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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5년이 된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가구 페어가 4월 5일부터 10일까지 밀라노 주변 외곽도시에 위치한 the new Rho-Pero exhibition complex에서 개최되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건축가인 막시밀리아노 푹사스가 디자인하기도 한 전시장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세계 각국에서 2500여 개가 넘는 디자인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였다. 밀라노 가구 페어 등 다양한 가구, 인테리어 페어에서 파급되는 디자인 흐름은 단지, ‘가구 디자인’ 등 해당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은지 오래다. 패션과 가구, 자동차와 패션, IT제품과 럭셔리 디자인의 만남 등 영역을 파괴하는 다각적 디자인 제휴를 통해 더욱 파워풀한 전략적 제휴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하나의 경향으로 읽혀지는 트렌드보다는 각각의 스타일들이 교류하고 만나서 교배되는 하이브리드한 디자인 트렌드가 여전히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절충주의를 넘어서 ‘기능과 형태’의 융합, ‘기능과 기능’, ‘형태와 형태’ 등 모든 가능한 만남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기능을 따르는 형태인가. 형태를 반영하는 기능인가. 이러한 명제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제 모든 디자인은 본연의 기능에 숨겨진 기능을 더해주는 미학까지를 요구하고 있다. 융합에 융합을 거치면서 1차적 기능제는 더 이상의 생명력을 잃고, 멀티플한 기능과 미발견의 감성을 건드리는 감성 유도형 디자인만이 소비자를 대면할 자격을 얻게 된다.
이번 밀라노 가구 페어에서도 역시나 클래식과 모던의 기능과 형태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즐겁고 발칙한 상상까지를 즐길 수 있는 ‘펀’의 개념이 도입된 디자인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마치 모바일 제품에 집적되는 다기능의 역할과 같이, 침대는 더 이상 침대로서만, 쇼파가 더 이상 의자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공간의 융합, 기능의 융합 등 정통 디자인이 건네주는 hi-end 기능의 묘미와 최신의 디자인을 입은 클래식 기능 등 사고의 전복이 펼치는 무한 발상의 디자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고노믹스(ergonomics), 유니버셜(Universal), 자연주의(Naturalism) 등 모든 디자인의 중심에는 ‘사람’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가장 가까운 ‘가구디자인’은 주거문화를 구성하고,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전체 디자인 제품에까지 그 흐름이 파급된다고 볼 때, 전세계의 디자인 경향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밀라노 가구 페어를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6 밀라노 가구 페어의 다양한 모습과 페어에 참가한 디자이너와 디자인사무소 그리고 우리업체에서 바라보는 다각적인 시각을 조명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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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개최된 이후 현재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가구 박람회, 밀라노 가구박람회가 2006년 4월 5일부터 10일까지 Massimiliano Fuksas가 설계한 the new Rho-Pero exhibition complex에서 새롭게 개최되었다. 전체적으로 전체 디자인 부분, 클래식과 모던 디자인 부분의 전시가 진행되었고 office 가구 디자인 Eimu와 새로운 bathroom 국제 가구 디자인, 그리고 TFK(Technology For the Kitchen) 와 Eurocucina 전시와 젊은 디자이너 발굴을 위한 SaloneSatellite 전시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디자인 흐름을 살펴본다. 취재| 김민선 객원기자 ( k.minsun@gmail.com"> k.minsun@gmail.com) |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본다면, 사용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그러한 요구가 기술과 결합하여 디자인에 반영이 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집이지만 주거자의 성격과 특성을 반영하는 디자인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가구의 기술적인 혁신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게 한 디자인은 실내를 가변적이고 다채로운 공간구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새로운 형태의 집을 구성하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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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디자인의 형태를 보면, 기존의 미니멀리즘이 계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전의 미니멀리즘에서 더 나아가 초 미니멀리즘(extreme minimalism)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fabric, material과 pattern을 사용하여 부분적인 요소를 현저히 부각시키는 있다. 대부분의 초미니멀리즘은 white & black을 기본적인 color로 사용하여 gold 나 red 계통의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pattern은 식물이나 동물의 자연적인 무늬를 차용하고 있으며, texture는 실크나 벨벳 또는 fur을 사용이 눈에 띄었다. 또 형태적으로는 이러한 미니멀리즘 디자인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디자인 형태를 지니지만, 각각 다른 형태(style)에서 나온 요소들의 복합적인 조합을 통해 서로 다른 texture, decoration 그리고 color의 극적인 배치로 묘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 또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면 가장 고전적인 형태와 가장 현대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시간의 경계를 초월한 디자인이나 르네상스적인 패턴과 형태가 미니멀리즘 스타일과 함께 믹스매치한 새로운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또한 furnishing accessory의 복합적인 결합과 다채로운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방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실내 디스플레이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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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전혀 다른 스타일에서 나온 복합적인 요소의 mix-match를 통한 전체적으로 이국적이고 독특한 느낌이 실내에서 풍부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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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가구 디자인의 경우에는 가정용 가구와 비교했을 때는 편안함과 동시에 어고노믹스(ergonomics) 그리고 기능성에 초점을 두어 사람들이 사무실을 ‘또 다른 집(home away from home)’ 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 능률적인 작업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특히 눈에 띄는 사항은 효율을 중요시 하는 개인 작업 공간에 비해 회의실이나 멀티미디어실 같은 공공 공간은 자유롭고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하여 팀워크를 높이기 위해 바(bar)나 가정 집의 부엌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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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가구는 전반적으로 화려한 르네상스식 고급 욕실 디자인과 자연주의적인 디자인, 그리고 재미있고 유쾌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주방가구는 여전히 미니멀리즘이 주류가 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이슈화 되었던 주방가구는 단연 마감재료로 대리석 자체를 그대로 사용한 초미니멀리즘 디자인이었다.
작은 틈도 없는 완벽한 박스 형태의 대리석으로, 특히 연마된 대리석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까칠한 석재의 천연 느낌을 그대로 살렸으며 싱크대와 수도꼭지 조차도 철제가 아닌 대리석으로 하였다. 물론 사용함에 있어서 무게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이 부드럽고 편하다. 이와 함께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주방가구는 기존의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 구성주의 형식을 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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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박람회의 분위기와 흐름을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에 대해 세부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의 디자인에 대한 것이었다. 로버트 벤츄리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로 20세기 디자인의 흐름을 나타내었다면 현재는 어떠한가…최근에는 철저히 기능을 따르는 인간공학적인 디자인이 있는 한편, 기능에 따르기 보다는 형태의 변형, 파괴함으로써 또 다른 형태의 디자인을 창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디자인은 기능을 거슬러 오히려 철저히 형태를 따르기 위해 직접적인 형태를 차용하는 디자인이 나타나고 있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오히려 새로운 형태를 창조한다. 이것은 기능을 따르는 형태인가, 형태를 따르는 기능인가. 이제는 이러한 논의조차가 무의미할 만큼 기능과 기능간, 형태와 형태, 또한 이들 서로간의 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적의 디자인이란 최적의 융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취재| 김민선 객원기자 (k.minsun@gmail.com">k.minsu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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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산업에서도 산업의 무경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더 나아가 순수예술과의 벽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점차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는 자신의 주변 환경으로 확장되어, 가장 쉽게 자신의 성향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는 패션분야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가구와 실내 디자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패션 산업에서 주로 쓰였던 다양한 소재와 과감한 레이아웃, color와 pattern들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점차 실내, 가구 디자인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패션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군과 제품 군과의 결합을 통해 또 다른 디자인을 창조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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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웠던 부스중의 하나가 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디스플레이 방법이 굉장히 독특하고 역동적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얼핏 보면 상형문자처럼 생긴 모양의 긴 패널이다. 아래, 위의 고정된 모터에 의해 반복하여 돌아가는데 각각의 패널들은 서로 어긋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고 흐르는 음악 또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각각의 디자인 컨셉트와 프로세스를 흑백 그림으로 도식화하여 반복하여 나열하였고 이것을 파티션으로 사용하고 있어 디자이너들의 작품인 만큼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흑백의 역동적인 공간 가운데 원색적인 가구들이 신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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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양의 unit의 조합에 따라 다른 디자인이 되는 위의 의자처럼, 대체로 같은 형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어떻게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가에 따라, 형태와 기능, 디자인까지도 변형할 수 있는 디자인이 눈에 띠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디자인이 바로 ‘Ron Arad’의 작품 ‘Ripple chair’ 이다. 리플 체어의 프레임은 하얀 광택 있는 인젝션 몰딩 기법을 사용하여, 바다의 파도 모양을 만들어 냈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강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서 집 안팎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미 IT 산업분야에서 컨버전스convergence 현상과 함께 산업의 경계가 사라진 것처럼 이 작품 또한 가구 디자인과 패션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실제 활용도는 모르겠지만 그 시도 자체가 매우 획기적이고 신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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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의 대부분의 어린이 전문 가구는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크기에 맞게 유동적으로 가구를 사용하도록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설계하지만 어린이가 주변환경의 생활도구들을 통해 생각하고 배우고 이것을 놀이로써 즐기는 동안 성장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특히나 창의적인 사고는 학습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형성되므로, 효율적인 기능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생활 양식들을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가구 디자인이 절실하다. 이 가운데 눈에 띈 社 또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한 부스중의 하나이다. 어린이를 위한 생활 가구 전문 디자인 회사로 생활 속에서 어린이들이 생활과 놀이가 동시에 가능한 가구에 초점을 맞추어 디자인하여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고 위트 있는 디자인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
세련된 형태의 디자인도 많았지만 전반적인 디자인의 흐름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가구디자인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디자인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매월, 매해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고 있는 현재, 디자인의 홍수 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욱 새롭고 놀라운 것들을 원하고 있다. 어떠한 변화를 통해 현재의 디자인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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