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성군청 직원 16%가 횡령 공범(共犯)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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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청 공무원 108명이 5년간 예산 7억원을 빼돌렸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홍성군청 각 과(課) 서무담당자들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사무용품을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했고, 그 돈에서 세금 명목의 20~25%를 제한 나머지를 돌려받아 썼다. 어떤 6급 공무원은 이런 식으로 4496만원을 빼돌려 생활비·유흥비로 썼고, 7급 공무원도 3941만원을 횡령해 룸살롱에서 썼다. 공무원들은 20개 과 서무담당을 서로 돌아가면서 맡아 제 집 금고에서 돈 빼 쓰듯 공금을 유용했다.
적발된 108명은 홍성군청 전체 공무원 677명의 16%다. 과장급 공무원 2명은 예산을 빼돌린 부하직원한테서 다달이 50만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상납받았다. 예산 집행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실 직원과 군의회 사무과 직원도 비리에 가담했다. 군청 공무원을 총괄 감독하는 군수도 지난 5월 버스공영터미널 이전과 관련해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10일 대법원의 징역 3년6월 확정판결로 군수직을 잃었다.
이번 비리는 군청에 사무기기를 납품하던 업체 직원을 횡령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다. 적발된 공무원들이 '어디나 있는 관행'이라고 뻔뻔한 변명을 했다는 걸 보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비리가 없다고 할 수가 없다. 실제 3년 전 경기 안산시 공무원들은 음식점과 유흥업소에서 시청 법인카드를 쓴 것처럼 꾸미고 돈을 빼내 쓰는 불법 카드깡을 했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비리로 걸려든 사람이 108명이라면 가담은 안 했어도 비리를 알고 있던 사람은 그 몇 배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왜 아무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 못했고, 왜 누구도 사정 당국에 고발하는 일이 없었느냐는 것이다. 홍성군청 공무원들은 군수부터 시작해 너도나도 업자한테 돈 받고, 납품대금 빼돌리고 해왔으니 그런 일이 죄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공무원들한테 쥐꼬리만한 양심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비리는 전염성을 갖는 법이다. 횡령하고도 들키지 않는 옆자리 동료를 보면서 나도 횡령하고, 비리 저지르고도 끄떡없는 상사를 보고 비슷한 비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법이다. 홍성군 한 해 예산이 3200억원을 넘는다. 그 예산 가운데 얼마나 많은 돈이 양심 없고 죄의식 없는 공무원들로 인해 낭비됐을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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