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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강보험 지키면서 의료산업도 키울 방안 나와야

http://blog.chosun.com/mac0718/4381810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조달해 주식회사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여부를 놓고 기획재정부 용역을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료법인의 자유로운 경영과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며 도입을 주장했고, 보건복지가족부 용역을 받은 보건산업진흥원은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KDI는 첨단 의료기술 연구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수월해져 의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국민 의료비도 256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생산유발과 고용창출 효과는 있지만 전반적인 진료비가 올라가 국민 의료비가 최대 4조3000억원 늘어나고 100개 가까운 중소병원이 문을 닫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의료기술은 간 이식, 위암·척추 수술, 성형, 피부 치료 등에서 선진국을 능가하는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종합병원에서 3분 진료받으려고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것을 비롯해 의료서비스 질이 형편없다는 불만이 많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벌어들인 의료관광 수입도 2007년 1억3300만달러로 독일 15억2200만달러, 미국 6억6000만달러, 네덜란드 6억18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무엇보다 현행 의료법에 장비와 시설 투자에 외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진료비에 대한 통제와 규제도 많아 대부분 병원이 장례식장과 주차장 같은 부대시설로 수익을 얻는 실정이다. 그러니 의사 역량이 뛰어나도 세계적 의료기관과 겨룰 엄두를 못 낸다.

대통령은 15일 "가진 사람들이 더 혜택받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 서비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도 국민이 싼값에 의료서비스를 받는 건강보험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