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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국산 우주 발사체' 바로 도전한다

'국산 우주 발사체' 바로 도전한다

 

입력 : 2011.06.01 03:09 / 수정 : 2011.06.01 05:10

나로호와 별개로 2015~2018년 2단 로켓 시험 발사
2021년 한국형발사체 완성… 10번째 독자 발사국 되면 국방 감시위성도 가능해져

한국 우주 개발(開發)이 나로호 발사 실패를 딛고 '국산 우주발사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 1단계(2011~2014년) 사업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사업단장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1년까지 3단계로 총 1조5449억원을 들여 아리랑위성과 같은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에 쏘아 올릴 3단형 우주발사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러시아와 공동개발한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곧바로 완전 국산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로호가 2009년, 2010년 잇따라 발사에 실패하면서 원래 계획대로 하다간 우주개발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나로호 발사와 별도로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서두르기로 한 것이다.

자력 위성 감시 가능, 산업 파급 효과도 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발사에서 모두 실패한 나로호는 러시아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합작품이다. 러시아제 1단엔 액체 연료를 쓰는 엔진이 들어갔다. 2단은 국내에서 개발된 고체 연료 엔진이 달렸다.

한국형발사체는 전적으로 우리 기술로 개발한다. 핵심기술은 항우연이 독자 개발하는 75t급 액체연료 엔진. 맨 아래 1단 로켓엔 75t급 액체엔진 4기가 다발로 묶여 총 300t의 추력(推力·밀어 올리는 힘)을 낸다.

교과부는 "2018년 75t급 엔진 하나만 장착한 발사체를 고흥 우주센터에서 시험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1년 완제품의 최종 발사에 앞서 핵심 엔진이 들어 있는 2단 로켓을 시험하는 것이다.

독자기술로 위성과 로켓을 개발해 자국에서 발사한 나라들인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에는 러시아를 시작으로 미국·프랑스·일본·중국·영국·인도·이스라엘·이란 등 9개국만 들어 있다. 한국형발사체로 우리가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과학연구나 기상관측은 물론이고, 국방을 위한 위성 감시도 가능해진다.

산업에의 파급 효과도 크다. 우주기술은 기계·전기·전자·화공·신소재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핵심기술이다. 한국형발사체 개발과정에서 확보된 첨단기술은 항공·조선·자동차·IT(정보통신) 등 전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개발 조직 독립, 기업 참여 강화

한국형발사체의 개발 주체는 항우연에서, 산·학·연이 참여하는 '개방형 사업단'으로 바뀐다. 교과부는 "나로호 개발에서 항우연의 독점 추진으로 국내 전문가들의 역량이 제대로 결집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나로호의 실패가 항우연의 폐쇄성에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기업체가 시험시설 구축이나 관련 부품개발 등에 참여한다.

1단계(2011~2014년) 3단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시설 구축에 이어, 2단계(2015~2018년)에는 2단 로켓을 개발해 시험 발사한다. 3단계(2019~2021년)엔 1단 로켓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2021년까지 한국형발사체를 발사한다.

나로호 3차 발사, 내년쯤 추진… 러시아 1단 로켓 제작 중

한국형발사체 개발계획과 별도로 내년쯤 나로호 3차 발사도 추진될 전망이다.

윤대상 교과부 우주기술과장은 31일 "러시아에서 나로호 1단 로켓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KAIST에서도 3차 발사에 사용할 위성을 만들고 있다"며 "발사 결정 후 통상 8개월가량 걸리는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중 발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로호는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는 실패조사위원회(FRB)를 구성하고 4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실패 원인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실패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3차 발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혀 3차 발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입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지난 3월 우리 정부에 제3의 협의체를 만들어 나로호 실패 원인규명 문제를 직접 해결하자는 제안을 했다. 5월 양성광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직접 실패 원인 규명을 하고 3차 발사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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