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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공기 중 탄소 잡아먹고 세정제 만드는 미생물

공기 중 탄소 잡아먹고 세정제 만드는 미생물


美연구진 시험생산까지 성공
탄소중립 넘어 마이너스 배출 기대

입력 2022.02.23 13:00
 
 
 
 
 
클로스트리듐균(Clostridium autoethanogenum)의 전자현미경 사진. 과학자들이 이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변형시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삼아 아세톤 같은 유용 화학물질을 만들게 했다./미 미시간주립대

석유 대신 공기로 손세정제나 매니큐어 제거제에 쓰이는 화학 물질을 만드는 미생물이 개발됐다. 공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탄소 배출 감소나 중립을 넘어 아예 마이너스(-) 배출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negative)’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마이클 주잇 교수와 란자 테크(Lanza Tech)의 마이클 쾨프케 박사 공동 연구진은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클로스트리듐균(Clostridium autoethanogenum)의 물질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아세톤과 이소프로판올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세톤은 물감이나 매니큐어를 지우는 데 쓰이고, 이소프로판올은 손 세정제에 들어가는 살균 물질이다.

기본 원리는 미생물 발효다. 맥주 발효에 들어가는 효모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지만, 이번 미생물은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연구진은 실험실 발효 장치를 60배 규모로 키운 시험 생산 시설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클로스트리듐균은 아세톤 1㎏을 생산하면서 공기 중의 탄소 1.78㎏을 사용했다. 이소프로판올 1㎏ 생산에도 탄소가 1.17㎏ 들어갔다. 현재 화학 공장에서는 아세톤과 이소프로판올 1㎏을 생산하면서 각각 이산화탄소 2.55㎏과 1.85㎏을 배출한다. 연구진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160% 줄인 효과”라며 “제철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 가스를 이용하면 더 지속 가능한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로스트리듐균은 예전부터 화학물질 생산에 이용됐다. 하임 바이츠만 박사는 1910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클로스트리듐균으로 전분과 설탕을 아세톤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아세톤은 연기가 나지 않는 무연화약의 원료로 쓰여 1차 대전에서 영국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1950년대 이후 석유화학 산업이 발전하면서 화학물질 생산에서 미생물은 잊혔다가 최근 탄소 감축이 당면 과제가 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란자 테크는 2018년 제철소의 부생 가스로 미생물에서 에탄올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매년 미생물로 에탄올 9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미생물의 생산 대상을 더 확대한 것이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탄소 네거티브 효과에 대해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클로스트리듐균의 대사 경로를 최적화해 화학물질 시험 생산까지 성공한 것은 성과”라고 밝혔다. 이 특훈교수는 최근 미생물로 플라스틱의 원료인 숙신산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