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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낳은 우크라 전쟁과 인플레이션

금융위기가 낳은 우크라 전쟁과 인플레이션

blueg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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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가 낳은 우크라 전쟁과 인플레이션 2008년 금융 위기는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침체기(Great Recession)라고 부른다. 그만큼 파괴적이었다. 위기의 진앙지 미국의 GDP는 2011년이 돼서야 2007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민생 회복에는 더 긴 기간이 소요됐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은 2014년, 실업률은 2016년에야 회복됐다. 미국만이 아니었다. 2009년 두바이의 파산, 2011년 남유럽 재정 위기에서 보듯 금융 위기의 충격파는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금융 위기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변화를 초래했다. 1983년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한 후 신자유주의 경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 호황을 가져왔지만 부의 양극화라는 그림자 역시 길게 드리웠다. 금융 위기는 이러한 성장과 분배의 이해 상충 정점에서 터졌다.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가 공산 체제의 종말을 가져온 것처럼 금융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불러와 갈등과 대립이 본격화되었다. 금융 위기 치유 과정에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금융 위기 해결은 통화 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선진국 대부분이 위기 이전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지출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와 제로 금리 등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다. 돈을 풀면 두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분배 악화다. 돈이 흔해지니 돈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융시장 접근 차별화와 자산 가격 앙등으로 분배는 더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한때 디플레이션 우려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다 보니 각국 통화 당국은 더 공격적으로 통화를 팽창했다. 이로 인해 위기는 극복했지만 분배는 더 왜곡됐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승자 독식 현상까지 배가되면서 갈등은 더 첨예화됐다. 그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각국 통화 당국은 다시 동일한 방법으로, 그러나 훨씬 더 압도적 규모로 대응했다. 미 연준은 금융 위기 후 5년간 풀었던 통화량과 유사한 수준의 통화량을 단 석 달 동안 풀었다. 금융 위기 후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았다는 경험이 독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금융 위기와 달리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상을 가해 공급을 위축시켜 수요 회복 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금융 위기 이후 잠복기를 거친 인플레이션의 보복이 본격화된 것이다. 금융 위기가 초래한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신뢰의 붕괴와 부의 불평등은 정치 지형에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초기엔 2010년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 억압적 독재 권력에 맞선 혁명이 중동권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자 이러한 틈을 타고 자유 무역과 자원 가격 상승으로 부를 축적한 중국과 러시아 등 현 또는 구 공산권 국가들에서 과거 공산주의 시절에 준할 정도로 독재 권력이 부활했다. 사실 이 국가들의 불평등 정도는 서구 국가들 못지않다. 시진핑이나 푸틴은 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애국’을 전면에 내세우고 내적 갈등과 불만을 외부로 돌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이런 와중에 발발했다. 서구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이다. 반(反)이민이나 인종차별같이 최소한의 ‘정치적 올바름’도 무시하고 대립과 증오에 기대는 정치가 판을 친다. 트럼프가 그러더니 최근 프랑스에는 마린 르펜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대선에서 약진했다. 중남미권은 극좌 포퓰리즘으로 망가진 지 오래지만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을 통과시키려다 여야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 범위에서 자신들만 제외하는 후안무치한 타협으로 종결하려 하고 있다. 경제의 양극화가 정치의 양극화를 불러오면서 내 편만 끌어안는 정치, 칼 융이 얘기한 ‘셀프’(본능적 자아)만 있고 ‘페르소나’(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자아)가 실종된 천박한 정치가 지구촌 곳곳에서 판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균형(equilibrium)을 통해 질서가 성립한다는 측면에서 유사성을 갖고 있다. 서로를 지탱하는 양익(兩翼)의 관계다. 금융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더니 정치 역시 그야말로 최소한의 철학적 가치마저도 실종되었다.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검수완박은 금융 위기가 불러온 ‘각자도생’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 후유증보다 더 지독한 금융 위기 후유증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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