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비린것을 눌러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