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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아메리카원주민은 동아시아인의 후손, 유전자 증거 찾았다[사이언스샷]

아메리카원주민은 동아시아인의 후손, 유전자 증거 찾았다[사이언스샷]

입력 2022.07.15 08:15
 
 
 
 
 
중국 윈난성의 한 동굴에서 발굴된 1만4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 여성의 두개골./중국 쿤밍동물학연구소

아메리카 원주민이 동아시아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유전자 증거가 나왔다. 고대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던 시기에 살았던 동아시아인의 두개골에서 아메리카 원주민과 동일한 유전자가 나온 것이다.

중국 과학원 쿤밍동물학연구소의 빙 수 박사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1만4000년 전 중국 남서부에 살았던 여성이 현생 인류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며 유전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이어진 동아시아인들과 연결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고대 인류의 혼혈 아닌 현생 인류 조상

연구진은 1989년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동굴인 마루동(馬鹿洞)에서 발굴된 사람의 두개골을 분석했다.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 이 두개골은 플라이스토세(약 258만 년 전~1만 2000년 전) 후기인 1만4000년 전의 인류로 밝혀졌다.

두개골은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같은 다른 고대 인류와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두개골 형태는 네안데르탈인을 닮았지만 뇌 크기는 현생 인류보다 작았다. 네안데르탈인은 뇌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컸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최근까지 존재했던 미지의 고대 인류 종에 속하거나 현생 인류와 고대 인류 사이의 혼혈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DNA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생각과 달리 마루동 두개골이 현생 인류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에 속하는 여성임을 확인했다. 수 박사는 “3년간 두개골의 100군데 지점에서 DNA를 추출하려고 시도한 끝에 해독이 가능한 DNA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국 윈난성의 동굴에서 발굴된 1만4000년 전 두개골로 복원한 당시 호모 사피엔스 여성. /중국 쿤밍동물학연구소

동아시아인의 아메리카 이주 경로 확인

수 박사 연구진은 이후 마루동 여성의 DNA를 전 세계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마루동 여성은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이어진 동아시아인들과 같은 모계 혈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후기 플라이스토세에 동아시아 남쪽에 살던 사람은 유전자나 외형이 같은 시기 북쪽 사람보다 더 다양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동아시아에 처음 도착한 인류가 남쪽에 먼저 정착했다가 북쪽으로 이동했음을 말해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수 박사 연구진은 앞서 Y염색체의 유전자 비교를 통해 약 4만년 전 동아시아 남쪽에 살던 사람들이 오늘날 중국 동부 해안과 한반도, 일본 열도를 통해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1만5000년 전 무렵 시베리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이와 일치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와 앞서 연구들을 종합하면 수만 년 전 동아시아 남쪽 사람 일부가 오늘날 중국 동부 해안과 일본을 거쳐 시베리아에 도착했다”며 “이들이 마침내 베링 해협을 건너 신세계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이 됐다”고 밝혔다.

수 박사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던 때 동아시아인의 유전자를 해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결과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동아시아인의 후손임을 확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1만4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 여성의 두개골이 발굴된 중국 윈난성의 마루동./중국 쿤밍 동물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