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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 구출하려고…억대 포르쉐 뜯어낸 차주

새끼 고양이 구출하려고…억대 포르쉐 뜯어낸 차주

입력 2022.04.01 16:05
 
 
 
 
 

새끼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억대 스포츠카를 뜯어낸 차주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차주는 새끼고양이를 입양하려 했으나, “어미고양이가 있을 것 같다”는 수의사 조언을 듣고 원래 있었던 장소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사진작가 박재현씨 포르셰에 숨은 고양이를 빼내기 위해 차를 살펴보는 119 구급대원들/박재현씨 제공

최근 구독자 22만명을 보유한 고양이 커뮤니티 ‘집사와 고양이’에는 이와 같은 사연 글이 올라왔다. 사연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박재현씨가 직접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알려졌다. 박씨는 1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요즘 길고양이 학대 사건을 자주 접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4년 전 제가 새끼고양이를 구해줬던 기억이 떠올라서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박씨와 새끼고양이의 만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자신의 포르셰를 끌고 서울 신촌의 왕복 8차선 도로를 지나가던 중 인도 아래에서 잔뜩 겁을 먹은 새끼고양이를 발견했다. 박씨는 “인도 아래에서 고양이가 올라가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하고 있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새끼고양이를 도와주기 위해 곧바로 차를 세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박씨가 새끼고양이를 잡으려는 순간, 놀란 새끼고양이가 박씨의 포르셰 내부 휠로 후다닥 숨어버린 것이다. 박씨가 손을 뻗어 구해주려고 할 수록 새끼고양이는 더 깊숙이 들어갔다고 한다. 박씨는 “손이 고양이에게 닿기는 했지만,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양이가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절대 나오려고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박재현씨의 포르셰 속에 숨어있는 새끼고양이/박재현씨 제공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박씨는 결국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대원들은 주변 교통을 통제했고, 박씨는 견인차를 불러 포르셰를 안전하게 인근 카센터로 이동시켰다.

박씨는 카센터 사장에게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상황을 들은 카센터 사장은 박씨에게 “다른 차는 모르겠는데 사장님 차는 뜯으면 비싸다. 무조건 몇 백만원 나온다”며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씨는 “돈이야 또 벌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차를 뜯자고 했다. 박씨의 마음이 고양이에게 전달됐는지 다행히 언더커버(엔진·미션 등 주요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하부에 장착되는 커버)만 뜯는 것으로 새끼고양이를 구조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후 박씨는 새끼고양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건강검진, 영양제, 예방접종주사까지 모두 마친 후 고양이를 원래 있던 곳에 풀어줬다. 사실 박씨는 새끼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었지만,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어미의 보호를 받는 고양이 같다”는 수의사 말에 포기했다고 한다. 박씨가 이날 쓴 돈은 견인, 언더커버 교체, 동물병원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00만원 정도다.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박씨의 사연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래만에 훈훈한 사연이다”, “맨날 학대 사건만 기사로 보다가 이런 글 보니까 감동이다”, “소중한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