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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3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중에서

                                                        

                                                     이케하라 마모루 지음

 

" 내 앞에 가는 꼴, 절대 못 봐"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와 함께 어울리던 동창 가운데 음악을

전공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는 음악적 재능은 타고났지만

집안이 워낙 가난해서 학창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해야 했다.

그는 주로 긴자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잘 생긴 얼굴에 연주 솜씨도 훌륭했기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여자가 많았다.

우리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너는 다 좋은데 여자 관계가 복잡한게 탈" 이라며

충고도 하고 놀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가 위기에 처했다. 치정에 얽힌 원한 관계에

휘말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 할순 없지만 여자 문제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쩔쩔매는 그를 보다못해 나와 몇몇 친구들이

 '대책 회의'를 했다. 당시 우리가 내린 결론은 그를 외국으로 피신

시키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진 돈을 모두 털어 30만엔 이라는 거금

(당시 대학 란 학기 등록금이 1만 2천엔 정도)과 함께 조그만 오토바이를

한 대 마련해 주었다. 친구는 결국 오토바이를 배에다 싣고 홍콩으로 피신한 다음

거기서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육로로 유럽까지 내뺐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는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어느 부잣집에서 피아노 가정교사로 일하며 음악수업을 계속했고,

급기야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어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돕는 것, 가능성이 보이는

친구를 밀어 주는 것은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들어

어느 학교 동창생들이 행정고시를 통과하고 공무원 사회에 포진해

있다고 하자. 대개 과장급 정도되면 능력의 우열이 서서히 판가름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나머지 동창들은 그 친구가 장관 자리가지 오르도록 혼연일체가 되어

밀어 준다. 그러다가 정말로 그 친구가 장관이라는 지위에 오르면

나머지 친구들은 그날로 모두 사직서를 낸다.

장관이 된 친구가 '은혜' 를 갚겠다는 생각에 어떤 특혜를 주고 싶어할지도

모르고, 친구에게 마음놓고 지시를 내리기가 껄끄러울 것이라는 배려 때문이다.

일본 관료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무대가 한국으로 바뀌면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 사람들도 우정에 대해서는 각별한 데가 있지만 그토록

돈독한 우정도 돈이나 지위가 개입되면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리는

경우를 나는 적잖이 목격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친구가 잘 되는 것을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대신 은근히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앞선다. 누군가 먼저 승진하면

" 그 자식 그거, 능력도 없는 녀석이 열심히 손바닥 비벼 대더니...."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인재를 키워 주는 풍토가 거의 없다. 다른사람이

앞서 가는 기미라도 보이면 철저하게 견제하고 방해해서 올라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그래야 자기가 올라갈 가능성이 그 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낀 대인관계도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한국 사람들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회사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을 내가 다 알고 지낸다고 하자. 나는 그 서열에 따라서

한 사람이라도 섭섭한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상무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서 사장을 제쳐놓고

상무하고만 일을 진행시키면 틀림없이 그 상무는 나중에

사장에게 불이익을 당했다. 정치판도 예외는 아니다.

 중략...

 

 이런 세태는 한국 사람의 가장 심각한 병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병폐를 장점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그 에너지의 각도를 조금만 달리하면 건전한

선의의 경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참다은 경쟁이란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정복이다.

파이가 하나밖에 없었을 때에는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때려 눕히고

독차지해야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이좋게 나누어 먹을 정도로

파이가 커졌다.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 것에 욕심내지 말고

어떻게 하면 그 파이를 더 크게 키울수 있을지만 생각하면 된다. 

 

 

 


 

                     

 

                             당년정(當年情) - 장국영(영웅본색 1)

 

 

 

2008년 8월 10일

 

 一 松

 

 

출처 :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3
글쓴이 : 파워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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