 땅속에 있는 송로버섯을 찾아 먹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남미 파타고니아 숲에서 발로 땅을 파면서 송로버섯을 찾는 검은 목 후에-후에./미 플로리다대

송로버섯은 땅속에서 자란다. 동물이 찾아 먹지 않으면 포자를 퍼뜨릴 방법이 없다. 연구진은 파타고니아 숲에 사는 새인 ‘추카오 타파쿨로’와 ‘검은 목 후에-후에’가 송로버섯을 먹을 뿐 아니라 일부러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스미스 교수는 “이전까지 포유류만 송로버섯을 먹고 포자를 퍼뜨린다고 알려졌지만 이번에 새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과거 파타고니아의 토양을 조사하고 땅속에 있는 송로버섯을 찾아 연구했다. 그때 두 새가 연구진을 따라오면서 땅 위로 드러난 송로버섯을 쪼는 장면을 목격했다. 연구진은 새도 송로버섯을 먹이로 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8~2019년 파타고니아 700㎞ 지역에서 두 새의 배설물을 수집했다.

 

예상대로 추카오의 배설물 42%에서 송로버섯 DNA가 발견됐다. 후에-후에의 배설물은 38%가 송로버섯 DNA를 갖고 있었다.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배설물에 들어있는 송로버섯의 포자는 살아있는 상태였다. 두 새가 송로버섯 포자를 새로운 지역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남미 파타고니아 숲에서 새들이 즐기는 송로버섯은 열매와 흡사했다(a). 흰 송로버섯(b)은 자외선 아래에서 열매같은 색을 보였다(c). 송로버섯이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 열매와 흡사한 형태로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미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새가 파타고니아 숲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고 설명했다. 송로버섯은 식물 뿌리와 공생하는 균근(菌根)의 일종이다. 버섯은 식물 뿌리를 통해 탄수화물 같은 영양분을 얻고 대신 식물은 자신의 뿌리보다 훨씬 멀리 뻗어 있는 실 같은 버섯 균사(菌絲)를 통해 성장에 필요한 인과 미네랄 등을 얻는다. 새들이 송로버섯 포자를 멀리 퍼뜨리면 공생하는 식물에게도 도움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새들이 먹는 송로버섯은 후각이 뛰어난 멧돼지 같은 다른 동물이 찾는 종류와 달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새가 먹는 송로버섯의 모양이나 색이 숲에 사는 열매와 흡사했다”며 “앞으로 송로버섯이 새를 유인하기 위해 열매와 흡사한 형태로 진화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