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행복에 겨운 부부들도, 늘상 불행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부들도 존재한다. 특히 나는 부부들이 왜 불행해지는지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왜냐면 그들도 결혼 전까지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은 결혼을 결정하게 만들었던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그들이 이야기 하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그들이 불행한 건, 나이차이 탓!
우리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자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이 차이가 나면 말도 잘 안통하고 세대 차이도 난다고 한다. 엄마와 아빠는 6살 차이가 난다. 엄마는 엄마가 아빠와 잘 맞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를 '나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내 친구의 부모는 누구를 만나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을 만나라'고 한단다. 친구의 부모는 동갑내기이다. 그래서 늘 서로 만만하게 보고 투닥거리고 서로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차이가 나면 그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고 한다. 지인 중에 연상의 여인과 결혼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아들이 데려오는 며느리는 다 좋지만 절대 연상은 안된다고 한다. 연상이기 때문에 남편을 존중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며 누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여자 입장에서는 연하의 남자를 만나도 안되고 동갑내기 친구도 안되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건 당췌 아무와도 결혼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그들이 불행한 건, 혈핵형 탓!
우리 엄마가 이따금 하는 이야기 중에는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엄마가 A형이고 아빠가 B형이기 때문에 잘 안맞는다는 것이다. 특히 B형 남자는 성격맞추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몰라도 A형인 나 역시도 다른 혈액형은 다 모르겠지만, B형 남자를 만나면 참 힘들었다. 그럼 혈액형 탓이 맞는 걸까?
세상의 모든 A형+B형의 부부가 다 불행할까? 매 혈액형 마다 맞고 안맞고가 규칙처럼 정해져있다면, 사람은 만남을 갖기 참 쉬워질 것이다. 결혼 대상자 리스트에서 일단 삭제를 하고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A형+B형 커플들이여! 이것이 사실이라면 따지고 잴 것 없이 일단 헤어지고 보자. 안 그런가???
그들이 불행한 건, 이런저런 이유 탓!
엄마는 또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자꾸 엄마 이야기를 꺼내게 되지만, 사실 결혼에 대한 롤 모델은 부모에게서 시작하는 법이니까...). '너희들은 연애를 해서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라'라고... 그럼 선을 보고 결혼한 사람들은 죄다 불행한 걸까? 내 주위에 존재하는 선보고 3개월 만에 결혼했지만 잘 살고 있는 커플들은, 그럼 무슨 특별한 재주라도 있는 걸까? 아마 어떤 부모들은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엄마가 사랑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안보고 결혼을 했다. 너희들은 그러지 말고 좋은 조건으로 선봐서 결혼해라'라고...
자, 그밖에 또 그들이 불행한 무슨 이유들이 있을까? 전라도 사람 만나지 마라, 경상도 사람 만나지 마라.. 지역 색깔도 있을 것이다. 종교도 있을 것이고, 외모상 특정한 이런 스타일은 만나지 마라라고도 할 것이다. 찾고자 한다면, 자기가 경험했던 무언가 특별한 이유들이 튀어 나올 것이다. 그들이 불행한 건 진짜 그런 이유들 때문일까?
사실, 그들이 불행한 진짜 이유는...
내가 아는 불행한 부부들 중 그 누구도 '나'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배우자의 특정한 '무엇'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 역시도 나이, 혈액형 등 뭔가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댄다. 왜일까?
배우자의 성격 탓이라거나, 배우자의 취미 탓이라고 하는 건 자신이 배우자와 결혼을 결정한 그 선택 자체가 잘못했다고 인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회피하려고 한다. 배우자의 극단적인 버릇이나 행동, 일탈 때문이라면 타인에게 공개하기가 부끄럽기 때문에 회피하려고 한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기에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쌍방향이기 때문에 자기 탓도 인정을 해야 해서 회피하려고 한다.
사실은 그들이 불행한 이유의 절반 이상은 '나' 때문인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본능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탓하게 되고,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갖다대며 '이런 사람은 안돼'라는 자기만의 편견으로 정착시키게 된다.
반대로 행복한 부부들을 보면, 나 때문에 행복하다기 보다는 그 사람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내 배우자가 이렇게 잘해주기 때문에 내가 잘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나 혼자 잘해서 우리 부부가 행복하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이것이 행복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날 때 가졌던 '상대방에 대해 아끼고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속시키는 것.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비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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