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교수 “아들, 일진에 맞아 피투성이…에미·애비 나서야”
입력 2024.04.07. 17:40업데이트 2024.04.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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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자 의사들 사이에서 의대 교수들이 한목소리로 뭉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다”며 “에미애비(어미·아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정진행 교수는 “F 주든 말든, 내 새끼 자르든 말든 교수가 할 일이지 박민수(보건복지부 제2차관)가 할 말은 아니다”라며 “교수님들 우리 단합해서 같이 우리 학생, 전공의 지켜냅시다! 전의교협, 비대위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교수들 조직만이라도 전공의 7대 요구 중심으로 단일한 목소리로 뭉쳐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 목소리를 내는 의대 교수 단체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두 곳인데 한목소리로 전공의들의 7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달하자는 주장이다.
전공의들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같은 날 허대석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명예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 사회에서 20대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귀가했는데, 사건의 뒷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누가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까?”라며 “대부분은 부모처럼 책임 있는 보호자가 나서서 상대를 만나고 일을 마무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 했다.
허대석 교수는 “그런데, 이번 의료사태에는 상처 입은 아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혼자 협상장을 갔다”며 “선배 의사들은 바라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의료사태는 전공의나 의대생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단체 및 교수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필요시 절충안도 마련해주는 중재자의 역할까지 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한편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은 오후 2시부터 4시 20분까지 14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면담 내내 양측은 의정(醫政)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문제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비과학적·비합리적인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한 뒤 의사 수급 추계 기구 등을 만들어 증원 여부·규모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지 두 시간여 뒤 개인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실상 정부를 비판하며, 이날 면담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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