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최고 공대가 세계 30~40위, 암울한 미래 먹거리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 인재를 키워야 할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세계 경쟁력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 조사 결과 컴퓨터공학·정보시스템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에서 카이스트와 서울대 두 곳만 겨우 세계 30~40위권에 들었다. 반면 카이스트를 모델 삼아 30여 년 전 설립된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싱가포르 국립대, 중국 칭화대 등이 6~15위로 세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 공대들은 미국, 유럽 대학은 물론이고 아시아 경쟁국 공대들보다 한참 아래에 처져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경제, 군사·안보, 인간 생활 전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 공대의 추락은 국가 차원의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기술 경쟁력의 사활이 걸린 인재 확보에 실패하면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조짐이 오래전부터 나타났는데도 정부와 대학이 세계적 변화에 뒤처져 이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대는 AI 인재를 배출할 대학원 정원을 당장 500명 수준으로 늘려도 될까 말까 한데 수도권 대학 총정원을 동결한 정부 규제에 묶여 한 해 40명밖에 못 뽑고 있다. 4차 산업 필수 인재를 키우는 컴퓨터공학과 정원도 동결된 상태다. 정부가 정원을 늘려주지 않으면 대학이 학과 간 정원 조정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원 축소에 반발하는 교수들 저항에 부딪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다. 기가 막힌 현실이다. 일본은 대학·대학원생 50만명에게 AI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중국은 ‘AI 인재 100만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는 규제 못을 빼지 않고, 대학은 학과 간 밥그릇 싸움에 갇혀 있다. 국가적 자해나 다름없다.
한때 첨단산업의 흐름에 먼저 올라타 한국이 세계 최강이 됐던 반도체도 산업 현장에 투입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절절매고 있다. 정부는 ‘K반도체’ 운운하며 거창한 구호만 남발할 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은 거의 변화가 없다. 낡은 정부 규제와 교수 기득권에 발목이 잡혀 있는 대학 교육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공대 부활은 요원하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Current I'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수완박 입법 폭주...국회 해산이 답? (0) | 2022.04.18 |
---|---|
文, 김오수 검찰총장 사표 반려… 靑 "추가로 드릴 말씀 없다" (0) | 2022.04.18 |
[사설] 文 임명 검찰총장 두 명째 옷 벗게 만든 ‘검수완박’ 폭주 (0) | 2022.04.18 |
민주 김해영, 검수완박 공개비판 “검찰을 악당 규정... 궤멸시키겠단 것” (0) | 2022.04.18 |
고검장 회의 종료... “文대통령·총장 면담 결과 본 후 입장 발표” (0) | 2022.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