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지난해 상담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이혼상담 사유(3632건) 가운데 '경제갈등, 성격차이, 생활무능력, 배우자의 이혼강요, 불성실한 생활, 장기별거 등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6호-40.3%·1465건)가 1위를 차지했다.
- ▲ 서울지방법원 협의이혼실 앞 복도에 있는 '이혼'을 기다리는 부부들 /출처=조선일보DB
이어 '가정폭력'(3호-34.0%·1234건), '남편의 외도'(1호-17.4%·632건)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남성의 이혼상담 사유(총 543건) 중에는 경제갈등, 성격차이, 생활무능력, 배우자의 이혼강요, 불성실한 생활, 장기별거 등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6호-40.3%·1465건)가 역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아내의 외도'(1호-16.4%·89건), '아내의 가출'(2호-15.8%·86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혼사유 주벽 남녀모두 비율 높아져
"아내의 알코올중독과 성격파탄으로 결혼 초부터 자주 별거를 해왔다. 술 마시고 기물을 부수는 일이 반복돼 하루에 수차례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다. 이혼을 하고 싶으나 친정의 반대로 이혼도 못한다."
남녀 모두 2009년에 비해 6호사유 중 '주벽'에 관한 상담이 증가했다.
'아내의 알코올중독'을 이유로 한 남성들의 상담도 증가(0.3%·1건→1.3%·4건)했다. 이는 과거에는 주로 남성들에게서 나타나던 음주문제가 여성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아내의 정신병'(3.7%·11건→5.5%·17건)과 '아내의 성격파탄'(0.7%·2건→3.9%·12건)을 이혼사유로 내세운 남성들도 크게 늘어났다.
상담소는 "여성이 가정 내에서 야기되는 여러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할 경우 우울증이나 성격파탄으로 이어져 이혼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병, 성격파탄, 음주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자신에게만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배우자나 어린 자녀 등 가족 구성원들 전체에 대한 폭언이나 기물파손, 폭행 등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가정 해체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서적 이혼상태에 놓인 경우도 높아
"10년 전부터 아내와 별거 중이다. 나는 큰 병에 걸렸다가 다시 살아났다. 종교에 매진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내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오랜 기간 별거하게 됐다. 너무 외로워 나도 누군가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지난 일은 다 덮고 다시 행복하게 살아보자고도 했다. 아내는 응하지 않았다."
남녀 모두 2009년에 비해 6호사유 중 '장기별거'(여성 5.2%·72건→6.0%·88건, 남성 7.3%·22건→8.5%·26건)와 '애정상실'(여성 1.2%·16건→1.4%·21건, 남성 0.3%·1건→1.6%·5건)에 관한 상담이 많아졌다.
남녀 모두 가정에 애정을 가지고 배우자 및 자녀들과 서로 교감하며 자신의 위치를 찾고 싶었지만 갈등들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이미 배우자와 정서적 이혼상태에 놓여 있다고 호소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재산이나 생활비 문제 등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서 이혼을 결심한 후 상담을 하러 온 이들도 있었다.
◇잦은 외박 이유도 이혼사유
"아내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주 외박을 했다. 남자들과 통화도 잦아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내 요구로 아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 같이 사업을 하면서는 사이가 원만해졌으나 다시 아내가 외박을 자주해 결국 파탄에 이르게 됐다."
"남편이 일주일 중 삼사 일은 외박을 한다. 혼인 기간 내내 외박을 하며 다른 여자를 만나온 것 같다. 이혼하고 싶은데 협의이혼에 동의해 주지는 않는다."
6호사유 중 '잦은 외박(여성 0.1%·2건→0.3%·4건), 남성 0.0%·0건)→1.0%·3건)에 관한 상담이 늘어났다.
'아내의 인터넷 관련 문제(0.0%·0건→0.7%·2건)를 이유로 한 남성들의 상담도 증가했다.
외박과 인터넷 관련 문제 역시 과거에는 주로 남성들에게서 나타났다. 근래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한 대화방, 즉석 만남 등 불건전한 통신문화가 가정 안에 들어와 여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가정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신뢰상실 이유도 이혼도장
"나와 남편 모두 재혼이다. 남편은 전부인의 외도로 이혼했다.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여자를 못 믿고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은 내가 전 부인처럼 외도할지 모른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2009년에 비교해 여성은 '의처증'(2.8%·39건→4.0%·59건)과 '거짓말'(0.4%·6건→0.7%·11건), 남성은 '의부증'(2.7%·8건→5.2%·16건)과 '불신'(2.7%·8건→3.3%·10건)의 비율이 높아졌다. 신뢰상실을 이유로 한 이혼상담이 증가한 것이다.
자신이 배우자를 믿지 못하거나 반대로 자신이 배우자로부터 의심을 받는 등 서로 간에 이미 신뢰가 깨진 경우가 많았다.
신뢰 상실은 다른 개별 문제들과는 달리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 단정 짓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배우자 자체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켜 가정해체를 더 빠르게 야기하고 있다고 상담소는 분석했다.
◇남성의 폭언은 여전히 문제
"혼인 후 남편은 나에게 폭언과 무시를 했다. 2년 전부터 남편은 나에게 폭언과 무시를 수시로 하고 있다. 폭행을 할 경우 처벌 받는다는 생각에 직접적인 폭행 대신에 계속해서 폭언을 해댄다."
여성들이 내세운 6호사유를 중복(총 4034건)으로 분석한 결과 1순위만 분석했을 때에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남편 폭언'의 비율(7.3%·295건)이 상당히 높게 조사됐다.
실제로 폭언은 배우자의 외도, 폭행, 경제갈등 못지않게 배우자를 괴롭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소는 "남성들 중에는 물리적인 폭행만 폭력이라 인식한 후 습관적으로 아내에게 폭언을 퍼붓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여성들은 계속된 남편의 폭언이 폭행 이상의 심적 상처를 남긴다며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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