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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가가 변하고 있다 - 동네병원이 사라진다

http://blog.chosun.com/drssirem/4379105
프랜차이즈 병원 '인기' 동네 병원 '시들'
대형 자본금·전문성 갖춘 '공룡 시장 탄생'
동네 병원 몰락, 의사 1인당 환자수 증가 우려


편집자 주 병원가가 심상치 않다. 동네 병원이 대형 병원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소위 '의대만 나오면 고소득이 보장됐던 시절'이 지나간 것이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병원가의 변화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해본다.

경기 불황의 여파가 병원가에 불어 닥쳤다. 절대 경기침체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았던 병원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청주지역에서 의원급 병원 130곳이 폐업했으며, 올 한해에만 41곳이 문을 닫았다. 유형별로는 일반의원이 83곳, 치과의원이 16곳, 한의원이 31곳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 발표를 살펴보면 2009년 동네의원 한 곳 당 평균 부채가 3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내원 환자가 10명 미만인 곳도 8.3%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마디로 동네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불황으로 시민들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나친 약물 치료가 오히려 내성을 감소시킨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홍종문 청주시의사회장은 "경영난으로 1년에 40만원 정도의 의사회 회비를 못 내는 병원들이 많다"며 "이대로 가면 일반 동네 병원들은 다 문을 닫아야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불황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의료계의 변화'가 수년 전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공동개원, 네트워크 병원, 메디컬 센터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08년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에 개원한 한 척추전문병원도 원장 4명이서 공동으로 투자해 문을 연 병원이다. 규모를 늘려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늘리기 위해서다. 일종의 '살기 위해 뭉친' 셈이다.

이 병원의 한 원장은 "큰 변원에서 전문성을 살린 '맞춤 진료'를 실시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며 "원장 4명 모두 신경외과 전문의지만 각자 자신 있는 분야가 달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위치한 한 아동병원은 개원 당시 개인 소아과의원이었지만 지난 2008년 네트워크 가입을 통해 의료진을 보강하고 시설을 정비하면서 '아동전문병원'으로 탈바꿈했다. 네트워크란 패스트푸드점 같은 일종의 '프랜차이즈' 병원으로, 공동개원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네트워크 본사의 지원을 받는 신종 운영 형태다.

현재 청주지역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운영 중인 병원은 1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동네의원으로는 대학병원이나 의료원 같은 덩치 큰 병원을 이길 수 없다"며 "의료수준을 높이고 경영상의 도움을 받기 위해 네트워크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네의원의 몰락은 결국 의료서비스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동네의원 몰락은 의사 1인당 환자수를 증가시킨다"며 "질병의 예방과 조기발견에 심각한 공백이 생겨 국민의 건강권 악화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시민 김모(여·32)씨는 "대형 병원을 가면 아이를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이 계속 바뀐다"며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네 병원 주치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