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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줌인] 동아시아 ‘힘의 균형’ 흔드는 중국의 군사굴기

[줌인] 동아시아 ‘힘의 균형’ 흔드는 중국의 군사굴기

20년간 군사전력 급성장…”美 예상범주 벗어났다“
”中 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동아시아의 게임체인저”
美 전문가 “中, 대만 침공시 美의 핵무기 억제하고 싶어해”

입력 2021.11.16 14:00
 
 
 
 
 

중국의 핵무기 확대와 군사 전력 증강이 동아시아의 군비경쟁뿐 아니라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의 군 기술 현대화와 양적 확대가 당초 미국의 예상을 넘어서면서 양안갈등을 비롯해 남북관계 등 첨예한 군사적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동아시아에 큰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집 칼럼에서 “중국의 핵 개발로 인해 (동아시아는) 역사상 가장 큰 지정학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여년간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등 미국의 우방국이 중국과 팽팽한 균형을 맞춰왔지만, 이같은 균형이 중국의 급격한 군사전력 확대로 열세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 /조선DB

중국의 군비 증강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지속적인 위협요소로 간주돼 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의회에 ‘중국을 포함한 군사안보 전개상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21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국력에 필적하거나 이를 능가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 규모는 오는 2027년까지 700개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중국은 자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국방부가 예상한 속도보다 1년 이상 빠른 것이다. 미국의 핵탄두는 2003년까지만 해도 1만 개 가량이었지만 그 수를 줄여 현재는 3750개다.

지난 8월 중국이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시험 역시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한다. 대기권 밖으로 치솟아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대기권에 머물며 비교적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 레이더로 조기에 탐지하기 어렵다.

미국 군사전문가들도 중국의 이같은 군사 기술 진보가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달 27일 중국의 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우리가 본 것은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의 시험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그게 바로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밀리 합참의장이 말한 ‘스푸트니크 순간’은 지난 1957년 10월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면서 미국 등 서방 세계가 큰 충격을 받은 데서 나온 말이다. 기술 우위에 안주하던 미국은 이때부터 우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FT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가 여태까지 경험해본 것 중 가장 큰 지정학적 힘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 다가올 전쟁의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육해공뿐 아니라 사이버전쟁, 핵무기 등 진화하는 전쟁 수단에 대비할 수단을 당장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적 우위만 강조됐던 중국군의 현대화도 미국의 계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1월 미국의 인공위성에 관측된 중국의 신형 항공모함 ‘003형’은 기존 스키점프대 발진 방식이 아닌 갑판에서 함재기를 하늘로 쏘아 띄우는 캐터펄트(사출기)를 장착해 중국의 항공모함 기술이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조지타운대학의 케이틀린 탈매지는 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핵무기 개발이 바로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중국과 미국의 핵 전력을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상호적 취약성’의 상태를 만들어 미군의 개입을 교착상태에 만들고, 이를 틈타 대만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미국이 핵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