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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女교수가 스님과 '불륜 동영상'?

성관계 동영상을 미끼로 유명 여교수를 협박해 사찰 부지를 가로채려 한 스님이 구속된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 전직 국회의원은 물론 언론사 사장까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5월 14일

협박당한 여(女)교수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이다. 그랬던 그가 문제의 스님을 만난 건 2001년 12월이었다.

이 교수는 "내가 다니던 마사지 업소 원장의 어머니로부터 '잘 아는 사람이 사업을 한다. 제주도에서 자기가 만든 의료기기 체험행사를 하는데 한 번만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유씨(52)는 당시만 해도 스님이 아니었다. 자신을 '한의사 유윤석'이라며 여교수에게 "멀리까지 와서 강의를 해줘 고맙다. 서울 고려대 부근에서 한의원을 하는데 한번 오라"고 했다. 그가 밝힌 이름은 가명(假名)이었다.

여교수는 한의원에 들렀고 곧 연인(戀人)이 됐다. 여교수는 "당시 남편과 섹스리스(Sexless)상태여서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남에겐 가정의 행복을 주장했지만 자신은 '남자'에 대한 그리움에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그 뒤 둘 사이엔 돈이 오갔다. 2002년 초 유씨는 여교수에게 3000만원을 빌려갔다. 이후에도 몇 차례 돈을 빌려가더니 어느 날 연락을 끊었다. 그랬던 유씨가 2002년 10월 여교수 앞에 승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돈을 못 갚아 사죄하는 마음으로 스님이 됐다. 내 이름은 경산스님이다"라고 했다. 여교수는 다시 사찰 부지 매입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모두 8억원을 줬지만 돌려받지 못하자 2007년 말 유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2008년 2월, 유씨가 사찰 토지 소유권과 건물을 모두 넘겨주는 화해 약정서와 화해 조서를 만들어 주면서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씨는 합의가 이뤄진 직후 딴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돈을 빌린 게 아니라 연인관계인 여교수가 그냥 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조연(助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말 여교수는 '서울의 모 신문사 기자'라고 밝힌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12월 22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1층 커피집에 가보니 카메라 기자 한 명과 젊은 여기자 그리고 전화를 걸었던 '보도본부장'이란 직함을 가진 50대 기자가 있었다. 보도본부장은 대뜸 "당신에 관한 기사 봤느냐?"고 물었다.

여교수가 "보지 못했다"고 하자 보도본부장은 "유씨와 왜 사건 합의를 하지 않느냐" "딸이 시집갈 때가 됐을 텐데 좋을 거 없다" "당신이 찍은 섹스 비디오테이프를 다 갖고 있다"고 협박했다. 후속기사를 쓸 거란 얘기도 했다.

여교수는 "후속기사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며칠이 흐른 뒤 보도본부장이 다시 전화를 해 '우리 신문사 회장 부인이 왜 이런 기사를 쓰느냐는 말을 해 아직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등장한 인물이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모씨다. 수년 전 한 행사에서 유씨가 여교수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유씨와의 사건을 마무리지어라"고 했다.

사건이 잠잠해지던 3월, 여교수의 지인(知人)이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했다. 인터넷에 여교수의 실명과 함께 '성관계 동영상'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여교수는 자신을 협박했던 언론사가 동영상 내용을 기사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3월 말엔 울산에 있다는 한 여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잘 해결해줄 테니 만나자"고 제의했다. 거절하자 기자는 여교수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해 "울산에서 행사하면 개망신을 주겠다" "딸 혼담이 오가는 집을 알고 있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여교수가 울산에서 강의를 할 때 정체불명의 열댓명이 피켓을 들고 강의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견디다 못한 여교수는 충북경찰청을 찾아가 지금까지 협박당했던 사실을 모두 털어놨다.

경찰은 전직 국회의원 이씨와 언론사 사장, 보도본부장을 입건했고 경산스님인 유씨도 공갈미수혐의로 구속했다. 그렇다면 성관계 동영상은 실제로 존재할까. 여교수는 "내가 유씨와 찍은 동영상은 2002년 초쯤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며 찍은 것 단 한 개"라면서 "그건 성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여교수는 "유씨가 캠코더를 가져왔기에 '안녕하세요. 제가 사랑에 빠졌거든요. 비디오를 찍을 땐 말을 많이 해야 해요'라고 한 게 기억난다"고 했다. 여 교수는 유씨가 몰래 동영상을 찍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충북경찰청은 "스님이 가진 동영상을 보니 여교수가 맞다는 사실만 확인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우리도 모른다"고 말했다.