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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연맹 회장 “김여사 옷값 요구가 정치적? 21년간 중립 지켜왔다”

납세자연맹 회장 “김여사 옷값 요구가 정치적? 21년간 중립 지켜왔다”

[주간조선] “尹정부도 특활비 폐지 안하면 똑같이 정보공개 청구할 것”

배용진 기자
입력 2022.04.03 05:35
 
 
 
 
photo 뉴시스

최근 화제가 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관련 논란은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의 정보공개 청구가 발단이었다. 2018년 납세자연맹이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특수활동비, 옷값을 포함한 김 여사의 의전 관련 비용, 청와대 장차관회의 워크숍 때 제공된 도시락 가격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청와대가 이를 비공개 처분하자 이 처분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납세자연맹이 다시 내면서 큰 이슈로 불거졌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납세자연맹 김선택(62) 회장이 있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이 김 회장이 요청한 정보들을 공개하라는 판단을 했고, 청와대가 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다시 항소를 하자 그는 다시 이에 맞서 헌법소원까지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비 구입’ 해명으로 오히려 의혹 증폭”

지난 3월 30일 김 회장은 주간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청와대가 영부인 옷값 논란과 관련해 ‘사비로 구입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비로 썼다는 건 그간 청와대 준비서면에도 없었고 소송 중에 전혀 없었던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할 때나 법원에서도 당연히 예산으로 옷값을 지출한 걸로 전제를 하고 있었다”면서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제가 봐선 해명이 된 게 아니고 오히려 의혹이 증폭됐다”고도 했다. ‘사비로 썼으니 믿어 달라’고 해서 그걸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주장이다. 만약 제대로 된 해명이 되려면 예산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의상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든지, 일부 예산이 쓰였다고 하면 일자별 세금 지출내역 같은 증빙서류들을 제출해야 국민의 의구심이 일정 부분이라도 해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번 영부인 옷값 논란 사태를 통해 조명받았지만, 한국납세자연맹은 사실 창립 21년이 된 시민단체다. 세금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의 시민단체이기도 하다. 중견 건설사 세무팀장 출신인 김 회장은 1994년 회사가 추징받은 세금 480억원을 국세청과 맞붙어 취소시킨 뒤 세법 전문 서적들을 내고 2001년 납세자연맹을 세웠다.

“영수증 없는 2300억원, 창피한 일”

김 회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정부 각 부처의 특별활동비를 폐지하자는 차원에서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소송을 해왔다. 김 회장은 “우리 단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옷값과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정 사람을 겨냥하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활비라는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게 자기 편이라고 감싸줄 내용이 아닙니다. 납세자연맹은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8년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그때 청와대가 정보공개 처분을 하고, ‘이러저러한 점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했으면 깨끗하게 해결이 됐을 문제였습니다. 우리처럼 정치중립적으로 특활비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지지자들의 달콤한 이야기만 들으니 화를 자초한 것 아닙니까.”

납세자연맹 측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정부 부처가 사용하는 특활비는 대략 2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정원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가 사용하는 비밀 예산은 제외한 규모다.

 

김 회장은 “외교안보상 비밀이 필요한 예산이란 것과 영수증이 필요 없는 예산이란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외교안보와 관련된 예산은 보안상 대부분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나 총리실 등의 기관이 영수증 없이 예산을 쓰는 경우는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그래도 K드라마 같은 걸 보면 외국에서 ‘저 나라 괜찮아 보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국민 세금을 영수증 없이 2300억원이나 쓴다는 건 굉장히 창피해질 사안”이라고 했다. “대통령, 총리, 감사원장, 헌재 소장까지 이렇게 국민 세금을 영수증 없이 마구 쓴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공무원은 큰돈을 버는 자리가 아니고, 큰돈을 벌려면 공무원을 하면 안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영수증이 필요 없는 활동비인 특별활동비는 모든 부처에서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외교안보상 비밀스럽게 집행해야 하는 예산은 국정원과 외교부 예산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21년간 정치중립 지켰다”

최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이 논란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납세자연맹의 활동에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납세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 뒤에 숨어 공격을 한다는 의구심이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우리는 국가로부터 21년간 정치중립을 지키면서 한 점 의혹이 없는 단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에서 정치중립적으로 일하기가 힘들다. 한쪽으로 붙으면 그쪽으로부터 비용 지원도 받고 할 텐데, 대중의 인식 수준이 단편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 납세자연맹 홈페이지에 와서도 비방 댓글을 달고 하시는데, 세상이 그렇게 이분법적인 게 아니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김 회장은 정치 풍토가 갈수록 이분법적이 되면서 최근에는 활동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점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납세자연맹은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납세자의 권리를 찾자는 차원에서 특활비 관련 운동을 전개해 왔는데, 이런 운동이 최근에는 진영을 나눠 싸우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 회장은 “요즘 저희끼리 이게 소송을 계속 진행할 공익이 있나까지도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오는 5월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특권을 내려놓고 소통하겠다’고 하는데, 소통하겠다는 건 기자들과 브리핑을 자주 한다고 해서, 밥을 자주 함께 먹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김 회장의 일침이다.

김 회장은 “가장 중요한 건 정보공개다. 세금을 쓴 내역, 그리고 일을 한 내용, 의사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이걸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려놓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도 특활비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것이고, 청구를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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