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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

[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



“내 죽은 사상을 시든 잎처럼 몰아, 몰아서/ 우주 사이에 휘날리어 새 생명을 주라/ 그리하여, 부르는 이 노래 소리로//

영원의 풀무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이/ 나의 말을 인류 속에 날려 흩뜨려다오!/
내 입술을 빌어 이 잠자는 지구 위에//

예언의 나팔 소리를 외치라.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Ode to the West Wind)’ 제 5연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오 사나운 서풍이여,
너 산 가을의 숨결이여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로 시작되는
이 시의 제목은 몰라도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유명한 문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암송 내지는 인용해 보았을 것입니다.

이 시는 사회의 개혁과 혁명을 원하는 셸리의 강한 염원을
바람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의 강렬한 이상 세계의 추구와
현실 개혁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총 5연으로 구성된 연작시입니다.

셸리는 새 생명을 잉태하는 봄을 몰고 올 거센 서풍에게
미래 자신의 말을 전해줄 전령이 되어 달라고 간절하게 탄원하고 있습니다.

셸리가 태어난 영국은 서안해양성 기후대 이므로
서쪽은 봄이 오는 길목입니다.
‘서풍’은 곧 ‘봄’과 ‘희망’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서슬 시퍼렇던 군사독재 시절에 사회운동가 함석헌 옹(1901~1989)이 ‘서풍부(西風賦)’라는 제목으로 직접 번역하여 우리에게 소개했었고,

긴급조치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입니다.

마지막 행의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구절을 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희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함석헌 옹은
이 ‘서풍에 부치는 노래’를
"슬프면서도 녹아드는 혼의 기도”이자, “나를 몇 번이나 엎어진 데서 일으켜 준 시”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셸리는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 키츠(John Keats 1795~1821)와 함께
영국의 3대 낭만파 시인 중 한 사람입니다. 영국의 남부 명문 출신인 셸리는 이튼스쿨을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했으나
“진정한 종교는 자선이 넘쳐야 한다”며 진보적 사상을 담은 ‘무신론의 필요성’이란 소책자를 발간해 큰 물의를 일으켜
결국 학교에서 퇴학당합니다.

그 후 런던에서 부모의 학대를 받던 16세 소녀와 결혼한 셸리는 결혼생활이 불행했으며,
첫 부인의 자살로 인해
1816년에 급진주의 사회철학자 고드윈의 딸 메리와 재혼한 후 이탈리아에서 살게 됩니다.
시인은 그곳에서 많은 작품 활동을 했으나, 1822년 나폴리에서 요트 항해 도중 폭풍우를 만나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셸리는 사회의 관습과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항아였고,
자기중심적 사고로 점철된 철학을 사랑하고,
정통성을 경멸하는,
사회변혁에 대해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가졌던 시인이었습니다.

대개의 낭만주의 시인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소용돌이 같은 감정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바이런은 서른여섯 살,
키츠는 스물여섯 살에 불꽃같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 희망(希望), 그 모질고도 환한 힘

셸리는 마지막 죽기 직전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는
명시구(詩句)을 남김으로써
 매사 어려움과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을 갖도록 힘을 주고 있습니다.
 
셸리의 시에 나오는
멀리 있지 않은 봄은
단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겨울 뒤에 오는 자연의 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이 시의 명구절은
혹한의 겨울과도 같은 현실 뒤에 찾아오는 따뜻한 봄,
즉 희망이라는 모질고도 환한 힘이 있음을 암시하며
절망에 빠져 넘어져있는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신, 제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주기 위해 만든 ‘판도라’,
지상에 내려온 그녀가 호기심에 상자를 여는 바람에 인간에게 시련과 불행을 안겨줬지만,
놀란 나머지 급히 뚜껑을 닫은 탓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은 것 하나,
바로 생명과도 같은 ‘희망’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겨울을 인내하고 있는 꽃들

요즘 들판에 나가 보면 겨울 속에 봄이 숨겨져 있습니다.
보릿잎들은
추위 속에서도 파릇파릇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겨울나무들도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 채로 잠들어 있지만 아니하고 쉼 없이 물을 뿜어 올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화단의 벌거벗은 목련 나뭇가지 끝에도 푸르스름한 꽃망울이 방울방울 매달려있습니다.
봄에 파종하여 여름에 수확하는 봄보리보다는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의 수확량이 훨씬 많고 맛도 좋다고 합니다.

이를 춘화 현상(春化現象. Vernalization)이라고 합니다.
춘화 현상이란
봄에 피는 꽃과 작물이
겨울철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고 많은 열매를 맺는 현상을 말합니다.
       ( 중 략 )

우리 인생도 춘화 현상과 같습니다.
눈부신 인생의 꽃은
혹한의 추위와 시련을 거친 뒤에야 피는 법입니다.
인생의 열매는 가을보리와 같아서
겨울을 거치면서 풍성해지고 향기는 더욱 깊어지는 것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부터는  희망입니다.
어둠에 갇힌 캄캄한 동굴이 아니라,
겨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중략)

이백 년 전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낭만파 시인 셸리,
그 예언의 나팔소리가
쟁쟁하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 임 영 열  /  채널코리아 시민기자 )


       ****************


  ◇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일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아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의
너무나 유명한 시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푸슈킨( 1799 ~ 1837 )의 일화입니다.
 
그는 모스크바 광장에서 한 소경걸인을 발견했습니다.
한겨울인데도 걸인은 얇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광장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벌벌 떨다가 사람들의 발소리가 나면
“한 푼 줍쇼,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 하면서 구걸을 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가련했지만 모스크바에 그런 걸인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그에게 특별히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푸슈킨만은 줄곧 그를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역시 가난한 형편이라 그대에게 줄 돈은 없소.
대신 글씨 몇 자를 써서 주겠소.
그걸 몸에 붙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요.”
 
푸슈킨은 종이 한 장에 글씨를 서서 거지에게 주고 사라졌습니다.
 
며칠 후 푸슈킨은 친구와 함께 다시 모스크바 광장에 나갔는데
그 걸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불쑥 손을 내밀어 그의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나리, 목소리를 들으니 며칠 전 제게 글씨를 써준 분이 맞군요.
하나님이 도와서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게 해주셨나 봅니다.
그 종이를 붙였더니 그날부터 깡통에 많은 돈이 쌓였답니다.”
 
푸슈킨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친구와 그 소경걸인이 물었습니다.
 
“그날 써준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지요?”
“별거 아닙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라 썼습니다.”
 
사람들은 이 걸인을 보고 느꼈을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처참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봄을 기다리는(재기-再起하려는) 이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 중  략 )
실패를 걱정하지 마세요.
시도조차 하지 않아 놓치는 기회에 대해서 걱정하십시오.

  (  옮겨  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