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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해외 과학계가 더 기대하는 다누리, 달 표면 살피고 극지 얼음 찾는다

해외 과학계가 더 기대하는 다누리, 달 표면 살피고 극지 얼음 찾는다

[사이언스샷]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네이처가 꼽은 다누리 핵심 과학장비들

입력 2022.08.07 08:00
 
 
 
 
 
한국 달 궤도선(KPLO) 다누리 상상도. 연말 달에 도착해 1년간 다양한 과학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지난 5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돼 달로 가는 길에 진입했다. 세계 과학계는 한국의 첫 우주 탐사선인 다누리가 우주과학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달 연구자인 클리브 닐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한국의 달 궤도선(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은 달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알려줄 핵심 장비들을 실었다”고 말했다.

달 표면의 입자 상태 알려줄 폴캠

다누리가 4개월 반 동안 8자형 전이 궤적을 돌아 연말 달 상공 100㎞ 궤도에 들어가면 한국은 본격적인 우주 탐사 국가 대열에 진입한다. 달 궤도선은 과학임무가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과학 장비 6개가 실렸다. 한국 장비가 5개이고 1개는 미국이 개발했다. 과학 학술지 양대 산맥인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그 중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가 다누리에서 가장 주목할 과학 장비”라고 꼽았다.

한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

태양광은 직선으로 진행하고 전기장이 그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는 횡파이다. 태양광에는 파장이 다양한 빛이 섞여 있어 전기장이 사방으로 진동한다. 하지만 태양광이 어떤 표면에 부딪히면 전기장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偏光) 현상이 발생한다. 편광카메라는 이런 편광을 포착해 표면의 특성을 파악하는 장비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레이철 클리마 교수는 지난달 28일 네이처에 “편광카메라는 식생(植生) 연구 등 지구 원격관측에 많이 쓰이지만 달 연구에는 쓴 적이 없다”며 “폴캠으로 달 표면을 이루는 입자의 크기와 밀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표면 입자는 오랜 우주 풍화를 거치면서 지금처럼 미세한 먼지 형태가 됐다고 추정된다. 클리마 교수는 특히 달 표면에서 구멍이 많은 미세 먼지 입자들이 탑처럼 쌓인 이른바 ‘요정의 성’과 같은 특이한 구조도 연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우주과학연구소의 행성지질학자인 윌리엄 퍼랜드 박사는 사이언스에 “폴캠의 화산재 퇴적물 관측 정보는 달 내부의 특성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산재 퇴적물 관측 정보를 통해 과거 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우주과학연구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협약에 따라 다누리 관측 정보를 활용할 계획이다.

폴캠을 이용한 한미 공동 연구는 지구로도 이어진다. 나사 랭글리연구소는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꼬마위성인 큐브샛에 탑재할 폴캠인 ‘폴큐브(PolCube)’를 공동 개발해 2024년 발사할 계획이다. 사이언스는 “폴큐브는 편광을 통해 대도시 상공을 떠다니는 미세먼지입자를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섀도캠 카메라로 달 극지의 영구음영지역을 관측하는 모습의 상상도. 다누리에 탑재된 미국의 섀도캠은 영구음영지역에서 얼음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미 애리조나 주립대

극지 그림자 지대에서 얼음 찾아낼 섀도캠

한국에서 폴캠이 대표 주자라면 미국은 ‘섀도 캠(ShadowCam)’이 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나사의 섀도 캠은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을 촬영할 것”이라며 다누리에서 주목할 또 다른 핵심 과학 장비로 꼽았다.

 

지구의 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지만 달은 축이 직각으로 서 있다. 이로 인해 극지에 태양빛을 영원히 받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과학자들 달의 극지에 과거 혜성이나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전달한 물이 얼음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존스홉킨스대의 레이철 클리마 교수는 네이처에 “달의 얼어붙은 덫에 태양계 수십억 년의 역사가 갇혀 있는 셈”이라며 “영구음영지역에서 밝은 부분을 찾으면 분명 얼음이 있는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섀도 캠은 햇빛 대신 멀리서 오는 별빛이 반사되는 것을 포착한다. 같은 장비가 이미 지난 2009년 달로 간 나사의 ‘달 정찰 궤도선(LRO)’에 탑재됐다. 이번 섀도 캠까지 모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가 개발했다. 하지만 항우연은 “다누리의 섀도 캠은 이전보다 수백 배 더 민감해 극지의 영구음영지역 내부를 관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의 핵이 회전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는 모습의 상상도. 다누리는 달에서도 지구처럼 핵의 회전이 자기장을 형성시켰는지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MIT

충돌 직전까지 자기장 미스터리 탐구

경희대가 개발한 ‘자기장측정기(KMAG)’는 달의 자기장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네이처는 밝혔다. 이른바 ‘다이나모(dynamo, 발전기)’ 이론을 둘러싼 미스터리이다.

발전기의 코일 안쪽에서 영구자석이 회전하면 전자기유도 원리에 따라 전기가 발생한다. 다이나모 이론은 발전기처럼 철과 니켈 등의 유체로 구성된 지구 외핵이 움직이면서 전류를 생성시키고 이 전류가 지구 자기장을 만든다고 본다.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의 이안 개릭-베텔 교수는 네이처에 “달 표면이 강력한 자기장을 띠는 것은 수억 년 동안 달의 핵이 다이나모 이론처럼 자기장을 생성시켰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하지만 달의 핵은 강력한 발전기를 가동하기에는 지구보다 훨씬 작고 표면까지 거리도 더 멀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릭-베텔 교수는 다누리 자기장측정기의 관측 정보를 받아 이 미스터리를 풀겠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특히 다누리가 임무를 마칠 무렵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주 탐사선이 임무 기간을 마치면 보통 궤도를 낮추다가 결국 관측하던 천체에 충돌한다. 개릭-베텔 교수는 “가장 놀라운 과학 정보는 다누리가 달 상공 20㎞까지 가까이 비행할 때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항우연은 다누리가 1년 임무를 마치면 다른 탐사선처럼 달에 충돌시킬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항공우주연구원은 고해상도 카메라로 2031년 한국 첫 달착륙선의 착륙지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항우연은 40여개 후보지역을 도출해 사진을 찍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분광기는 달에 있는 희토류 원소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우주인터넷 탑재체로 달에서도 위성이나 로버(탐사용 로봇) 등을 연결해 인터넷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할 예정이다.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