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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asure I

해외는 부담되고…가족 나들이, 테마파크로

해외는 부담되고…가족 나들이, 테마파크로 !
불황기 고궁·극장 등에 가족 단위 관람객 북적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parking@munhwa.com

초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을 찾아 궁궐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 줄을 서 매표를 기다리는 가족 단위 영화 관람객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튤립정원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대안으로 테마파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동훈기자
올해 들어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면서 가족 단위로 고궁이나 영화관, 테마파크 등을 찾는 관람객과 입장객이 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재청 궁능관리과, 에버랜드 등 국내 테마파크 3사에 따르면 지난 1, 2월 영화관과 테마파크, 22개 궁·능·원 및 유적관리소를 찾은 내국인 관람객이나 입장객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여행을 포기하면서 국내관광 쪽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주머니가 가벼워진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복궁 등 고궁나들이나 영화관람, 테마파크 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복궁 등 서울 도심에
위치한 고궁들에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엔고·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배 이상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박준용(관광이벤트경영학) 배재대 교수는 “경제불황이나 사회불안의 시기에는 가족과 함께 하려는 욕구가 커지므로 테마파크 등의 고객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해외여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내관광 쪽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도 관람객이나 입장객 증가의 요인”이라고 밝혔다.



◆ 가족 단위 해외여행의 대안(?) 테마파크 = 지난 2월28일 에버랜드 직원들은 당일 입장객 숫자를 집계해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날 에버랜드를 찾은 입장객이 2월 하루 입장객으로는 역대 최다기록인 4만300명에 달했던 것. 지난해 2월 마지막 주말과 비교하면 16.8%가 늘어난 것으로, 이날 예상 입장객 목표치의 2.5배에 달했다.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테마파크를 찾는 입장객들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테마파크 입장객 숫자가 감소해왔던 사실을 감안해보면 최근의 입장객 증가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런 기현상은 다른 테마파크도 마찬가지다. 서울랜드도 지난해 1월 18만5000명, 2월 12만5000명이던 입장객이 올해는 1월 21만명, 2월 13만5000명으로 11.3% 증가했다.

이처럼 경제침체기에 테마파크를 찾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불황기에 개인용도의 소비는 줄이지만, 가족을 위한 소비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테마파크들은 그동안 연인이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이벤트를 가족 지향의 프로그램으로 속속 바꾸고 있다.

◆ 경제위기의 최대 수혜처(?) 고궁 = 지난 1, 2월 경복궁·창덕궁 등 22개 궁·능·원 및 유적관리소를 찾은 관람객들은 총 114만여명으로 지난해 86만여명에 비해 32.6% 늘어났다. 이중 14만8000여명에서 32만4000여명으로 무려 118.2% 늘어난 외국인 입장객을 제외하면 내국인은 71만1000여명에서 81만6000여명으로 15% 정도 증가했다.

최병선 문화재청 궁능관리과장은 “이전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이 고궁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도심에 위치해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경복궁은 지난 1월 24만1544명(외국인 11만7246명)이 입장해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2515명(외국인 3만6412명)에 비해 외국인은 300% 이상, 내국인은 17% 이상 늘어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종갑 경복궁관리소장은 “경제위기로 야외로 나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지난해부터 노부모를 모시고 오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아졌다”며 “날씨가 풀리면 이같은 추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경기 불황기의 가족 피난처(?) 영화관 =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 2월 전체 영화 관객수는 2771만19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기를 맞아 가장 싼 값에 즐길 수 있는 문화상품인 영화에 대한 소비가 급증한데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늘어난 점 등이 지난 1, 2월의 관객수 증가를 설명하는 요인들로 꼽힌다.

영진위 관계자는 “경기 위축에 따라 싼 대중문화인 영화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인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대표적인 경우다. ‘워낭소리’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측은 “가족 영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중장년층이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일·최영창·박수균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