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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구로 더러운 공기가 들어오네? 단박에 해결한 20억원 아이디어

환기구로 더러운 공기가 들어오네? 단박에 해결한 20억원 아이디어

[창업 노트 훔쳐 보기] 천장 환기구 대체해 외부 유입 오염물질 제거하는 공기청정필터 개발

김수지 더비비드 인턴
입력 2022.05.20 06:00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2019년 거래처 미팅 중이었다. 커피잔을 집어 올리는 순간, 커피 위로 무언가가 내려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뽀얀 먼지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청소하지 않은 환기구에 뽀얀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환기구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였다. 미팅 내내 커피와 먼지를 같이 마셨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천장형 공기청정 필터 ‘익스퓨리’를 만든 차민수(38) 에코로셀 대표의 창업 계기다. 익스퓨리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각종 오염 물질을 걸러주는 공기청정 필터인데, 천장 환기구에 돌려 끼우기만 하면 된다. 차 대표를 만나 개발기를 엿봤다.

직장인 시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커피 위에 내려 앉은 먼지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익스퓨리’를 만든 차민수 에코로셀 대표. /더비비드

◇초등생도 설치할 수 있는 익스퓨리 공기청정 필터 개발 노트

가정이나 사무실의 환기구는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공기가 더럽다면 환기를 안하니만 못한 일이 된다. 에코로셀의 익스퓨리는 환기구를 대체하는 공기청정 필터다. 외부 공기가 이 필터를 통과하면서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로 바뀐다.

익스퓨리 설치 전후 비교 이미지 /에코로셀

시공 필요 없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가정용과 상업용 두 종류다. 가정용의 경우 환기구를 돌려서 뚜껑을 뺀 후 익스퓨리의 부속품인 후크를 이용해 환기구에 본체를 거는 방식이다. 이후 시계방향으로 돌려 주면 설치 끝이다. 상업용은 자석을 이용해 부착하는데 환기구 가까이 본체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붙는다.

2.5㎍(마이크로그램) 이하의 초미세먼지까지 걸러 준다. 천장을 뜯어야 하는 대규모 공사가 필요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전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전선 공사도 필요 없다. 환기구를 가동하면 공기청정도 동시에 되는 것이다. 온라인몰(https://bit.ly/3sOfGur)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상업용과 가정용 익스퓨리. /에코로셀

차민수 대표는 2010년 목포해양대 조선해양과 졸업 후 조선 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건국대 MBA를 나와 공조 배관 관리 회사에서 11년간 일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카페에서 미팅하던 중 커피 위로 먼지 같은 것이 우수수 떨어지더라고요. 대체 어디서 날아왔나 보니 환기구가 새카맣더라고요. 공조 배관 회사 직원이다 보니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군요.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환기구 칸막이를 살펴보니 말도 못 하게 더러웠어요. 수북한 먼지 사이에 벌레 사체가 엉켜있기도 했고요. 저런 것들이 몸 속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소름끼치면서 끔찍했어요.”

직장인 시절 차민수 대표. 공조, 배관 회사에서 약 11년간 일했다. /차민수 대표 제공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천장형 공기청정 필터 제품을 찾아봤다. “기존 제품은 설치 과정이 복잡하더라고요. 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천장형 공기청정 필터를 직접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회사를 관두고, 2020년 4월에 익스퓨리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1. 적을 알아야 필승, 경쟁 제품 분석부터 (발상 및 기획, 2019년 4월~2019년 12월)

차별화를 위해 기존 제품을 낱낱이 분석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4가지 제품을 살펴봤습니다. 대부분 천장을 뜯어내는 대공사를 해야하거나, 건물 설계 때부터 설치해야 하는 제품이더라고요. 사용자가 직접 설치할 수 없으니, 필터 관리도 직접 할 수 없었죠. 환기구에 직접 부착할 수 있는 형태가 있긴 한데 필터 성능이 좋지 않더군요. 설치법을 간편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공기 청정 효과까지 끌어올려야 했어요.”

상업용 에코로셀을 설치하는 모습. 환기구에 가까이 갖다 대기만 하면 붙는다. /에코로셀

2. 될 때까지 개발 도전 (개발 및 수정, 2019년 8월~ 2021년 3월)

상업용 시제품부터 만들기로 했다. 2020년 8월 시제품이 나왔는데,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제 생각보다 훨씬 엉망이었어요. 볼트를 돌려서 설치해야 하니까 설치가 편하지도 않고, 제품이 무거워서 팔이 아프더라고요.”

간단한 설치법을 궁리하다 자석을 떠올렸다. “환기구가 주로 철제라서, 자성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탈부착할 수 있을 거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케이스를 자석으로 만들었죠.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석의 적절한 세기를 찾기까지 무척 힘들었거든요. 자석 강도를 40~50번 정도 조절하는 작업을 거쳐 적당한 세기를 찾았습니다. 이후 다음 과제로 필터 흡입력을 끌어올리는 게 남았습니다.”

익스퓨리는 H13 등급의 헤파필터를 사용해 극도로 미세한 입자를 대부분 걸러낼 수 있다. /에코로셀

먼지 거르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헤파필터’를 쓰기로 했다. “극도로 미세한 입자를 대부분 걸러낼 수 있는 고성능 헤파필터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등급인 h13 헤파필터는 무균실, 의학실험실 등에서 사용되죠. 좋은 필터를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필터를 층층이 설계해서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총 3번의 개선을 거쳐 최종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3. 진짜 좋은 제품은 가격이 싸야 한다 (개발 및 생산 2019년 9월~2021년 3월)

익스퓨리 천장형 공기청정기 본체, 부속품 등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는 차민수 대표. /더비비드

가정용 제품 개발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가정용 환기구는 ABS(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어서 자석이 안 붙어요. 대신 ‘후크’라 불리는 다줄 나사(2개 이상의 나사산을 갖는 나사)로 탈착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딱 3번 돌려서 설치할 수 있죠.”

바람이 내부, 외부로 순환할 수 있는 스크류 구조로 디자인했다. “익스퓨리 본체에 동그란 구멍들이 있어요. 공기가 잘 순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구멍의 안쪽에는 얇은 칸이 있습니다. 탁한 공기는 빠져 나가고, 깨끗한 공기만 실내에 골고루 퍼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죠.”

실내 골프장과 병원에 설치한 상업용 익스퓨리. /에코로셀

제품 신뢰도를 입증하기 위해 흡입 테스트도 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52㎍일 때 약 15초 이내에, 미세먼지 농도가 96㎍ 크기일 때 35초 이내에 0㎍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반응 확인과 가격 설정이 남았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주변에 의견을 물었더니, ‘제품 괜찮다’는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가정, 학교, 기업 등 다양한 곳에 쉽게 설치할 수 있어 시장성이 높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가격 경쟁력이 1순위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제조 단가 등을 고려해서 1개에 3만원대로 결정했습니다.”

4. 전시회, 아파트 납품 통해 제품 인지도 제고 (최종 완성 및 출시, 2021년 3월)

가정용 에코로셀을 설치하는 모습. /에코로셀

상업용은 2021년 3월부터, 가정용은 2022년 3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상업용의 경우 스테인리스 재질의 환기구가 있다면 설치 가능합니다. 20~30평대 공간에선 5~6대 정도 정도 설치하면 좋은데요. 천장에 있는 환기구마다 설치해주면 좋습니다. 공기청정 필터가 있다면, 없는 공간에만 설치하면 됩니다. 가정용 제품은 2008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및 오피스텔에는 전열교환기가 의무 설치돼 있습니다. 전열교환기로 통하는 환기구에 설치하면 됩니다. 거실, 안방, 작은방 이런식으로 한 개씩 설치하면 됩니다. 이렇게 여러개 설치해도, 다 합해서 10만원 대에 모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상업용만 판매했던 2021년 4억8000만원의 매출이 났다. “산업 전시회, 창업 벤처 전시회 등 각종 전시회를 홍보 창구로 활용했습니다. 인천철도공사, IBK 기업은행 등의 기업이 전시회에서 저희 제품을 보고 연락한 기업들에게 상업용 익스퓨리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가정용은 전시회나 아파트 커뮤니티 통해 제품을 팔았는데요. ‘여자 혼자 설치할 수 있어 좋다’, ‘벽지 손상 없이 쉽게 설치할 수 있어 용이하다’ 등 반응이 나왔습니다.”

온라인몰(https://bit.ly/3sOfGur)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자본, 인력 등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직접 생산’을 고집한다. “인건비가 싼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죠. 하지만 기술과 디자인이 유출될 우려가 있어요. 공장 부지를 찾다가 근처에 창업 지원 시설이 많은 경기 화성시 향남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초기 비용과 수고가 많이 든 만큼, 장점이 많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모든 환기구의 사이즈가 같지 않은데요. 공장이 있어야, 소비자가 요구하는 크기의 청정기를 즉각 만들 수 있습니다. 아웃소싱(외주를 맡기는 것) 방식이면 불가능한 일이죠.”

◇해외 수출 시작

차민수 에코로셀 대표. 익스퓨리를 해외에 수출해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다. /더비비드

올해 목표는 연매출 20억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제품을 팔고 있는데요. 가정용과 상업용 모두 해외에 수출할 예정입니다. 이미 미국 아마존에 입점했고요. 인천국제공항과 진행하는 ‘시장개척사업’에도 참여했습니다.”

창업 초기엔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 제품을 언제 판매하는 것이 좋을지, 개발 비용은 얼마나 할 지, 회수할 수 있는 돈은 어느 정도로 할지, 빚은 얼마나 낼지 등 계획을 세세하게 짜야해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돌아갈 경우도 대비해야 하거든요. 이전 회사에 있을 때 신규 사업을 많이 진행했어요. 잘 된 사업도 있었지만, 잘 안된 사업도 많았죠. 평소 많이 공부해 놔야 문제가 생길 때 좋은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창업과 관련한 지식을 충분히 쌓고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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