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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그해, 첫눈/황영희


City Lights 20" x 16"


St. Pauls World Trade Center


Wall Street 1945


The Plaza - Winter


May in Central Park


Treasured Moments


Wall Street 1915


Spring Rain - NYC
 
 
 
 
입동일기 - 황영희

산간 마을에서 첫눈 소식이
내려 옵니다
오늘 여기는 안개의 푸른 살속 깊이
마지막 잎 떨어집니다
떨어져 엎디는 것은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엎드려야만 보이는 땅 속의 세상
어두워도, 어두운 바람은 아니 부는
그곳 어디쯤에, 한 마디씩
관절을 꺽어 세우는
겨울나무의 옆 모습도 보이는군요
겨울의 시작입니다
철새의 울음마저 접힌
동면의 시작입니다
가장 춥고 깜깜한 꿈들은 더 이상 지상에서
말하지 않습니다
아득히 눈발 쌓이는 그 깊이를
더듬어 짐작할 뿐
어두운 바람은 아니 부는 세상, 하얗게
첫눈 소식이 내려와 덮히는군요
 
 
 
 
 
그해, 첫눈 - 황영희

흘러간 시간의 빈 공간에서는 아직도
펑펑, 흰눈 내릴 것이다

떠내려 가는 새
흐르는 시간의 속도만큼 흘러가는 새
내 정수리 위에 멈추어 있다

붉고 투명한 망막 뒤에서는 항시
소리없이 눈 내리고
나는
그의 목소리를 가져, 빙벽과 빙벽사이
맑은 울림으로 떠도는 그리운 넋이 되나
새는
땅위에 그림자를 남기지 못하고
희디흰 골짜기 내 울음을 파묻을 뿐
시간의 협곡, 수직의 비상은
이카로스의 추락이다

그는 내 눈(目)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나는
다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만큼 거침없는
눈발 스치는 소리를 듣고 있다.

 
 
 
출처 : 그해, 첫눈/황영희
글쓴이 : 蘭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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