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ssue

[Why] "베일로 얼굴 가리고 다니는 이슬람 여성들도 보톡스 맞아"

[Why] "베일로 얼굴 가리고 다니는 이슬람 여성들도 보톡스 맞아"

  • 기사
  • 입력 : 2011.06.04 03:02 / 수정 : 2011.06.04 10:54

피부 시술에 처음 보톡스 쓴 의사 캐루더스씨 訪韓

"이마의 가로 주름은 신뢰감 주는 좋은 주름… 없애지 마세요"

이슬람 여성들도 보톡스를 맞을까? 캐나다 의사 알라스테어 캐루더스(Carruthers)의 대답. "세계 어디나 여성들이 원하는 건 똑같더라. 베일 속의 그녀들도 보톡스를 맞는다.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캐루더스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피부 시술에 최초로 사용한 의사. 세계피부과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에 온 그는, 6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피부가 팽팽했다. 6개월에 한 번씩 맞는 보톡스 덕분. 그는 보톡스가 성형 주사로 '대박'을 터뜨리기까지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재 보톡스의 세계 시장 규모는 2조원대, 국내 시장은 550억원대다.

보톡스를 성형 주사의 대명사로 만든 캐루더스 박사.“ 한국 속담에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그는“집안이 평화로워지는 건 맞다”며 활짝 웃었다.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보톡스를 피부 시술에 적용하게 한 일등공신은 안과의사인 아내 진(Jean)이었다. "1987년, 아내가 안검경련(눈꺼풀 떨림)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를 보톡스로 치료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퇴근해 들어오면서 '당신, 보톡스로 미간 주름을 치료해보지 그래?' 하더라. 안검경련 환자가 보톡스를 맞고 돌아가는 날이면 가족들이 '어머, 주름이 없어졌네, 예뻐졌네' 하더란 것이다."

첫 '임상실험'도 아내에 의해 이뤄졌다. "눈썹 사이 주름이 심한 병원 여직원이 오후가 되면 녹초가 되어 주름이 더욱 심해졌는데 보다 못한 아내가 그 부위에 보톡스를 놔줬더니 3일 뒤 '와우!' 하는 탄성이 나올 만큼 달라졌더라. 당시 미간 주름 치료제는 콜라젠이었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보톡스 시술에 희망을 갖게 된 셈이다."

동료의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미간 주름을 없애는 데 보톡스가 효과적이라고 하자 '왓(What)?' 하고 기겁을 하더라. 91년 미국 피부외과 학회에 가서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에도 다 '미쳤다'고 했다. 원료가 독소이니 얼굴엔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보톡스가 성형 주사로 세상의 빛을 본 건,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제약회사 앨러간이 뛰어들면서다. "처음엔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자기네는 제약회사이지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면서. 하지만 CEO가 바뀐 뒤 앨러간의 태도가 달라졌다. 임상실험이 시작됐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01년에 캐나다가, 2002년에 미국이 미간 주름 치료제로서의 보툴리눔 톡신 사용을 승인했다."

밴쿠버에 있는 그의 병원을 찾아오는 보톡스 시술 환자는 하루에 20~30명 정도. 80%가 여성이다. 그는 "미간 주름을 없애 새 삶을 찾은 여성들을 볼 때 가장 기분 좋다"고 말했다. "깊은 주름 때문에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만큼 인상이 사나웠던 여성들이 시술 후 '세상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내게 미소 짓는다'면서 행복해하니까."

한국에서는 애완견에게도 미용을 목적으로 보톡스를 맞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자, 캐루더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톡스의 부작용 여부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주름을 없애려고 보톡스를 맞은 사람이 편두통까지 사라졌다는 식의 보고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보톡스 자체로 트러블이 생겼다는 보고는 없다."

보톡스 시술은 정치 지도자들도 선호할 만큼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 "지난 대통령선거 때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존 바이든도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좀 엉망이긴 했지만.(웃음)" 그는 또 주름이라고 해서 다 없앨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마에 가로로 패인 주름은 좋은 의미의 주름이다. 남자들은 눈썹이 낮게 자리하고 있어서 상대와 눈을 맞추며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때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 '나는 정직하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신뢰'의 주름이다. 반면 미간 주름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분노와 걱정을 대변하니까. 웃어서 생기는 눈꼬리 주름도 없앨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