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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과소비, 남편의 은퇴가 기약없이 미뤄진다

오늘의 과소비, 남편의 은퇴가 기약없이 미뤄진다

[왕개미연구소]

입력 2022.06.14 14:22
 
 
 
 
 

“한 달 식비, 얼마나 쓰시나요?” “식비 아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정된 예산으로 식탁을 차려야 하는 주부에게 고물가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敵)이다. 다른 집은 식비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식비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 상담글이 끊이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하루 식비 1만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알뜰 주부 서미숙씨에게 해결책을 들어 봤다. ‘찜질방 매점 이모’에서 ‘25억 자산가’로 변신한 서씨는 올초 ‘50대에 도전해서 부자 되는 법’이란 책도 펴낸 재테크 작가다. 집값 상승기에 과감히 투자해 자산을 불렸다.

그는 가계 지출을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바로 식비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식비 다이어트 특강을 들은 수강생만 벌써 500명이 넘는다. 4인 가족이 1주일에 7만원으로 먹고 살기, 과연 가능할까?

서씨는 충동구매를 꾹 참았을 때 금액과 품목을 절약 노트에 써보라고 권했다. 한 달 뒤에 노트를 보면 '이렇게 많이 사고 싶었나' 하면서 다들 깜짝 놀란다고 한다. 카페나 홈쇼핑, 편의점 등 잡동사니 소비도 줄일 수 있다고 서씨는 조언했다.

–식비를 줄이고 싶다는 주부들이 많다.

“식비는 다이어트와 똑같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해야 해서 굉장히 힘들지 않나. 식비 절약도 마찬가지다. 1단계는 외식(배달)을 끊는 것이다. 그리고 주부가 밥을 해야 한다.

평소에 식사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건강하고 예쁜 몸매라는 큰 보상이 있듯, 식비 절약에 성공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다. 1만~2만원 정도가 아니라 수십만원씩 생활비가 줄어든다.

이렇게 아껴서 모은 돈은 미국 배당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무조건 아끼기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투자해서 성취감을 느껴야 지속 가능하다.”

–1주일 식비 7만원은 가능한가.

“가족 중 청소년이 있거나 5인 가족이라면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단 1주일 식비 7만원 프로젝트는 무기한이 아니라, 한 달, 3개월, 6개월 등 기한을 정해놓고 시작하면 좋다.”

우선 통장에 1주일 식비로 7만원만 넣자.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안 되고, 딱 1주일치 식비만 넣어 놔야 긴장하며 살 수 있다. 이후 1주일마다 7만원씩 입금되도록 자동 이체를 걸어두고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절약한다고 외식 한 번 못하면 서러우니까, 한 달에 5만~10만원씩 ‘가족 외식비’라고 명칭을 붙여서 별도로 돈을 모으는 것도 추천한다. 시가나 친정에서 음식을 주시면 ‘감사합니다’하고 냉큼 받아와야 한다.”

한우 미역국만큼이나 맛있다는 참치 미역국. 국간장, 참치통조림 기름, 마늘 넣고 소금간해서 팔팔 끓인다. 서미숙씨는 "만들 때 한솥을 끓이고 통에 조금씩 담아서 냉동시킨다"고 말했다./서미숙씨 제공

–식비는 어떻게 줄이나.

“식재료를 소분해서 냉동하는 것이 비법이다. 나는 이렇게 해서 한 달 40만원의 식비를 줄였다. 옷장 정리할 때 옷을 전부 꺼내야 하듯, 냉장고 안에 든 것을 전부 꺼내야 한다.

냉동실 재료도 6개월이 넘었으면 상했으니 오래된 것들은 버려야 한다. 냉장실에서 시들어 가고 있는 재료들도 꺼내서 반찬으로 만들어 놓자. 이렇게 청소하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채 까맣게 잊었던 전복, 갈치, 한우 등 득템 재료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1주일 이상 냉파(냉장고 파먹기)가 가능하다. 그 다음에 장을 보러 가면 되고, 장본 물건들을 냉장고를 채워 넣을 때 ‘냉장고 지도’를 만들어 두자. 냉장고 지도는 냉장고 안에 재료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미리 적어두는 것이다.”

–장보는 요령도 알려 달라.

“장은 공복에 가면 안 된다. 배가 고프면 많이 사게 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가면 안 되고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장보기는 30분 내에 끝내야 한다. 미리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 정하고 가기 때문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달걀, 멸치, 감자 등은 가격은 저렴하면서 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장은 1주일에 2번(월, 금)만 봐야 한다. 월요일은 반찬하는 날로, 밑반찬을 만들고 국을 두세가지 끓여 냉동해 둔다. 목요일 저녁까지 국을 번갈아 먹고, 금요일엔 주말까지 먹을 것을 산다. 주말은 특별식으로, 외식으로 먹는 요리를 하면 좋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4% 상승했다.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통계청

–냉동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한 가지 재료를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가령 무를 샀다면 3분의 1은 소고기뭇국에 넣고 3분의 1은 어묵탕용 무로 썰어서 냉동하고, 나머지는 무생채를 해서 달걀부침과 비벼 먹는 식이다. 썰어 놓은 파도 냉동할 수 있다. 어묵도 통째로 얼리지 말고 썰어서 얼리면 김치찌개나 어묵조림, 떡볶이 등에 쓸 수 있다. 국과 탕, 볶음 종류도 냉동하기 좋다.

대안 재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한우미역국 대신 참치미역국, 일반잡채 대신 어묵잡채로 바꾸면 재료비는 적게 들면서 맛도 좋다.

불고기도 냉동하는데, 고기만 재서 냉동하기보다 채소까지 다 넣어서 얼리면 좋다. 정작 먹을 때 채소가 집에 없을 수도 있어서다. 나물은 삶아서 물과 함께 냉동하면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다. 생선도 한 마리씩 포장해 보관하고 돈가스도 개별 포장해서 얼린다.”

–나는 아끼고 싶은데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다.

“아주 예민하면 ‘냉동’한 음식을 눈치챌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일단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와이프가 식비를 아껴보겠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남편들은 오히려 기특해 하고 도와주려고 한다. 좋아하면서 본인 용돈으로 오히려 한끼 재료를 사다주기도 한다.

우리가 받는 월급은 단순히 한 달에 한 번 타는 돈이 아니라, 훗날 돈벌이하지 못할 때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니 월급을 받는 족족 다 쓰면 안 된다. 밥상은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외식과 배달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냉동실에 먹을 게 가득차 있으면 돈쓰기 유혹이 사라진다.”

♥취재후기♥ 서미숙씨가 뚝딱 만들어 먹는 메뉴로 추천해준 크래미어묵김밥. 준비물은 어묵과 크래미. 어묵은 잘게 썰어 볶아주고 매콤하게 먹고 싶다면 청양고추 추가. 크래미는 찢어서 마요네즈, 머스타드와 섞어준다. 참기름으로 간을 한 밥에 재료를 얹고 싸면 끝. “간단하지만 엄청 맛있다”는 서씨 추천에 기자도 퇴근길에 어묵과 크래미를 사서 만들어봤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해서 5번 싸야 했다./서미숙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