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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암 진행중인데… 健保고 뭐고 빨리 시술(조기 위암 내시경 제거)해달라"

[위암 내시경 시술 중단에 환자들 "생명 가지고…" 분통]
200만~300만원 받던 시술비, 건보수가 50만원 이하로 깎자 병원 "시술할수록 손해"
시술용 칼 업체는 공급 중단… 복지부, 병원 탓만 하며 방관… 힘겨루기 속 환자들만 피해

"내시경 시술을 받으려고 약까지 먹고 대기하고 있는데 취소됐습니다. 보험 때문에 시술을 안 하다뇨? 정부와 병원이 환자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겁니까?"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조기(早期) 위암 진단을 받은 임모(58)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8월 마지막 주부터 모든 검사를 마치고 시술 날짜(9월1일)를 잡아놨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측에서 시술 연기를 통보해왔다. 임씨는 "언제 암으로 진행될지 모르는데, 마냥 기다리라니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이달부터 적용된 조기 위암 내시경 시술(ESD)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대형 병원들이 시술을 거부하자 환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예약돼 있던 시술이 하루아침에 취소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각 병원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00만∼300만원까지 받던 ESD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해 수가를 50만원 이하로 깎았고, 이에 대형병원들이 "시술을 할수록 손해가 커진다"며 시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마다 40~50명 환자의 시술이 연기된 상태이며,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추가로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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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직후 B대학병원에서 내시경 시술을 받기로 돼 있던 우모(34)씨도 며칠 전 병원으로부터 무기한 연기 통보를 받았다. 우씨는 "어떻게든 빨리 해결 좀 해달라. 한 살배기 딸도 있는 가장인데 혹시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시술 날짜에 맞춰 직장에 휴직 신청도 해뒀는데, 모든 일정이 어긋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C대학병원에서 만난 60대 한 남성 환자는 "10월 말 딸 결혼이라 좋은 일 앞두고 가족에겐 알리지도 않고 서둘러 시술 날짜를 잡았는데, 허사가 됐다"면서 "수가가 낮다고 시술 거부하는 의사나, 내시경용 칼 공급 중단한 업체를 왜 가만히 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도암을 앓고 있는 김모(48)씨는 "의사가 내시경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정부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건강보험 적용 안 해도 좋으니 우선 환자들이 제때 시술은 받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환자 생명을 담보로 가격 협상에 나선 의료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내시경 시술용 칼을 공급하던 '올림푸스 한국'이 보험 적용을 하루 앞두고 공급을 중단한 것, 이를 병원에서 방관하는 것 모두 환자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올림푸스 한국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도저히 경영이 불가능한 가격을 받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조만간 가격 재조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꾸려가는 건강보험으로는 의학적 효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시술에 대해서만 보험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新)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을 막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건강보험은 보수적으로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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