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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컴자료

한국 무선인터넷, 개발자가 춤춰야 산다

입력 : 2010.01.21 11:18

스마트폰 하나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아이폰 얘기이다. 그런데 이제 안드로이드폰까지 가세하여 가히 ‘쌍끌이’ 형국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들 스마트폰보다 무서운 것이 애플의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 즉 오픈마켓이라고 얘기한다. 개설된 지 18개월 만에 등록된 어플이 10만개가 넘고, 다운로드 횟수가 30억을 넘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도 스마트폰 관련 오픈마켓 도입하고 또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작금의 스마트폰과 앱스토어식 오픈마켓 열풍을 보고 있노라면 2000년 전후 ‘아이모드’ 열풍이 생각난다. 그때도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적으로 아이모드식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에 바빴다.


아이모드 열풍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국내 무선인터넷의 매출 비중은 작년말 기준 17.4%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이동통신 요금 중 무선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 41%, 호주 32.4%, 영국 27.8%, 중국 27.2%, 홍콩 26.7%, 미국 25.5%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사진설명: KT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 3GS

왜 그런 것일까?


너무 오랜 기간 3개 이통사가 경쟁이 없는 무풍지대안에서 독점, 안이 그리고 자만의 혼미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국내 수 많은 모바일 관련 벤처기업이 배고픔을 참고 밤새워 만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그리고 그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은 지난 10여 년 간 이동통신사들의 철저한 통제하에 자유로운 교류를 하지 못했다. 시장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과 소비자보호법이 존재함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수퍼갑’이라 불리우며 10초 단위의 과금을 계속 고집했고(최근 SKT가 1초 단위로 변경) 그들의 우산아래에 있는 일부 기업군만이 무선인터넷 업계에서 생존하고 치부(致富)할 수 있었으며 대다수의 벤처와 개발자들은 분루(憤淚), 원루(寃淚)를 뿌리며 소외된 시장에서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수퍼갑’은 ‘절망의 메타포어’였다.


그렇게 ‘수퍼갑’은 국내에서 수십 조의 매출을 올리며 10여 년을 일국의 무선인터넷 시장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지만, 시장은 계속 뒷걸음질을 쳤고 백약이 무효했다.


또 세계에서 최초로 통화연결음이라는 킬러서비스를 개발하고도 어처구니 없게 특허 선점을 하지 못하여 많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도 허공으로 날릴 정도로 국제 비즈니스에는 서툴렀다(필자는 그간 이동 통신사가 달러를 얼마나 벌어 왔는지 궁금하다).


최근 아이폰에 대한 국내 개발자들의 열광과 환호는 ‘수퍼갑’, ‘수퍼파워’에 대한 반동(反動)이 주요 요인이라 봐야 할 것이다. 둑 터지듯 터지는 그들의 열광과 환호를 보면 개방된 모바일 시장에 대한 욕구와 참여 의지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시장에서의 소외가 얼마나 깊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필자가 작년에 참석한 모바일 관련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생태계(Eco-System)’이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무선인터넷 산업 위기의 탈출구로 생태계 활성화를 간절하게 외쳤다.


이제 시장의 개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사고 파는 관계만이 아닌 ‘생산자(Developer)+소비자(Customer)’ 즉 ‘디벨로머(Develomer)’의 참여와 공유(분배)의 생태계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앱스토어식 오픈마켓의 본질이라고 보여진다.


이미 그러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진화한 디벨로머(Develomer)들은 쉬지 않고 ‘수퍼갑’에게 상생(相生)의 생태계로의 ‘화학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변화의 요구에, 그 내면의 열정에 이동통신사의 살 길이 있고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의 길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철저히 ‘고객 발(發) 태풍’이다. 그 바람을 타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상생의 생태계로의 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보인다. 어느덧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은 더 이상 ‘수퍼갑’에게 있지 않고 ‘스마트한 고객’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자도 더 이상 수단적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목적적 존재로서 대우하고 섬겨야 할 일이다.


‘스마트폰+오픈마켓’ 바람은 분명 기회이지만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시장과 생태계를 신속히 활성화 시키지 못하면 귀중한 국부 유출의 ‘트로이목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 년은 ‘수퍼갑’의 독점 시대였지만 ‘수퍼갑’ 스스로도 성장하지 못한 상사(相死)의 구조였음이 입증됐다. 이동통신사, 방통위, 공정위 다 힘을 합하여 통 크게 개방하고 통 크게 분배하여 ‘개발자가 춤추는’ 무선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SK텔레콤에서 발표한 무선인터넷 개방안도 이러한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며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라 신호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아프게 상처받은 우리 무선인터넷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길이다.


K모바일 류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