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절대 문화재청 눈밖에 나지 마세요"
- 기사
입력 : 2011.06.04 03:02 / 수정 : 2011.06.04 11:11
木조각장의 하소연
2002년 민원 냈다가 담당 공무원과 갈등
'무형문화재' 박탈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아
길고 긴 법정투쟁 9년 만에 누명 벗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59호. 법정을 나서는 목(木)조각장 허길량(58)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어요. 9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목조각장 중요무형문화재인 허씨는 2002년 다른 목조각장 L씨의 무형문화재 선정에 대해 "실체적·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문화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해 목조각장 부문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L씨가 문화재 지정을 위해 문화재청 차모(61) 서기관에게 억대의 뇌물을 줬다는 소문이 공예계에 돌자 차 서기관은 L씨의 무형문화재 선정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던 허씨를 소문의 유포자라고 의심하게 된 것. 차 서기관은 허씨에게 '인간말종', '공예계에서 매장시키겠다'는 등 격한 내용의 항의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가 허씨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며 오히려 금품 수수 의혹이 공론화됐고, 차 서기관은 문화재청으로부터 해명 요구를 받게 됐다. 당시 차 서기관과 허씨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았던 공예가 김모(60)씨는 허씨에게 "차 서기관이 내부 해명용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내가 금품 수수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거짓으로 인정하는 사과문을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화가 나 격한 표현을 썼다'고 내부적으로 해명을 하고 대신 차 서기관은 허씨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중재안이었다.
허씨는 "복잡한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김씨의 말에 마지못해 사과문을 써줬다. 그러나 사과문은 내부 해명용이 아니었다. 차 서기관은 허씨가 작성한 사과문을 증거로 허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범행'을 자백한 셈이 된 허씨는 2003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문화재청은 2004년 1월 '사회적 물의를 야기해 사법 처리된 경우 문화재 인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지침을 들어 허씨의 무형문화재 지위를 박탈했다. 이 지침은 허씨의 무형문화재 지위 박탈 직전인 2003년 11월에 만들어졌다.
- ▲ 불화(佛퓀)에 나타난 33가지 모습의 관세음보살을 목조각 작품으로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허길량씨. 한 공예계 관계자는“많은 공예계 인사들이 당시 허씨가 무형문화재 지위를 박탈당한 것은 문화재청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목조각장 허길량씨 제공
비단 허길량씨 사건뿐이 아니다. 관련 규정이 포괄적인 탓에 무형문화재 인정·해제와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문희상 의원의 여동생 문재숙(58) 교수가 가야금 산조 분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문씨의 기량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도 문화재청이 보유자로 인정했다"며 권력 실세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대로 보존가치가 없는 기능 장인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했다. 유기(놋그릇)장 한상춘(63)씨는 1997년 '반방짜유기' 기술로 무형문화재에 선정됐으나 문화재청은 2008년에야 반방짜 기술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해 한씨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해제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김삼기 과장은 무형문화재 지정·해제 시비에 대해 "민감한 사안이라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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