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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미·중·러·북 모두 달려든 시속 6000㎞ ‘극초음속’ 미사일

미·중·러·북 모두 달려든 시속 6000㎞ ‘극초음속’ 미사일

 

시민들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 관련 뉴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력 2021.12.28 13:33
 
 
 
 
 

미국·중국·러시아·북한 등 세계 각국이 차세대 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극초음속’ 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극초음속 무기는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마하 5(음속의 5배·시속 약 6120㎞) 이상 속도로 대기권을 날아 전 세계 어디든 한 시간 안에 타격한다. 지표면에 가깝게 날고, 회피 기동이 가능해 레이더가 포착하기 어렵다. 특히 포물선 궤도로 비행하는 기존 탄도미사일과 달리 원하는 방향대로 쏠 수 있어 각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이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시험발사 장면. /트위터 캡처

우리나라는 2030년대 실전배치를 목표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무기 개발과 관련된 30개 기술 과제를 선정해 국내 연구기관 및 방산업체 등과 함께 순차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들에 비해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0년대 중후반 전력화할 계획인 주변 강국들보다 시기가 늦은 데다, 목표 비행 속도도 극초음속의 초기 수준인 마하 5~7 정도여서 마하 10을 넘어서는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 속도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선도국은 러시아다. 극초음속 무기는 크게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과 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형 미사일로 나뉘는데, 러시아는 이미 HCM인 킨잘·지르콘와 HGV인 아방가르드와 등 3종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속도가 마하9(시속 약 1만1000㎞)를 넘나들고, 최대 사정거리가 1000㎞에 달하는 지르콘의 경우 최근 러시아가 연속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HCM은 순항미사일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발사 직후부터 지속해서 초저고도로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종류인 HGV 탑재 미사일은 발사 후 목표 고도까진 추진체의 힘으로 상승했다가 활공체가 분리돼 표적까지 활공하며 날아가는 방식으로, 비행경로나 고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HGV형 극초음속 무기를 전력화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경우 최대 마하 20의 속도에 사거리 5800㎞, 중국 둥펑-ZF은 최대 마하 10의 비행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9월 말 시험발사한 ‘화성-8형’ 미사일 역시 이 방식의 초기 개발형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2022~23년 전력화를 목표로 AGM-183A ‘애로(ARRW)’와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등 2종류의 HGV 탑재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미 정부는 연평균 20억달러(약 2조3700억원) 이상을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안보 동맹인 호주는 미국과 함께 비행 중인 전투기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본 역시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에 나서 2026년까지 초기형을 개발 배치할 전망이다.

미국 유타주(州) 프로몬토리에서 미 해군이 노스롭 그루먼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지상 정지 발사 시험을 육군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노스롭 그루먼 제공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무기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위협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위성과 육·해상의 각종 레이더 장비를 통해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ICBM과 달리 목표 지점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극초음속 무기를 탐지하더라도 비행 속도가 빠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극초음속 무기는 사드 같은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대응하기 어려워 방산업체들도 추진·발사뿐만 아니라 방어·대응 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북·중·러가 모두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 만큼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