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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병원 따라잡기⑤] 간병인 고르는 노하우-요구많은 간병인이 환자에게 무심해

입력 : 2011.09.22 09:35

살다보면 우리는 때때로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일들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일들의 최악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내 자신이나 내 가족이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거동이 불편한 내 가족이 입원을 할 경우, 누군가 나 대신 발 벗고 간병해 줄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난감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럴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족과 같은 따스한 마음으로 돌보아줄 거란 믿음으로 비싼 사비를 들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 사람들을 ‘간병인’이라 부른다.

보통 한명의 간병인이 한명의 환자를 돌보는 ‘개인’ 간병인이 있고 한 병실 환자 모두를 간병인 1~2명이 같이 돌보고 간병료도 병실 환자들이 나누어 내는 이른바 ‘공동’ 간병인도 있다. 때로 독거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처럼 생활이 어려운 환자가 간병인이 필요할 경우 입원한 병원의 사회사업과를 통해 하루 8시간 정도의 무료 간병인을 알선받을 수도 있는데 공동 간병인과 무료 간병인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거의 대부분 보호자들은 내 가족을 내가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다소 부담 되더라도 개인 간병인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 죄책감은 때론 어떤이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병동에 있을 때 일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오던 어느 치매 환자의 딸이 있었는데 어찌나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지 볼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자신도 몰라보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도 나가고 직접 목욕도 시키는 등 그 미소만큼이나 효심도 지극 했지만 딸은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녀야만 했고 어머니는 치매로 한시도 눈을 뗄수 없는 상황이라 어려운 형편에도 어쩔수 없이 개인 간병인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밝던 평소와는 달리 복도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던 딸을 보았는데 필자가 다가가 이유를 물어도 그저 눈물만 흘릴뿐 어찌된 일인지 도통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후 그 딸의 어머니를 간병하던 간병인이 딸이 올 때마다 치매 환자라 간병하기 힘들다며 간병비 외에 추가 비용을 요구 했었다는 사실과 효심 지극했던 딸은 자신이 간병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던 까닭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요구를 그대로 들어 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통 개인 간병료는 24시간 간병에 식대를 포함해 6만원, 12시간은 4만원의 엄연히 정해진 가격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미리 필자에게 알리기만 했더라면 바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텐데 간병인을 병원 소속으로 잘못 알고 있어 필자에게조차 말을 못했다는 점이다.

분명히 말해 두자면 간병인은 병원 소속이 아니며 병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간병인을 쓸 경우, 보호자가 간병인 업체에 직접 의뢰해야 하며 업체에서는 간병할 적합한 사람을 찾기위해 병명과 현재 상태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의 상태를 잘 모르는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사가 직접 통화를 해 줬던 것이 오해를 불렀던 것이다. 후에 필자가 딸을 불러 이런 사실을 알려주고 간병인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를 하도록 설득하였다. 다행히 좋은 분이 와서 딸은 다시 환하게 웃게 되었고 추가비용을 요구했던 그 간병인이 다시는 필자의 병원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음은 물론이다.

종종 간병인과 보호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 하기위해 병원에서는 간병인이 올 때마다 보호자와 간병인을 불러 간병하지 않는 날에는 간병비를 받지 않으며 추가비용 또한 받지 않겠다는 ‘간병인 서약서’에 각자 서명을 하고 서약서를 나눠 갖도록 하며 간병인에게는 ‘간병인 근무 수칙’을 문서화 해 배부하기도 하는 등의 많은 노력을 하지만 간병인이 힘들다며 몰래 보호자에게 이런 불합리한 요구를 할 경우, 따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담당 간호사’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일이 있은 후 필자는 간병인들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는데 대부분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가끔 오자마자 간병비외 추가비용을 요구하다 안 되면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평소에는 환자에게 무심하다가 보호자만 오면 과잉 친절을 베푸는 쇼맨십(?) 강한 사람도 있었으며 간병하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는 대책없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간병하던 노인 환자를 함부로 대해 문제가 됐던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같은 병실의 다른 간병인에게 간병을 부탁하고 몇 시간이나 자리를 비우다 술까지 마시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으니 내 가족을 직접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모른척 하기에는 정도를 넘어선 경우들이였다. 필자가 다니는 병원 간호부의 경우, 병원 이미지조차 흐리게 하는 이런 문제 간병인 ‘블랙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재발을 방지하고자 병동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데 혹시 이런 문제 간병인이 다시 올 경우, 유심히 관찰후 보호자에게 직접 알려 간병인을 바꾸도록 설득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간병인은 식사도 환자 옆에서 해결을 하고 자기 소임을 다해 열심히 환자를 돌보며 때로는 간호사인 필자조차 감탄하게 만드는 간병인들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때때로 그 딸처럼 다른 간병인 구하기 어려울것을 걱정해 이런 어이없는 간병인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로 응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요구를 하는 간병인일수록 환자에게는 더 무심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간병인은 내 돈 주고 내가 부리는 사람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 말은 언제든 내가 고용을 하고 또 해고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지금 병원에서 내 가족을 돌보는 간병인에게서 어떤 문제점이 보이면 가장 먼저 담당 간호사나 그 병동 책임 간호사와 상의 하라고 권하고 싶다. ‘간호사’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간호사’는 절대적으로 담당하는 환자의 편이다. 혼자서 끙끙 앓고만 있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또하나, 세상은 넓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그 간병인보다 지금 당장이라도 불러주길 기다리는 다른 좋은 간병인들 또한 많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
기고자=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김현아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