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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72시간 봉쇄훈련... ‘대만=불침항모’ 인식 무너뜨렸다

中의 72시간 봉쇄훈련... ‘대만=불침항모’ 인식 무너뜨렸다

[주간조선]

이동훈 기자
입력 2022.08.14 05:40
 
 
 
 
쌍안경으로 대만 본섬과 대만 해군 호위함 란양호를 주시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수병. 대만 동쪽의 화롄 근처로 추정된다. photo 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지난 8월 4일 낮 12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72시간 동안 실시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훈련은 일단락됐지만, 훈련을 주관한 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8월 8일 “대만 해역에서 훈련을 계속한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다. 실제로 지난 8월 9일에도 45대의 중국 전투기가 대만 해역에 출몰했다. 중국군의 군사행동에 맞서 대만군도 지난 8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맞대응 군사훈련에 나섰다.

1995년 6월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으로 촉발된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27년 만에 맞이하는 최대 위기다.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대만해협 위기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임기 내내 일상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다. 지난 2020년 재선에 성공한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임기는 오는 2024년 5월까지다.

‘해협중간선’ 사실상 무력화

72시간의 ‘대만봉쇄’로 핵(核)이 없는 대만의 국방력과 지정학적 약점은 여과 없이 노출된 상태다. 중국의 군사훈련 첫날인 지난 8월 4일, 중국군이 둥펑(東風)-15B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대만 주변 동서남북 6개 해역으로 쏘아대자, 대만의 관문공항인 타오위안(桃園)공항은 3일간 64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하루 수백 편의 항공스케줄이 조정됐다. 대만 최대 항만인 남부 가오슝(高雄)항을 비롯해, 수도 타이베이(臺北)의 관문인 지룽(基隆)항도 당장 선박입출항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11발의 탄도미사일 중 4발은 대만 상공을 동서로 가로질러, 대만 동쪽 해상에 설정한 작전구역에 낙하했다. 이 중 5발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1996년 대만 최초 직선제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독립파’ 리덩후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조성된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는 대만 본섬 동쪽에는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았다. 중국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가로지른 것은 1949년 국공(國共)내전이 사실상 종료된 후 최초다.

국공내전 후 미국이 대만 본섬과 중국 본토 사이의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그어둔 ‘해협중간선’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27년 전 ‘3차 대만해협 위기’ 때와 달리 중국군은 과감하게 ‘해협중간선’에 걸쳐 작전구역을 설정했다. 과거 대만군은 이 선을 넘는 중국군 함정이나 전투기는 적대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해 나포하거나 요격한다고 엄포를 놨었다. 하지만 중국군은 중국 본토에서 대만 본섬과 가장 가까운 푸젠성 핑탄다오(平潭島)에서 ‘해협중간선’을 향해 장거리 포탄을 쏘아 부었다. 핑탄다오에서 대만 본섬까지 거리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140㎞)보다 가까운 126㎞(68해리)에 불과하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젠(J)-11과 홍(H)-6 등 전폭기를 앞세운 중국 공군기 66대도 3일간의 작전기간 동안 대만 상공을 맴돌았는데, 이 중 22대는 ‘해협중간선’을 넘나들었다. 이 중 J-11 전투기는 러시아제 수호이(Su)-27을 중국이 자체 생산한 모델로, 미제 F-16V과 프랑스제 미라주2000-5를 주력으로 하는 대만 공군에 여러모로 버거운 상대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J-11 전투기 조종사가 H-6 폭격기와 함께 대만 해안선과 산맥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편대비행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아울러 해방군 동부전구는 중국 해군 함정에 탄 수병이 쌍안경으로 대만 해군 호위함 란양(蘭陽)호와 대만 본섬을 노려보는 사진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배포했다.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지형지물을 근거로 중국 해군 함정이 출몰한 해역이 대만 동부 화롄(花蓮) 근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태평양을 바라보고 지형이 험준한 화롄에는 대만 공군이 200여대의 전투기를 지하격납고에 숨겨둔 자산(佳山)공군기지가 있다. 한데 중국 본토와 등지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생각했던 대만 동쪽 해역에까지 중국 해군 함정이 출몰한 것. 아울러 중국 본토와 지척으로 ‘제1·2차 대만해협 위기’ 때 중국 본토와 포탄을 주고받았던 진먼다오(金門島)에도 지난 8월 4일부터 3일간 중국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가 하루 최대 7차례가량 출몰했다. 무인기는 대만군의 신호탄 경고를 받고 퇴각하기를 반복했다. 멍샹칭(孟祥靑) 중국 국방대 교수는 “해방군 시야에 ‘해협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난 8월 4일부터 시작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봉쇄’ 훈련에 맞서 신주공군기지에서 출격하는 대만 공군 미라주2000 전투기. photo 뉴시스

대만, ‘불침항모’ 인식 깨져

‘제4차 대만해협 위기’로도 불리는 중국의 이번 무력도발에 대만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중국이 대만 본섬에 폭탄 한 발 떨어뜨리지 않고 주변 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대만의 국가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거 대만섬은 ‘불침항모(不沈航母)’로 여겨졌다. 바다와 험준한 산으로 보호받는 대만 특유의 지형으로 중국군의 상륙은 사실상 자살행위라고 여겨졌다. 1949년 국공내전서 패퇴한 장제스(蔣介石)·장징궈(蔣經國) 전 총통 부자(父子)가 대만섬을 도피처로 택해 후일을 도모한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의 미사일과 해·공군 전력의 비약적 강화는 ‘대만=불침항모’라는 기존 인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불침항모’ 역시 해상보급선이 끊어지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3척의 항모전력까지 확보한 중국 해군은 대만 남부에 작전구역을 설정하면서, 대만 본섬과 필리핀 루손섬 사이의 바시(Bashi)해협까지 사실상 차단했다. 바시해협은 동북아와 동남아를 최단거리로 잇는 대만해협이 봉쇄될 경우 우회항로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 1차 관문인 ‘제1 도련선’의 일부이기도 하다. 한데 중국 해군의 바시해협 봉쇄로 유사시 미 해군의 지원을 받는 것도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중국군이 이번에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6곳의 작전구역 가운데 3곳은 대만의 12해리(22㎞) 영해선과 슬쩍 겹치게 설정됐다. 타이베이 북부 해상의 작전구역은 12해리 영해선에 반쯤 걸쳤고, 북부 지룽항 일대 작전구역은 10해리, 남부 가오슝항 인근의 작전구역은 9해리 바깥쪽에 설정됐다.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만 해도 중국군은 대만 본섬 12해리 안쪽에 감히 작전구역을 설정하지 못했다. 대만을 국제법상 12해리 영해를 가진 별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반면 대만은 중국의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최대 규모 도발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분위기다. ‘해협중간선’이 사실상 무력화되자, 대만 국방부는 “해협중간선은 지난 70년간 쌍방이 동의해온 선”이란 하나마나한 규탄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 8월 4일 중국군이 둥펑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대만 서부 신주(新竹)현의 해발 2680m 르산(樂山)기지에 있는 페이브포즈 레이더는 미사일 발사를 조기경보하는 등 위력을 발휘했지만, 한낱 경고로만 그치고 말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작사인 미국 레이시온의 페이브포즈는 약 5000㎞ 내외 군사행동까지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다. 과거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쏘아올린 장거리로켓까지 포착해낸 바 있다.

하지만 페이브포즈의 조기경보에도 불구하고, 대만군은 대만 영공을 동서로 가로질러 섬 동쪽 바다에 떨어진 중국의 둥펑 탄도미사일 4발을 두 눈을 뜬 채 지켜봐야만 했다. 중국 본토에서 대만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는 126㎞에 불과하다. 대만군은 대만 산악 곳곳에 패트리어트-3 미사일과 대만판 패트리어트인 천궁(天弓) 미사일로 대공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중국 미사일을 잡아낸다는 보장은 없다.

대만 측은 중국의 72시간(3일) 군사훈련에 맞서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역시 72시간 맞대응 군사훈련을 실시했지만, 양안(兩岸) 간 전력 비대칭만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중국군의 상륙저지 훈련을 한답시고 곡사포(155㎜)와 박격포(120㎜) 등을 꺼내들면서 중국에서는 “국공내전에 쓰던 골동품 대포를 들고나왔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지난 8월 9일부터 대만 남부 핑둥해안에서 야포를 동원해 중국군 상륙저지 훈련에 나선 대만군. photo 뉴시스

시진핑, 3차 위기 때 장쩌민 답습

반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단 3일간의 ‘대만봉쇄’ 군사훈련 결과, 상륙작전에 뒤따르는 막대한 인명피해 없이도 사실상 대만을 ‘무력통일’ 할 수 있다는 예상 외의 성과를 확보하게 됐다. 오는 가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앞두고 군부의 지지를 굳히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당시도 군 경력이 일천한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3차 대만해협 위기’를 조장해 군부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이듬해인 1997년 덩샤오핑(鄧小平) 사후 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권력을 공고히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미·중수교’의 주역으로 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막후중재에 나섰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자서전 ‘온 차이나’에도 상세히 소개된다.

결국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제4차 대만해협 위기’는 미국의 유의미한 개입이 있어야만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리덩후이 전 총통의 1995년 6월 미국 방문으로 촉발된 ‘제3차 대만해협 위기’는 미 해군이 인디펜던스급과 니미츠급 2개 항모전단을 대만 북쪽과 동쪽 해역에 급파하고서야 겨우 일단락됐다.

중국 측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미 해군 7함대의 움직임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8월 4일, “미국은 수주 내 군용기와 군함을 대만해협으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중국 환구시보는 미 해군 니미츠급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항로를 추적한 결과를 알리며 7월 30일경 필리핀 근해에 있던 레이건호가 일본으로 북상한 뒤, 8월 9일까지 여전히 오키나와 북동쪽 일본 해역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 해군 역시 동해함대 관할의 대만 해역뿐 아니라 각각 북해함대와 남해함대 관할인 황해와 남중국해에서도 오는 8월 15일까지 실탄사격훈련을 예고하면서 레이건호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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