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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면역세포 공격해 에너지 뽑아가는 암세포 모습 포착

면역세포 공격해 에너지 뽑아가는 암세포 모습 포착

[사이언스카페]
美 하버드 의대 장해린 교수,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

입력 2021.11.24 03:00
 
 
 
 
 
암세포와 면역세포(T세포) 사이에 생긴 나노튜브의 전자현미경 사진(왼쪽). T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연두색)가 나노튜브를 통해 암세포로 전달된다(오른쪽). /Nature Nanotechnology

암세포가 자신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로부터 에너지를 훔치는 모습을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최초로 포착했다. 도둑이 경찰을 약탈하는 일이 우리 몸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장해린 교수팀은 “암세포가 주변 면역세포에 가느다란 관을 연결시켜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훔치는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1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쥐에서 추출한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같은 배양접시에서 키웠더니 두 세포가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인 나노튜브로 연결되는 걸 확인했다. 암세포는 이 나노튜브로 면역세포의 미토콘트리아를 빼냈다. 연구진은 미리 형광물질을 붙여둔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나노튜브를 통해 암세포로 전달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를 훔친 암세포는 다른 암세포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다. 반면 도둑질을 당한 면역세포는 산소 소비가 줄면서 수가 감소했다. 연구진은 사람 암세포도 나노튜브로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훔치는 것을 확인했다.

장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암 환자의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해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쥐 실험에서 기존 면역 항암제에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나노튜브를 없애는 약물까지 추가했더니 종양의 부피가 절반으로 줄었다. 장 교수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 병원에 재직 중이다.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